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이상득, 의정활동 C+ 대외활동 A+

대통령 친형이자 6선의 중진… 주요 현안 해결사 자임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10월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 앞서 자료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상득 의원은 지난 총선 전 한나라당에서 발생한 공천 파동 끝에 어렵게 공천권을 따내 6선 의원에 당선했다. 현역의원으로는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7선) 다음으로 최다선 의원이다. 1988년 민주정의당 후보로 포항 남구·울릉군 국회의원에 당선한 후 줄곧 여의도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동안 당명이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바뀜에 따라 당적도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21년째 금배지를 달고 있는 이 의원의 경력도 화려하다. 국회 재무위원회 간사(1992), 민주자유당 제2정책조정실장(1993), 신한국당 정책위의장(1996), 신한국당 당무위원(1997), 국회 재경위원장(1997), 한나라당 원내총무(1997), 한나라당 정책위의장(1998), 국회 한·중포럼회장(2001), 한나라당 최고위원(2002), 한나라당 사무총장(2004), 국회 부의장(2006), 한일의원연맹 회장(2008) 등 주요 당직과 국회직을 두루 걸쳤다. 국회 상임위원회도 재무위, 농림해양수산위, 재정경제위, 예결위, 운영위, 국방위, 외교통상통일위 등에서 활약했다.

17대 국회 출석률·법안 발의 저조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의 18대 국회에서 그는 각종 현안에 관여하면서 동생인 이 대통령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제 개편안에 대해서 당내 반발을 무마시키는 등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 그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를 직접 찾아가 종부세 개편안과 감세법안 등 ‘MB(이명박) 개혁법안’에 대한 선진당의 협조를 부탁했으며, 안면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도 회동해 원만한 국회 운영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20년 의정활동을 검증해 보면 국회의원의 고유 업무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의정활동이란 매년 정기국회 기간에 실시하는 국정감사를 비롯해 소속 상임위원회에서 펼치는 정책·입법 활동과 예산 및 결산활동, 그리고 지역구 활동을 포함한다.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열의를 갖고 일하지만 선수가 높아짐에 따라 의정활동의 폭이 줄어든다. 이상득 의원도 초·재선 때는 의정활동에 전념했지만 다선으로 갈수록 의정활동보다는 ‘정치 활동’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했다. 실제로 이 국회 회의록을 검토한 결과 13~14대 국회(재경위·농림해양수산위)에서 ▲중소기업구조개선자금 문제 ▲공적자금의 조성·운용·사후 관리 문제 ▲IMF 구조조정 이후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유동성 지원 문제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심도 있게 질의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17대 국회 하반기에 국회 부의장을 지내면서 국회 상임위 활동 등 의정 활동에 전념하지 못했다. 국회 부의장은 통상적인 의정 활동보다 국회를 대표하는 대외적인 행사 참석 등에 더 많은 일정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이상득 의원의 의정활동 보고서(2006년).

지난 2월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제출한 이상득 의원의 17대 국회(2004~2008)의정활동 성적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에 따르면, 그는 2004년 17대 첫 국감에서 국방위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이후 우수의원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4년 동안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은 C+였으며, 법안 대표 발의는 2건에 불과했다. 본회의 출석률 C+는 출석률이 70~75%이며, 상임위 출석률 C+는 출석률이 40~50%인 것을 말한다. 대표 발의한 법안명은 ‘신용보증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특별소비세법중개정법률안’ 등이다. 이 의원이 3선이었던 1990년대 후반에도 의정활동은 부진했다. 한국유권자운동연합이 1997년 의정활동을 분석한 결과 이 의원은 전체 299명 의원 중 251위로 ‘극히 부진’ 그룹에 포함되기도 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한중일 외교 치중
특히 이 의원은 법안 대표 발의가 전무하다시피했다. 이 의원의 법안 대표 발의 건수를 분석해 보면, 그가 대표 발의한 법안은 17대 국회를 제외하면 ‘조세특별제한법중개정법률안(2000년 11월)’ ‘관치금융청산을위한임시조치법안(2000년 7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중 개정 법률안(1999년 11월)’ 등이 고작이었다. 이들 법률안도 임기 만료 폐기 또는 폐기로 최종 처리됐다.

이와 관련해 이상득 의원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다선 의원은 법안 발의 경쟁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이 의원은 법안이 있으면 다른 후배 의원들에게 넘겨줘 대신 발의하게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구와 관련해서는 지역의 숙원 사업인 ▲영일만 신항 개항 ▲국도대체우회도로(포항외곽도로) 건설에 이 의원이 크게 기여했다.

이 의원은 최근에는 국회 내 활동보다 일본·중국 등을 방문하며, 국가 이익을 위한 대외 활동에 더 치중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6선의 중진의원으로서 ‘작은 정치’보다 ‘큰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정활동 목표이기도 하다.

우선 그는 한·중·일을 잇는 삼각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을 방문해 한·중·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해 정부를 측면 지원했다. 그는 중국 외교부 부부장 출신의 양원창 중국인민외교학회장 등 중국 측 고위 인사들과 만나 국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중 간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최근 한·일의원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국내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도 ‘해결사’를 자임하고 있다. 그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지방의 반발에 대해서 “나는 규제 완화에 찬성하며, 우리 포항은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경기도의 ‘수도권 규제 철폐’ 요구가 거세자 한나라당 경기도당을 방문해 당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또 불교계의 종교 편향 반발이 일자 사찰을 순회하며 ‘불심 달래기’에 앞장서기도 했는데, 경기 화성시의 용주사 정문을 들어가는 과정에서 불교 청년 회원 4~5명이 막아서 잠시 실랑이가 빚어진 일도 있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