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허공에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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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365일 허공에 외치다

하루를 365번 모으면 1년이 된다. 지난해 아파트 관리소장의 갑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경비노동자 박모씨의 1주기를 하루 앞둔 3월 13일, 박씨가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과 해고 경비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들이 펼친 현수막에는 1주기 애도와 함께 ‘경비반장을 죽음으로 내몬, 경비노동자를 대량 해고한 가해자가 여전히 근무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씨가 세상을 떠난 이후 함께 근무하던 경비노동자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노동자 중 절반이 넘는 40여명이 노동조합에 함께했다. 지난해 말 관리사무소는 무인 시스템 도입을 근거로 관리비를 절감하겠다며 경비원 44명에게 계약 만료 통보를 보냈다. 한 해고 경비노동자는 “좁은 휴게공간에서 쉬던 중 해고를 통보받았다”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해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현수막을 손에 쥔 다른 해고 경비노동자는 “박씨가 죽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라고 말했다. 365번의 하루가 지나서 온 1년. 그들은 과거의 일터 앞에서 책임자의 사과와 복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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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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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