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자연미인’을 왜 ‘인공미인’ 만드나

경북 안동시 구담습지의 ‘4대강사업 현장의 비포 & 애프터’

1년 전 바로 그 자리다. 구불텅구불텅 흘러가는 맑은 강물과 푸른 속살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사라졌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기산리 구담교와 광덕교 사이 구담습지는 건설 현장의 웅덩이로 변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산과 강변의 주택이 이곳과 같은 자리임을 말해 줄 뿐이다.

2009년 7월 촬영

곱디 고운 강의 얼굴이 불과 몇달 사이에 일그러졌다. 4대강의 습지는 건설 현장의 웅덩이로 변했고, 풀벌레가 노닐던 강변은 트럭의 공사장이 됐다. 강에는 붉은 눈물이 가득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Weekly 경향」의 취재에서 4대강의 지금 사진을 성형에 비유했다. 지금은 성형 수술 도중의 끔찍한 사진에 불과하며 치료가 끝나면 예뻐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너무 끔찍한 상황으로 왔다.

2010년 5월 촬영

4대강은 원래부터 자연미인이었다. 수술 후의 인공미인으로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언제쯤 다시 자연미인의 모습으로 정겨운 속살을 드러낼 수 있을까.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사진 속의 산과 하늘이 질문하는 듯하다. 4대강 사업 시행 전 사진은 (사)시민환경연구소·환경운동연합이 제공했으며, 현재 모습은 경향신문 김세구 기자가 촬영했다.

구담습지는 낙동강 중·상류 지역인 경북 안동시 풍천면 기산리 구담교와 광덕교 사이 4㎞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희귀 동식물이 대거 서식하고 자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피라미·납자루 등 토종어류가 수초와 수변식물, 유속이 빠른 여울과 느린 웅덩이 사이를 오가며 살던 곳이다. 황조롱이·수달·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생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곤 했다. 그러나 구담습지의 이런 모습(2009년 7월 촬영)은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됐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습지 주변은 공사장 트럭과 중장비들이 다니는 황톳길로 변했다(2010년 5월 촬영).

2009년 7월 촬영→2010년 5월 촬영

논은 곡식을 생산하는 식량창고이면서 자연생태계에 귀중한 또 하나의 습지다. 우리나라는 2008년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논 습지의 생물다양성 보전·증진에 관한 결의안을 발의해 채택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런데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의 농경지(2009년 7월 촬영)는 4대강 공사가 진행되면서 습지로서의 기능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까지 논이던 이곳은 강바닥에서 퍼낸 준설토 등에 뒤덮여 황폐한 진흙땅으로 변했다(2010년 5월 촬영). 이곳에 공사 중인 죽산보가 들어서면 이 일대는 물에 잠길 위험이 높다는 게 대한하천학회의 분석이다.

(위)2009년 9월 촬영, (아래)2010년 5월 촬영.

매년 이맘때면 남한강의 아름다움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오던 경기 여주군 강천면의 바위늪구비습지(위·2009년 9월 촬영)는 이제 삭막한 황무지(아래·2010년 5월 촬영)로 변했다. 오월의 신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던 야생식물 단양쑥부쟁이는 다른 곳으로 자생지를 옮겨야 했다.

(위) 2009년 5월 촬영, (아래) 2010년 6월 촬영.

군부대가 있는 곳도 아니고 천재지변이 난 것도 아닌데 군대 차량이 등장했다. 4대강 공사 상주보 예정지 상류 지역인 경북 문경시 영순면 영풍교 부근 낙동강변에서 공병대 중장비들이 준설 공사를 하면서 강바닥의 모래를 퍼내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맑은 강물과 깨끗한 모래가 있던 강기슭(위·2009년 5월 촬영)이 준설공사가 시작되면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아래·2010년 6월 촬영). 중장비의 섬뜩한 기계음이 멎고 영풍교 부근 낙동강변이 이전의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달뿌리풀·물피·고마리·물억새 등이 분포하고 마름군락·털물참새피군락·고마리군락·줄군락 등이 터전을 잡고 있는 전남 나주시 학산리 청동습지(62만4430㎡) 역시 삭막한 공사장으로 변해 가고 있다. 청동습지는 광주시와 나주시를 아우르고 있는 대규모 습지다. 지난해 8월만 해도 뭇생명의 보금자리이던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습지(왼쪽)는 철근 콘크리트에 매몰됐다(오른쪽·2009년 6월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