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토크]핵발전소 온배수는 무죄인가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배수를 바다오염원으로 규정한 통합해양환경관리법이 부처통폐합으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사진은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기.

고등어 새끼를 일컫는 우리말은 ‘고도리’다. 요새 고도리들이 살판났다고 한다. 온난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고등어 무리의 활동 반경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만 해도 고등어는 우리 바다에서 잡힌 생선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언제부턴가 고등어가 우리나라의 넷째 대표 어종이 되더니, 지금은 멸치와 갈치에 이어 동메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바다에서 청어나 명태 같은 한류성 어종들을 쫓아내는 ‘고도리’ 짓을 한 것도 온난화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 ‘고도리’는 고등어 새끼가 아니라 ‘목을 졸랐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조선시대에 포도청에서 죄인의 목을 졸라 죽이는 일을 맡아하던 사람도 ‘고도리’라고 부른다.

정부조직개편 이전 해수부와 산자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통합해양환경관리법’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발단은 이 법이 관 지름 60㎝ 이상 취배수 시설을 해양시설로 규정한 데서 비롯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모든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의 취배수 시설은 해양시설에 포함되어 해수부 소관사항이다. 하지만 산자부는 발전소 취배수 시설이 ‘전원개발촉진법’이 정한 전기사업용 설비지 해양시설이 아니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일본도 발전소 취배수 시설을 해양시설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두고 해수부가 온배수를 오염물질이라며 오버하고 있다는 것이다.

뜨거워진 바닷물 다시 내보내
핵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온배수는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된 열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린 뒤 바닷물을 끌어들여 식히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바닷물은 증기의 열을 빼앗아 식히는 대신 바짝 뜨거워지는데, 온배수는 바다로 다시 내보내는 이 뜨거워진 바닷물을 말한다. 해수부는 이 온배수가 취수될 때보다 7℃ 이상 온도가 높기 때문에 열오염을 일으키는 오염물질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반면 산자부는 온배수가 바닷물의 수온변화는 일으키지만 수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데 무슨 오염물질이냐고 반문한다.

과연 수온을 수질기준에 포함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질을 오염물질 농도로만 이해하면 수온과 수질은 별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온은 물의 화학적 성질이나 생물의 서식 환경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당연히 수질기준에 포함된다. 육상에서는 온천, 강, 지하수, 저수지를 가릴 것 없이 수온이 주요 수질기준 항목으로 취급되고 있다. 산자부와 발전사업자들이 수온과 수질을 분리하자고 우기는 이유는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오염부담금을 물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전력생산 비용이 높아져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는 이유를 대고 있긴 하지만.

바다 열오염이 해수면 온도 높여
온배수를 두고 벌어진 양 부처의 대결은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타결로 승부가 갈렸다. 해수부는 새 정부에서 해체되어 국토해양부라는 이름의 공룡부처에 흡수 통합된다. 바다환경을 지킨다는 해수부의 정체성은 물류와 공간개발을 지상과제로 삼는 국토해양부에서 휘발될 것이 분명하다. 산자부가 과학부를 흡수해 만들어지는 지식경제부는 국토해양부와 소위 ‘코드’가 같다. 그러니 온배수를 바다 오염원으로 규정한 통합해양환경관리법도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만일 해수부의 폐지가 불과 한 달 전에 제정된 이 법의 무력화로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이명박의 ‘작은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수온이 상승한 우리 바다의 목을 조르는 ‘고도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환경토크

지구 행성의 최대 온실가스 흡수원은 바다다. 그 바다의 해수면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온실가스 흡수로 빚어진 바다의 열팽창은 녹아내리는 빙하보다 해수면 상승에 60%나 더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온배수 열오염에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가? 참고로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제4차 기후변화종합대책’의 핵심은 핵발전소 비중 확대다. 정말, 앗싸 고도리 핵발전소다!

<안병옥 환경연합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