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미국에서 부상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4월 15일(현지시간) 금요일 미국 UC버클리 캠퍼스에서 2016년 미 대선 향방을 내다보는 콘퍼런스가 열렸다. 해당 행사는 UC버클리 정치학과가 주도하여 매년 열리는, 미국 정치 주요 현안을 다루는 트래버스 콘퍼런스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트래버스 가문은 UC버클리 정치학과의 주요 기부자로, 2005년에만 1200만 달러(한화 약 134억원)를 버클리 정치학과에 기부했고, 이런 기여를 인정해 UC버클리 정치학과의 정식 명칭도 찰스 앤드 루이 트래버스 정치학과로 2005년에 변경한 바 있다.

이런 콘퍼런스에는 보통 관련된 연구를 하는 학자들만 패널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이색적인 인물이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유명한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닷컴(fivethirtyeight.com)에서 현재 미국 경선 관련 분석을 다루고 있는 해리 앙튼이 그다. 파이브서티에잇은 원래 데이터 분석가인 네이트 실버가 2008년에 시작한 사이트로, 선거 외에도 경제·스포츠에 관련된 분석과 예측 기사를 다루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라이선스를 가져가서 발행하다가 현재는 ESPN이 사이트의 소유권자다. 네이트 실버는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리 앙튼은 최근에 이 파이브서티에잇닷컴에 합류한 분석가 중 한 명이다. 앙튼은 파이브서티에잇닷컴 외에도 영국의 <가디언> 등의 언론에서 통계 분석을 통해 선거 예측을 하는 분석가다. 앙튼 외에 초대된 언론인은 <뉴요커>의 워싱턴 특파원인 라이언 리자뿐이었다. 보통 어느 정도 권위와 명성이 있는 학자들, 아니면 매우 잘 알려진 기성 언론매체에서만 초대되는 자리에 데이터 저널리즘 사이트의 분석가가 초대됐다는 건 최근에 미국 사회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온라인 저널리즘 시대에 매체가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 사진은 데이터 저널리즘을 활용한 언론 보도.

물론 <뉴욕타임스>에서 진보 성향이면 폴 크루그먼, 보수 성향이면 데이비드 브룩스 등 권위 있는 칼럼니스트들은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 그러나 파이브서티에잇 같은 정량적 데이터 분석을 주로 하는 사이트들이 주요한 뉴스 소스로 등장했고, 이런 흐름은 기성 매체나 새로운 온라인 매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2014년에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에즈라 클라인이 시작하여 지금은 상당히 영향력 있는 매체로 성장한 진보 성향의 <복스(Vox)>도 상당 부분 데이터 분석에 의존한 기사들을 많이 싣는다. 미국의 신문기사들 제목의 특징은 동사로 제목을 짓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 ‘왜 도널드 트럼프는 지지자가 많은가’라는 식으로 제목을 지은 뒤 그걸 설명하는 내용을 여론조사 등 여러 데이터에서 찾는다.

이런 데이터 저널리즘의 부상 경향에 대해서 한 가지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이런 흐름이 온라인 저널리즘 시대를 맞이해서 언론매체가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문기사가 어떻게 구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해 미국의 언론사들이 답해 가고 있는 방향 중 하나가 데이터 저널리즘이다. 다른 곳에서 구하기 힘든 정보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공해 전달하는 기사에는 그 정보 자체로 고유한 가치가 있다. 특별히 이들 언론사가 데이터 저널리즘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데이터 분석가들과 네트워크 관계를 맺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재연 UC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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