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조립식으로 만드는 ‘나만의 스마트폰’

2007년 아이폰 출시로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은 생활의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하지만 이후 수년간 스마트폰에 기능적 발전은 있었지만 혁신이라 불릴 만한 사건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조립식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는 스마트폰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줬다.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엇갈리면서도, 제2의 스마트폰 혁명을 가져올 획기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만은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조립식으로 만들어지는 특성상 다양한 기능의 혁신적인 모듈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조립식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각 모듈의 독립성과 혁신의 기회는 부품 제조업체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다수의 개발자가 모듈 개발에 참여하게 되면서 단일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창의적인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실제로 프로젝트 아라에 대규모집적회로(LSI)를 독점공급하기로 한 도시바를 비롯해 아두이노(Arduino)를 필두로 하는 기존의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발자들, 그리고 스마트폰 앱세서리(Appcessory)나 각종 전자기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과 벤처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아라의 생태계 확장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조립식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의 다양한 부품 조립 모습 | 구글

두 번째 장점은 소비자 스스로 원하는 기능을 선택해 ‘나만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스마트폰에선 기본 탑재 기능 외에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로젝트 아라의 소비자는 다양한 기능의 모듈들을 자기 입맛에 맞게 조합해 스마트폰의 용도를 무한히 확장시킬 수 있다. 혈중산소농도 측정기와 같은 의료기기는 물론, DSLR 렌즈를 장착한 고화질 카메라, 컨트롤러가 장착된 전용게임기 등 이미 수많은 모듈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하드웨어 플랫폼이 유연해질수록 다가오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기회는 더 많아진다. 사물인터넷 분야는 지금까지 IT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던 의료, 교육, 스포츠 등 수많은 산업분야의 롱테일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프로젝트 아라는 기술표준과 개발 편의성, 그리고 구글이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상업적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개별 사물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장점은 50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이는 구글이 스마트폰 판매 수익에는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다. 구글은 근본적으로 소프트웨어 회사로, 매출액의 90% 이상을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수익으로 올린다. 전 세계 12억명의 스마트폰 사용인구는 모두 구글의 모바일 광고수익 기반이 된다. 구글은 저가 스마트폰으로 개발도상국 중심의 50억 피처폰 사용자를 공략해 이 기반을 60억명까지 확대하려 한다. 트래픽 획득비용을 절감하는 효과 역시 기대하고 있다. 삼성, 애플 등 제휴사에 지불되는 이 비용이 총 매출액의 약 4분의 1에 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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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아라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데다 가격까지 저렴하지만, 아직 그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와는 전혀 다른 시장으로 부품 최적화 등 기술적 장벽은 물론이고 유통과 마케팅 등 구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OS를 확산할 때 오픈소스 플랫폼을 공개하고 개발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이미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아라의 성공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내 맘대로 만들어 쓰는 조립식 스마트폰, 판을 바꿀 만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