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슬픔 곁에 가만히 내려앉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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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슬픔이 슬픔 곁에 가만히 내려앉네

전국을 걸으며 시민들에게 세월호를 다시 알리고 생명안전의 중요성을 알린 ‘진실·책임·생명·안전을 위한 전국 시민 행진 “안녕하십니까”’가 지난 3월 16일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은 제주부터 서울까지 21일간 전국을 걸었다. 많은 시민이 반나절 또는 하루 이상을 함께 걸었고, 거리에서 응원의 손팻말을 들거나 손을 흔들며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이도 있었다. 그중엔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있었다. 그들은 경기 광명에서 세월호 기억공간까지 걷는 마지막 도보행진을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박가영씨의 엄마 최선미씨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분노’와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도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좌절’에도 연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안도’를 느낀다”고 얘기했다. 행진 후 기억과 약속의 달 선포 기억 문화제에서 발언대에 오른 고 이상은씨의 어머니 강선이씨와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씨도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위로를 전하며 “힘을 모아 함께 끝까지 진실을 추구하고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슬픔이 슬픔을 위로하는 일은 도무지 끝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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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