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뒤덮인 포스트잇은 죽음의 흔적을, 혼자 전전긍긍해야 했던 누군가의 무력함을 한겹 한겹 감싸 안고 있다.
지난 9월 14일 여성 역무원 A씨가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을 순찰하다가 전주환(31)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씨는 피해자 A씨의 고소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돼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상태였다.
경찰은 처음 A씨가 고소한 사건을 수사할 당시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후 한 달간 피해자가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등록된 것 외에 추후 조치는 없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꾸기 위해 멈추지 않겠습니다”,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싸우겠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신당역에는 시민의 추모 발길과 연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9월 30일까지 역사 내 추모공간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글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