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의 손님들 그간 편안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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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검은 옷의 손님들 그간 편안하셨는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검은 옷을 입은 손님들이 전남 순천만에 찾아온다.

전 세계에 약 1만8000여 마리 남은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2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월동을 위해 매년 겨울 순천만 습지로 온다. 흑두루미들은 러시아 무라비오브카에서 출발해 새끼와 함께 약 50일간 3000㎞를 비행한다. 지난해 10월 28일 순천만에 도착해 월동을 시작했는데 지난 2월 27일 7420여 마리가 관찰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개체수가 많이 증가했다. 올해 순천만에서는 흑두루미 외에도 재두루미 등 총 4종의 두루미류가 월동하면서 종 다양성도 증가했다.

순천시는 2009년부터 흑두루미 보호를 위한 사업의 하나로 순천만 인근 농경지 내 전봇대 282개와 비닐하우스를 제거했다. 흑두루미들이 떠난 시기에 논에서 재배한 벼를 수확해 시중에 ‘흑두루미(米)’로 유통하고, 보관한 낱알은 흑두루미가 오면 일주일에 8t씩 먹이로 제공한다. 또 볏짚을 존치해 생겨난 동물성 먹이들은 흑두루미들이 영양을 보충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러시아로 돌아갈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천연기념물 제228호에서 착안해 흑두루미의 날로 정해진 지난 2월 28일, 순천만 습지 내 희망농업단지에는 흑두루미들이 먹이 활동을 하느라 분주했다. 겨울을 보낸 흑두루미들의 건강하고 우아한 날갯짓은 꼭 봄을 부르는 듯했다. 행운, 행복, 가족애를 상징하는 길조로 여겨지는 흑두루미는 봄이 오면 고향인 러시아로 돌아간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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