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영일대군 지역구, 포항은 돈잔치?

두 배 늘어난 국비, 포스코 설비 투자, 포항시·금융권 기업자금 대폭지원

포항시 북구 용한리 일대 지방산업단지에 들어선 현대중공업 조선블록공장(사진 앞쪽) 너머로 15선석 규모의 영일만항 건설현장이 보인다.

1997년 환란 이후 최악의 불경기가 예고되고 있는 지금, 경북 포항은 다른 도시에서 체감하는 불황의 그늘이 비교적 적게 느껴진다.

영일군 포항읍에서 1949년 8월 시로 승격된 이후 60년 만에 포항시는 인구 51만여 명에다 한 해 예산 1조 원을 자랑하는 준대도시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성장 엔진은 계속 가동될 것으로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당장 내년만 해도 다른 지자체들은 긴축재정에 들어갈 태세지만, 영일만의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각종 개발사업은 오히려 가속도가 붙었다. 그 배경에 올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국비 지원, 포스코의 설비 투자, 포항시·금융권의 대폭적인 기업자금 지원 등이 있다.

포항시가 편성한 내년 당초 예산은 총 9390억 원. 올해 예산에 비해 두 자릿수(9.9%) 성장에 육박한다.
여기에는 국비 지원이 큰 힘을 발휘했다. 내년도 국비 지원액은 총 4373억 원. 올해(2274억 원)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김동완 포항시 기획홍보팀장은 “올해 초부터 고위 간부들이 부지런히 중앙정부를 드나들며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포항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영일만항 건설 1조5000억 투입키로
이에 따라 영일만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존 개발사업의 지속적 시행과 함께 새로운 개발사업의 착수가 이어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환동해 물류거점도시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영일만항 건설이다. 내년에만 이 사업에 1178억 원의 국비를 투입한다. 1992년 시작한 영일만항 개발은 컨테이너 4선석을 포함해 15척의 배를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방파제 8.8㎞를 건설하는 것으로, 국비와 민자 등 1조5217억 원을 투입하는 포항의 최대 사업이다.

내년 8월에는 컨테이너 부두가 완공돼 개항할 예정이고, 항만배후도로(9.68㎞)와 2선석의 잡화부두 공사를 시작한다. 포항시는 항만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코오롱·현대제철 등 25개 대기업 및 운송업체와 연간 21만3000여 TEU의 물동량 처리 양해각서를 맺었다.

영일만항 주변에 물류를 위한 배후단지(263만1000㎡)와 산업단지(418만3000여㎡) 조성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항시는 이미 지난 3월 신한은행·한미파슨스 등 4개 금융기관 및 출자사와 산단 조성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했고, 2013년까지 6년간 총 6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이를 포함한 물류기반 구축사업에 내년에만 모두 4209억 원을 쏟아 붓는다. 영일만항 산단(1~4단지) 조성과 진입도로 개설에만 50억~24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서진국 미래전략사업추진본부장은 “일본·러시아와 포항을 잇는 삼각벨트의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함으로써 포항시는 환동해 중심도시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시 순환도로 역할을 하는 시외곽 국도 대체 우회도로 개설(657억 원), 동해 남부선 복선 전철화(600억 원), 포항~울산 고속도로(530억 원) 등 굵직한 도로철도사업도 공사 굉음을 낼 예정이다.

동빈내항 복원 청사진.

동해안 주민들의 최대 숙원사업으로 올해까지 별 진척을 보지 못한 포항~삼척 동해 중부선 철도 건설까지 가시화할 전망이다. 포항시는 이 사업에 내년에만 855억 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기존 포항 역사를 외곽으로 옮긴 뒤 남는 폐철도 부지를 활용해 시민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청사진도 마련돼 있다.

대형 SOC 이외에도 흥해~장성 도로, 연일강변도로, 이동~대구·포항 고속도로 간 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교차로(IC) 등 7건에 최소 13억 원에서 최대 60억여 원의 자금을 투입해 길을 뚫는다.

또 하나 주목받는 사업은 도심 속 하수구로 불리는 ‘동빈내항 복원’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의 선거 공약 제1호인 이 사업에 내년 144억 원을 배정하는 등 본격 착공된다.

총 1170억 원이 소요될 이 사업은 2010년까지 동빈내항 9만6120㎡를 공원과 휴양시설·상가·문화체험테마파크 등으로 조성하고, 주변 51만7000여㎡의 도심낙후지역을 재정비하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칙칙한 포항시의 모습을 바꿔 친환경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포항의 생태환경을 살리고 수변 유원지를 관광 명소화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친환경도시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의 개발 계획에 따른 보상금도 테크노파크2단지·동빈내항복원·제4일반산업단지·경제자유구역 설치 등을 포함해 2010년까지 1조 원 안팎에 이른다.

지역 기업체들도 불황 속에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포항시는 내년도 SOC 사업비 중 2400억여 원을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농협·대구은행·신한은행 등 금융권은 포항공단업체의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포항시의 추천을 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모두 2000억여 원의 기업지원자금을 내년에 풀기로 했다.

포스코를 빼고 포항을 얘기할 수 없듯 포스코의 내년 사업 계획도 포항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특히 포스코는 올해 4·4분기 생산 목표인 50만t의 스테인리스 제품을 30% 감산하는 등 경기위축의 우려가 제기됐지만, 내년에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계획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사업으로 불황을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영일만 사장대교 건설에만 1조8000억
포스코 박우열 홍보팀장은 “고급강 생산을 위한 설비 합리화 차원에서 2조3000억여 원의 제철 설비를 투자함으로써 협력업체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우리은행·신한은행과 상생 협력 예금에 가입하고 금융권이 일부 자금을 조달해 총 3000억 원의 중소기업 지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포스코는 2005년부터 기업은행과 대구은행에 1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했는데 이번 펀드 조성에 따라 지원 규모가 총 400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금융권은 포스코가 예탁하는 자금을 재원으로 중소기업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지원함으로써 영세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줄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 연말부터 중소업체들이 실제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 1조8000억여 원 규모의 영일만 사장대교는 올해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심사 대상을 통과해 내년 상반기 중 타당성 결과에 따라 사업 여부가 결정된다. 영일만을 가로지르는 길이 11㎞의 교량이 건설되면 한반도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의 모습까지 바뀐다. 물론 근 2조 원에 이르는 이 사업에 대해 “과연 사업성이 있느냐. 대통령 고향이라고 너무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타당성 및 실제 사업 추진 여부를 떠나 포항이 개발과 성장 위주의 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만하다.

<포항 |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