[교육]자녀를 배려하는 인재로 키우는 법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만큼 돕는 것이 진정한 기부문화

한다리마을의 두레학교 나눔의 가게에서 어린이들이 학용품을 사고 있다. <남호진 기자>

돈을 모을 줄만 알고 남을 위해 쓸 줄 모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서울에 사는 한 할아버지는 남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채업으로 평생 돈을 모으기만 했다. 돈을 버는 대로 은행에 저축했는데,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무려 몇백억 원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돈을 모을 줄만 알았지,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결국 이 돈은 그 할아버지에게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자녀들이 너나없이 할아버지의 돈만 바라볼 뿐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돈이 자녀들의 인생을 망쳤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저축의 진정한 의미는 그 돈을 유용하고 보람 있게 사용한다는 데 있다. 가족의 생계를 부양할 뿐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는 도구가 된다. 나아가 사회의 구석진 곳에 도움을 줌으로써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저축은 이 다음에 자신이 무엇을 하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모은다는 데 머물면 별로 의미가 없다.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아마도 ‘돈의 노예’가 아닐까. 수억 원의 돈을 가진 사람과 돈이 별로 없는 평범한 사람 중에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만약 수억 원의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한 푼이라도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간다면, 그보다 더 불쌍한 일은 없을 것이다. 혹시 자식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까봐 외톨이로 살아간다면, 돈 때문에 삶의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버는 목적은 물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대부분 사람은 가족을 돌보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일을 할 수 없는 노년을 대비해서 저축한다. 그런데 자신과 가족, 회사뿐 아니라 사회나 국가를 위해 돈을 기꺼이 내놓는 사람도 있다. 바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내놓는 기부자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은 부자보다 오히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자신의 일처럼 느껴 돕는 경우가 많다. 부자들은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고, 또 관심도 없는 것같이 보일 때가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기부금은 자신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도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 된다. 돈이 많으면 수억 원을 기부할 수 있지만, 돈이 적으면 적은 대로 기부하면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기부문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물건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경제 행위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다. 돈을 벌어 앞으로 어디에 쓸 것인지 함께 생각해두고 돈을 벌 때, 훨씬 뜻 깊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 오직 자신만 위해 쓴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사회를 위해 자신이 번 돈을 내놓는 사람에게도 돈은 소중하다. 그런데 선뜻 돈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목표한 대로 살아온 사람일 것이다. 1000원이든 수억 원이든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목표를 세운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돈만 많이 벌자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돈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돈을 왜 많이 벌고 싶은지 생각해야
돈을 벌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우선 생각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기부하든 하지 않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돈을 왜 많이 벌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최근 자선사업가에 전념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직을 내놓았다. 빌 게이츠가 자선사업에 눈을 뜬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는 기부와 자선에 앞장선 부모를 보고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빌 게이츠는 어머니에게 자선활동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함께 대화와 토론을 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의 어머니는 자선단체(United Way International)의 회장을 지내며 자선가로 활동했다. 이 같은 성장 환경이 ‘기부황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왕성한 자선활동은 단지 돈이 많아서 하는 행위라기보다 부모가 물려준 ‘위대한 유산’인 셈이다. 돈이 많다고 모두 자선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이츠 부부의 사회 참여에 불을 붙인 사람은 그들의 부모다. 게이츠의 아버지는 돈 버는 일에 빠져 있는 아들에게 “지금 자선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의 어머니는 1994년 아들의 결혼식 전날 며느리 멜린다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너희 두 사람이 이웃에 대해 특별한 책임감을 느낀다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의 돈 버는 법과 돈 쓰는 법을 보면, 그가 어떻게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고, 존경받는 부자가 됐는지 알 수 있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은 빌 게이츠 부부의 이름을 딴 재단으로 현재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다. 게이츠 회장 부부는 재산의 절반이 넘는 288억 달러를 이 재단의 기금으로 출연했다. 특히 독서광인 빌 게이츠는 도서관에 누구보다 많은 돈을 기부하고, 모든 지역 도서관에서 인터넷을 볼 수 있도록 컴퓨터를 보급하는 데 애쓰고 있다.

“현명하게 돈을 쓰는 것은 돈을 버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궁극적으로 나는 내 돈의 대부분을 내가 믿는 대의를 위해 사회에 환원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과 인구 안정과 같은 목적을 위해서 말이다. 딱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자식들에게 많은 돈을 남겨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위해서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이들의 이야기에 결코 기죽을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한 단계씩 전진한다면 우리의 아이들도 주위를 훈훈하게 하는 사업가로, 또 자선가로 세상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기부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경제 행위이자 가장 훌륭한 자녀교육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돈을 쓰는 사람일 것이다. 전 가족이 함께하는 기부야말로, 비록 적은 돈일지라도 자녀를 사회에 꼭 필요한 최고의 인재로 키우는 묘약이 아닐까.

최효찬<객원기자·자녀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