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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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이번에도···미안합니다

알록달록 뒤덮인 포스트잇은 죽음의 흔적을, 혼자 전전긍긍해야 했던 누군가의 무력함을 한겹 한겹 감싸 안고 있다.

지난 9월 14일 여성 역무원 A씨가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을 순찰하다가 전주환(31)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씨는 피해자 A씨의 고소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돼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상태였다.

경찰은 처음 A씨가 고소한 사건을 수사할 당시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후 한 달간 피해자가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등록된 것 외에 추후 조치는 없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꾸기 위해 멈추지 않겠습니다”,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싸우겠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신당역에는 시민의 추모 발길과 연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9월 30일까지 역사 내 추모공간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글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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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