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반값 아파트’ 서민에게 돌아올까

‘부동산 로또’ 투기 광풍 불어 ‘그림의 떡’ 될 수도

정부가 오는 10월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접수 공고를 할 예정인 서울 서초구 우면동 일대에 8월27일 비닐하우스가 가득 들어서 있다. <김정근 기자>

“이 정책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에게 주택을 마련해 주는 정책일 뿐 아니라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서민경기부양 대책으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지난 8월27일 이명박 대통령이 27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발표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평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폭등과 가을철 전세대란이 예상됨에 따라 서민들의 근심이 깊어가는 시점에 나온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시장의 반응은 아직 유동적이다. 주변 시세의 절반에 공급하겠다는 ‘반값아파트’의 현실화에 대한 기대심리와 함께 서민들은 정작 배제된 채 결국 투기세력에 의해 또다시 부동산 광풍이 불어 투기꾼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상존한다.

이번 정책에 대해 정부는 대선 때부터 구상을 가다듬어 8개월 이상 여러 문제점을 보완해 만든 “땀이 배어 있는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정책의 실행 과정은 즉흥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서울 근교 그린벨트엔 비닐하우스만 가득 차 있다. 이런 곳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 그린벨트 지역인 서울시 강남구 세곡지구와 서초구 우면지구, 경기도 고양시 원흥지구, 하남시 미사지구 등 총 4개 지구 약 805만㎡를 보금자리 주택 건설지구로 지정하면서 새로 건설될 6만여 가구 가운데 4만4000가구를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으로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원주민 보상금 분양가에 못미쳐
이 대통령은 당초 2018년까지로 예정된 보금자리주택 공급 시기를 자신의 임기(2012년) 내까지로 앞당기고 공급 물량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5월에 발표한 공급 완료 시기를 3개월만에 임기를 의식해 6년 단축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책이 발표되자 부동산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향후 ‘투기과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이 정책이 결국 갈 곳 없는 ‘진짜 서민’들을 피해자로 만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흥지구의 경우 1000여 명의 원주민은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노인이 대다수인 데다 개발이 본격화돼 보상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새로 지어질 보금자리주택에 책정된 분양가에 턱없이 모자랄 전망이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돼 자칫 제2의 ‘용산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근 삼송지구, 행신2지구의 최근 개발 당시 분양가는 3.3㎡당 1200만~1500만원으로 개발에 따른 보상가는 대지 700만~800만원, 밭은 200만~400만원에 불과했다. 하남 미사지구 역시 고양 원흥지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으로 원주민이 재정착하는 경우가 재개발은 41%, 뉴타운은 25%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책을 위해 2018년까지 풀기로 한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2012년까지 해제해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를 조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오는 10월 사전예약을 받는 4개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가운데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8월27일 모습.

정부가 주장하는 친서민주택정책의 결정판인 보금자리주택이 과연 서민들을 위한 정책인지에 대해 의문점이 드는 이유이다. 그린벨트 해제로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이 대통령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수도권에 건설되는 보금자리주택은 이미 그린벨트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보전가치가 낮은 창고나 비닐하우스가 들어 있는 소위 ‘창고벨트’, ‘비닐벨트’에 짓는 것인 만큼 그린벨트를 훼손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충분히 잘 알려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그린벨트 해제를 담보로 한 보금자리주택건설은 그린벨트 훼손을 가속화시켜 녹색성장과 배치될 뿐 아니라 서민들까지 투기에 나서도록 조장하고, 단순 건설 일자리 창출로 경기활성화를 꾀하려는 졸속적인 대책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판단한다”면서 “아울러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자가 보유 확대가 아니라 임대주택 확대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실제 2008년의 임대주택 건설 실적은 2007년의 14만 6000가구에서 11만 6000가구로 20.54%나 줄어들었다. 올해 임대주택 공급 목표량도 10만6000가구로, 지난해 건설실적에 비해 8.62%나 줄어들었다. 임대주택 공급도 일정 기간 이후 분양주택으로 전환하는 5년임대, 10년임대 형태의 공급물량이 많아지면서 임대주택 재고량도 일정기간 이후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세대란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관계자는 “대규모 뉴타운, 재개발을 통한 중대형 물량 위주 공급과 과속-동시개발 정책으로 주택이 대규모로 멸실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아파트 공급까지 줄어들어 지금의 전세난-전세금 폭등 확산은 필연적인 결과인 셈”이라면서 “이 상태에서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은 늘리지 않고 분양주택 공급으로 전환해 서민주택정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린벨트 훼손 녹색성장과 배치
환경 정의도 “서초구의 경우 땅값이 이미 3.3㎡당 2000만원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라고 전망했다. 또 “수도권에서의 주택문제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주택을 공급할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수도권 집중과 과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진정 저탄소 녹색성장을 원하고 수도권과 서울이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면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도시를 기반이 되는 개발제한구역에 대해 적극적인 보전 관리대책을 먼저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진보연대도 “보금자리주택은 ‘로또’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면서 “과거 판교 분양에서 봤듯이 아무리 전매 제한을 둔다고 해도 일단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한 상황에서 청약 과열은 불가피하다. 결국 토지보상 비용이 급증하면서 분양가가 치솟고 주변 시세를 덩달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실장은 추진 과정에서 보상비 갈등, 환경론자의 반발 등 난항이 예상된다”면서 “준공 이후에도 투기억제적 측면에서 편법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정밀한 투기억제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판교와 같은 투기 광풍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