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진수 주간경향 편집장
이번 호 표지 이야기를 어느 기사로 할지 고민했습니다. 주간경향 기사 마감일 오전에는 최종 결과가 나오는 총선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이달 16일에 10주기를 맞는 세월호 이야기를 할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결국 한동안은 전국민적 관심사로 자리할 총선을 선택했습니다. 대신 제가 쓰는 이 글에서는 세월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벌써 10년입니다. 아직도 그날, 2014년 4월 16일 점심때 제가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납니다. 회사 근처 김치찌갯집에서 회사 선배와 “세월호란 배에 사고가 났는데 전원 구조라 다행이다”라는 이야기를 했고, 점심을 먹다가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그때의 그 당혹감이 머릿속에 지금도 어렴풋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세월호 참사는 진행 중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많은 사람의 인생이 사라지거나 바뀌었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의 상처는 여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4월이 오면 다시 세월호를 이야기합니다.
주간경향은 이번 호에서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센터장을 만났습니다. 유 센터장은 유가족과 생존자 등을 제외하고는 가장 가까이에서 세월호 사건을 바라본 사람으로 꼽힙니다. 유 센터장은 인권활동가로 일하다 세월호 참사가 나자 진도로 내려갔습니다. 세월호 작가 기록단의 일원으로 2015년부터 세월호 기록을 담은 5권의 책을 냈습니다. 10주기를 기록해 달라는 가족협의회의 요청으로 2022년부터 유족, 생존자,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최근 <520번의 금요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유가족이 경험한 혐오와 편견, 분명히 존재했지만 드러내지 못했던 가족들 간의 갈등 등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 재난과 참사를 기록하고 연구하다 올 초 재난피해자권리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센터는 따로 떨어져 있는 재난피해자들을 연결하고, 혐오에 노출되기 쉬운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4월 16일 열리는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에서 공연되는 ‘4160인 합창’ 연습 현장도 다녀왔습니다. 세월호 유족과 시민 등 4160명이 현장 참여와 녹화영상으로 ‘가만히 있으라’, ‘네버엔딩 스토리’, ‘화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잊지 않을게’,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등 6곡을 함께 부릅니다. 선곡과 노래 순서에 의미가 없을 수 없겠지요. 참사 순간의 비통함과 슬픔, 참사 이후 그리움과 회상, 아픔과 고통, 진상 규명의 의지, 기억 그리고 연대와 치유 등이 노래에 담겨 흐릅니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세월호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외면하고 덮어버리려는 노력이 되레 더 컸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세월호를 말할 때면 감정이 요동칩니다. 내년 이맘때 올해보다는 더 담담하게 세월호를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