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이웃 돕는다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는 박천호씨 3부자의 ‘아름다운 기부’

취재하면서 더러 ‘대략 난감’에 빠질 때가 있다. 부자들이 부자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과 안위에만 빠져 사치스럽게 살아가고 있을 때가 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래서 기부나 봉사활동 등 선행하는 사람들을 취재하다 보면 부자보다 생활고를 겪을 정도로 어렵게 사는 이웃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인천 부평의 3부자(父子) 기부가족인 박천호씨와 두 아들의 경우도 그렇다.

박천호씨 가족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천호씨 가족은 인천 부개3동 82.5㎡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한다. 박천호씨(44)와 아내 김순남씨(41), 큰아들 진수(구산초등 6년), 작은아들 지수(구산초등 3년), 네 가족이 단란하게 살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명의로 2004년 5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아름다운재단에 기부금을 보낸다. 박천호씨가 월 3만 원, 진수는 3000원, 지수는 2000원을 보낸다. 비록 액수는 많지 않지만 그들의 기부정신만은 결코 모자라지 않아 보인다.

“아빠의 권유로 기부하게 되었어요.”(진수)
“아빠와 형이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아빠의 말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장애 아동을 위한 기금으로 쓰였으면 좋겠습니다.”(지수)

박천호씨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 그 기억 때문에 고사리손과 함께 기부에 나섰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너무 없이 자랐습니다. 여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계모 밑에서 자랐는데 학대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아버지는 그날그날 공사 현장에서 일했는데, 중학교 등록금을 달라고 하니까 ‘네가 벌어서 가라’고 하셨어요. 신문배달이며 연탄배달, 선생님 구두닦이 등 안 해본 게 없습니다. 결국 고등학교는 진학하지 못했죠.”

그는 어린 시절에 하루 한 끼만 먹고 자랐다고 했다. 물론 수학여행 한 번 가지 못했다. 계모의 학대로 그의 형은 큰집에 맡겨졌고 자신은 외가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어려운 와중에도 거지와 다름없는 이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오갈 데 없는 사람을 데려와 함께 자고 다음 날 아침에 그 사람과 함께 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아버지는 단순히 재워주는 것보다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일을 하도록 도와준 거죠. 비록 아버지가 배운 게 없고 가난하게 사셨지만 그 착한 마음씨만은 닮고 싶었죠.”

“장애아동 위해 쓰였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시절을 힘들게 보낸 박씨였기에 힘들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늘 무거웠다. 6년 전 라디오에서 ‘아름다운재단’에서 들려주는 사연을 들었다. 그때 어린 시절 엄마 없이 지내는 줄 알고 밥과 김치를 주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떠올랐고, 문득 다른 사람을 도와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박씨는 방송사에 전화해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하게 됐다.

박씨는 우리나라 기부문화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기부할 때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게 참 아쉽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이 용돈을 모아 기부하는데 통장에서 자동으로 나가 그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기부하는 곳을 알려줘 자매결연을 하고 매달 그곳으로 가서 봉사도 하고 적은 액수지만 기부하게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돈을 기부하면서 봉사를 하려고 해도 그런 곳을 잘 찾을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박씨는 한 번은 고아원에 봉사활동을 가겠다고 하자 대뜸 ‘돈만 부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봉사활동이든 기부든 아이들에게 산교육이 되려면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기부를 하면서 꿈도 생겼다. 진수는 요리사가, 지수는 목사나 한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교육

“요리사가 되면 값비싼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이들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싶어요.”(진수) “목사나 한의사가 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지수)

최효찬<객원기자·자녀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