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면 언론 탓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렌즈로 본 세상]안 되면 언론 탓

“돌아가십시오! 국회 가서 일 좀 하십시오!”

지난 9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서울 마포구 MBC사옥 로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보도와 관련해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날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성제 MBC 사장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며 사옥 진입을 시도했지만, 바리케이드와 60여명의 조합원에 막혔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MBC의 자막 조작은 대국민 보이스피싱”이라며 “MBC 민영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한 주,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으로 온 국민이 ‘바이든’과 ‘날리면’을 두고 청력을 테스트했다. 넥스트위크리서치가 지난 9월 26일과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발언 중 ‘바이든’이라고 들린다는 응답이 61.2%로 ‘날리면’으로 들린다는 응답(26.9%)보다 높게 나타났다. 당사자의 설명이 가장 필요한 사안에 정작 윤 대통령은 기억에 빗장을 걸고 침묵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월 29일 MBC 보도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진·글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렌즈로 본 세상바로가기

이미지
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