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란 잡초가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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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웃자란 잡초가 말해주는 것

북한이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10월 4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는 적막감이 짙었다. 이날 내·외신기자들 30여명이 판문점을 둘러보는 프레스 투어 행사가 열렸다. 판문점 남측에 사람들이 몰리면 북측 판문각에서 북한 군인이 나와 촬영을 하곤 했지만, 이날은 움직임이 없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군은 판문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은 JSA 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남북의 경계인 콘크리트 군사분계선의 모습이다. 남측과 달리 북측에는 어른 허리 높이의 잡초가 자라 있다. 국경을 닫고 고립을 자처한 북한의 현실과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관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 9월 25일부터 수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한미 군 당국은 북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지난 10월 5일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 급기야 한미군사훈련을 마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가 방향을 돌려 다시 한반도 해역으로 진입했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글 강윤중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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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아들 노다 마사아키가 쓴 <전쟁과 죄책>에는 포로의 목을 베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관동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도미나가 쇼조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에서 포로를 베는 ‘담력’ 교육 도중 한 초년 병사가 “불교도로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불교도로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 했던 이 병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이 쓴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 임무를 거부하고 총기를 반납한 나치 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101예비경찰대대 빌헬름 프라프 대대장은 유대인 학살 임무에 투입되기 직전 병사들에게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명 남짓 병사가 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소총을 반납하고 대기했다. 그 병사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각 부대에서 학살 임무를 거부한 병사와 장교들이 속출했지만, 나치 독일의 가혹했던 군형법은 이들에게 명령불복종죄를 비롯한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