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4대강 반대 지자체장 ‘반격카드’는

‘준설토적치장 허가권’ ‘농경지 개조사업 허가권’ 활용하면 사업 차질 불가피

6월 지방선거 이후 4대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민심을 따라서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4대강 반대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4대강 사업 강행에 맞서겠다고 공언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지자체장들은 “지자체장의 법적 권한을 이용해 4대강 사업을 중단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 속도 조절’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석묘역으로 향하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지방선거 당선자들. 민주당은 이들을 중심으로 지자체장 당선자들과 함께 4대강 반대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 |연합뉴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지자체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려면 지자체장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자체장이 법적 권한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막으면 정부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들의 향후 행동에 따라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느냐 좌초되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충북·경남지사 사업 중단 요구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 등이 4대강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의 정재헌 정책팀장은 “우리는 현재 모습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 4대강 사업을 원래 목적대로 수질 개선이나 환경 개선 등으로 돌리자고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4대강 사업을 막는 것은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대신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당선자가 정부에 4대강 사업을 중지하라고 공개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의 고영배 상황실장은 “지자체장의 권한을 이용해 4대강 사업을 막기보다 우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과정 등을 거칠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자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우선 당선자는 정부와 조정을 하려고 하지만 소통이 안되면 지자체장의 권한을 사용해 막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의 김문종 정책팀장도 “우리는 꾸준히 4대강 사업을 반대했다. 충북 쪽에서는 충주와 미호천이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지자체장과 연대해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지자체장들은 어떤 수단으로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자체장이 행사할 수 있는 ‘준설토적치장 허가권’과 광역단체장에게 있는 준설토 처리를 위한 ‘농경지 개조사업 허가권’을 이용하는 것이다.

새 지자체장 임기 시작 전 계약 추진
환경법률센터 정남순 변호사는 “준설토적치장을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장 권한으로 반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준설토적치장을 사유지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공유지나 국유지를 통해 적치장을 마련하려면 지자체장이 허가를 내줘야 한다. 이번에 4대강 반대를 표명한 지자체장이 꽤 있으니까 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항의하면 4대강 사업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강바닥을 퍼내면 나오는 거대한 준설토 보관과 처리를 지자체가 담당하도록 했다. 지난해 6월 국토해양부는 16개 시·도에 “골재 적치장 확보와 생산·판매·관리, 선별 과정에서 발생된 잔토 처리 등은 시장·군수가 담당한다”는 내용의 ‘4대강 하천 준설토 처리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4대강 반대 지자체장들은 이 권한을 이용해 4대강 사업을 중지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시종 당선자의 김문종 정책팀장은 “우선은 준설토적치장을 막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 밖에도 준설토를 쌓아 두기 위해 농지 용도를 변경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6월 10일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지역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박 당선자는 민주당의 당론과 반대로 영산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내부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는 이를 의식한 듯 새로운 지자체장 임기가 시작하기 전에 퇴임할 지자체장들과 함께 준설토적치장 사업 계약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준설토 처리를 위한 농경지 개조 사업도 밀어붙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 지표조사’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과 준설토를 가지고 나오는 차량에 대해 엄격하게 검사하는 것도 사업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행정적인 방안을 이용해도 4대강 사업에 큰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지자체장이 자신의 권한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4대강 사업의 건설 비용과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자체 당선자들은 이 밖에도 어떤 권한을 통해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는지 연구 중이다. 안희정 당선자의 정재헌 정책팀장은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어떻게 4대강 사업을 중단할 수 있을지는 조사 중”이라면서 “정치적으로 4대강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현재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 기획위원회’를 통해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광역단체장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6월 21일 민주당은 ‘광역 및 기초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을 열고 4대강 사업 반대 협의체에 관한 논의를 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자치단체장 당선자와 4대강 반대 목소리를 모아 정부를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돌발변수가 터졌다. 민주당 소속의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가 4대강 사업에 찬성한다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박준영 당선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강은 잘 알지 못해 자신이 없지만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면서 “영산강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 전체를 반대하는 민주당 당론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힌 것.

민주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박 당선자의 발언은 민주당의 당론을 거스르고 마치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 측에서는 논란이 불거지자 ‘4대강 사업 찬성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라남도 영산강살리기지원사업단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영산강을 살리자는 것”이라면서 “다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지자체장 협의체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너무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4대강사업저지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진애 의원은 기자에게 “출당시켜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할 정도였다. 김 의원은 “광역단체장이라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영산강을 살린다고 보 건설을 하면 4대강 사업과 무슨 차이가 있냐”면서 “당원의 의무를 떠나 박 당선자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5월 31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계단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신도들이 4대강 사업 반대와 오만독선 정권 회개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고 있다. |정지윤 기자

박준영 당선자처럼 4대강 반대 당론에 찬성하지 않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당선자도 있다. 임성훈 나주시장 당선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지만 영산강 사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4대강 반대 협의체에 참가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정동득 목포시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목포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찬반을 표시할 입장은 아니다”면서 “다만 영산강 바닥에 퇴적된 쓰레기와 오니를 제거해서 영산강 수질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우건도 충주시장 당선자 측도 “4대강 사업으로 지자체의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지 않고 4대강 사업 반대 협의체에도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등 대다수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당선자들은 4대강 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당선자들도 지역 주민의 목소리와 환경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나뉜다. 민주당이 예상하는 것처럼 지자체장의 목소리를 모아 4대강 사업을 중지시키겠다는 복안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당론에 반대하는 민주당 당선자도
한나라당도 4대강 사업을 두고 찬반 목소리로 갈리고 있다.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의 속도조절론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6월 10일 ‘한나라당 쇄신을 추진하는 초선의원 모임’(가칭)이 꾸려졌고, 초선의원 49명(6월 11일 현재 51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당의 전면적 쇄신 ▲세종시와 4대강 사업 국민 요구 적극 수렴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을 요구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국민의 여론을 따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쇄신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현기환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종교계, 시민, 환경단체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다시 들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국책사업이지만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초선인 권영진 의원도 “영산강은 박 지사가 찬성하고 있으니 진행하면 된다. 다만 금강과 한강은 지자체장이 반대하고 급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미뤄도 된다”면서 “낙동강과 영산강을 먼저 시행하고 그 성과를 보고 나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이계 초선 의원들은 “4대강 사업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친이계인 한 초선 의원은 기자에게 “세종시 문제는 국회에서 처리하면 된다. 지방선거 결과 정부의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하나의 치수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라면서 “4대강 사업을 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는 뭘 하라는 이야기냐. 당 쇄신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반발했다. 초선 의원들도 계파에 따라 4대강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은 이처럼 제각각이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 민심과는 반대로 서로의 주장이 난무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행정학회 소속 지방행정연구회의 김혜란 교수(주성대 복지행정과)는 “지자체장에게 준설토적치장 허가 외에 4대강 사업에 관한 권한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구도대로 정부와 지자체가 대립하는 것은 서로에게 낭비다.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타협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