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유독 소나무를 좋아합니다. 애국가 2절의 첫 소절(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에 나오듯이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꼽았습니다. 예전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생솔가지를 꽂아 부정을 쫓았습니다. 국립 산림과학원이 2022년 한국의 대표 수종 12개를 제시하고 선호하는 나무를 조사했을 때도 1위로 꼽혔다고 합니다.
이런 소나무를 50년 뒤엔 남한, 1세기 후엔 한반도 전체에서 보기 힘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한반도가 점차 침엽수는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나무는 겨울에도 수분 공급이 많이 필요해 적절한 눈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가을 가뭄이 심해지고 겨울철 눈의 양도 줄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죽음의 단풍’으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소나무가 ‘소멸위기’까지 몰렸습니다. 식물 기생 선충의 일종인 재선충이 일으키는 소나무재선충병은 말 그대로 소나무에 치명적입니다. 녹색연합은 이달 초 낸 보고서에서 “이제 소나무 이후의 한반도 산림을 모색해야 하는 숙제가 재선충병 감염 확산이라는 현실 속에 제기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지금 영남지역을 휩쓸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 포항, 경주, 밀양은 숲의 40% 이상을 소나무가 차지하고 있어 피해가 더 심각합니다. 거의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면서 한창 푸르러야 할 숲이 적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앞서 2006~2007년, 2014~2015년에도 소나무재선충병이 한국을 휩쓸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3차’ 확산기처럼 소멸을 이야기할 정도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나무재선충 유충 방제 시기를 놓쳐서 올해 여름과 가을을 지나면 경북 지역의 소나무는 모조리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녹색연합이 밝혔듯이 소나무들이 모두 죽은 뒤에 ‘후계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소나무의 위기는 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당장 인간의 삶을 위협합니다. 가까이는 마을 뒷산의 소나무 숲이 고사해 부러지거나 쓰러지면서 사람을 덮칠 수 있습니다. 나무가 사라진 지역에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 위험도 커집니다.
기후변화와도 연결됩니다. 기후변화로 고온 건조한 기간이 늘면 산불 위험이 커지는데 소나무재선충병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고사목을 늘립니다. 역으로 산불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에 일조하기도 합니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은 산불로 죽은 나무에 알을 낳습니다. 기후변화와 산불, 소나무재선충병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소나무와 인간을 모두 위협합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는 ‘위기의 소나무’를 표지 이야기로 다룹니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의 숲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소나무와 한국인은 계속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