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임원들 억대 연봉은 ‘껌값’ 수준

평균 5억대 장기성과급에 독립 사무실·비서·전용 앰뷸런스 대기

삼성전자 임원의 대우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고 재벌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임원이 되면 위상이 얼마나 달라질까? 삼성에서는 임원직급 중 가장 낮은 상무보만 돼도 억대 연봉자로 ‘등극’한다. ‘세후 기준’으로 가져가는 돈이 1억5000만~2억 원(세후 기준)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임원이 되면 연봉만이 전부가 아니다. 올해 삼성전자 임원 800여 명은 2005년 스톡옵션 폐지 대안으로 도입한 ‘장기 성과급’을 받는다.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임원에게 약 4500억 원의 장기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2005년에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 등을 반영해 매년 성과를 평가하고, 기간에 따른 해당금액을 적립해 3년이 되는 시점에 장기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바에 따른 조치다.

현재 삼성전자의 미등기 임원을 약 800명으로 볼 때 한 사람에 약 5억5000만 원의 장기 성과급을 지급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삼성전자의 임원이 될 확률은 1%가 채 안 된다. 전무가 될 확률은 약 0.2%. 부사장 이상에 오르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하지만 임원이 되는 순간 신분은 수직상승한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꿈같은 대우를 받지만 ‘임원=임시 직원’이라고 불릴 만큼 피 말리는 책임도 따르는 게 현실이다.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삼성전자 임원이 되어 타기업 임원보다 자부심을 느끼는 첫째 요소는 연봉과 성과급이다. 가장 낮은 직급인 상무보의 연봉이 세전으로 1억5000만∼2억 원에 이른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한 해 수천억 원대의 흑자를 내는 효자산업인 삼성반도체와 삼성전자 임원들의 연봉은 성과급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 수준이다. 임원이 되면 회사에서 승용차를 받는다. 상무보부터는 SM7이나 그랜저TG를 선택사항으로 받는다. 기름값은 물론 모두 회사가 지원한다. 고급 노트북 컴퓨터은 물론 집에도 데스크톱 컴퓨터를 설치해준다. 독립 사무실도 생기도 비서도 둔다. 임원이 교통사고나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것에 대비해 전용 앰뷸런스도 항시 대기한다.

퇴직하면 성우회서 별도 관리
그러나 삼성전자의 진정한 임원은 전무부터다. 연봉은 3억∼5억 원으로 껑충 뛴다. 차량은 에쿠스로 격상하고 골프장 회원권을 받는다. 삼성이 운영하는 최고급의 골프장은 예약하면 언제든 부킹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전무 이상 임원은 모두 160여 명 정도다. 의료 혜택도 있다. 임원이 되면 부인과 함께 서울삼성병원에서 정밀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항문 내시경을 비롯해 MRI 등 고가의 건강진단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치과 진료에서도 일부 재료비를 빼고, 비용을 전액 지원받는다. 퇴직 이후에도 임원은 여전히 특별대우를 받는다.

삼성은 임원급이 퇴직하면 성우회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성우회는 삼성을 퇴직한 임원들의 모임이다. 또 퇴직한 후 최소 1~2년 동안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임금 등 여러 부문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임원이 됐다고 ‘고생 끝 행복 시작’은 아니다. 꿈같은 혜택을 누리는 만큼 실적을 올려야 하고 실적 부진은 곧바로 ‘퇴출’로 이어진다. 따라서 임원들은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일을 한다. 그래서 임원은 임시 직원의 준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상무 5명 중 1명만 전무가 될 정도로 경쟁은 치열하다. 매년 1월에 있는 삼성전자 정기 인사 발표 전날 인사팀장은 탈락하는 임원을 한 사람씩 불러 퇴출을 통보한다. 이 자리에서 자문역(전무 이하), 상담역(사장 이상) 또는 안식년 등을 결정한다. 삼성의 임원진 중 안식년을 쓰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안식년을 쓴다는 것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부사장 이상은 1년 후 재계약이 가능한 고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모두 임원이 퇴사할 때까지 1∼3년 동안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지원해주기 위한 배려 차원의 인사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