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돈과 조직의 열세, 사람과 열정으로 극복”

문국현의 조직, 사람, 돈… 홍종학 교수 등 캠프 핵심 브레인

8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관에서 (사)미래경제사회포럼과 민생정치준비모임 주최로 열린 희망의 대화에서 참석자들이 인사말을 듣고 있다.

대선의 성패는 조직과 사람, 돈이 좌우한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의 대선 출마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가 과연 기존 정당의 도움 없이 그 세 가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열정과 비전, 후보의 자질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험한 광야가 바로 한국의 대통령 선거다. 문 사장은 과연 그 광야 한복판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직 측면에서 문 사장은 기성 정치세력들과 다른 행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과거와 같은 피라미드형 조직은 많은 시간과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또 그만큼 비리와 낭비의 소지도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직은 대중 속에 있고, 보통사람들의 리더십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문 사장의 평소 조직 철학이다. 그래서 문 사장의 대선 캠프에서 내세우는 조직 원칙은 ‘분권과 연대형 세력화’다.

문 사장의 조직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대선 전략과 정책을 꾸리는 예비캠프다. 대선 출마 선언 즉시 본격 가동할 캠프의 상근자는 20명 정도로 잡혀 있다. 정무, 정책, 홍보, 조직 4개 부문을 근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현재 캠프의 실무총괄은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전 청와대 정책관리비서관)가 맡고 있다.

원혜영·이계안 의원 합류할 듯

희망포럼의 운영위원이기도 한 신 교수는 그간 유한킴벌리의 평생학습체제, 지식화 방안에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면서 문 사장에게는 ‘이데올로그’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캠프 내에서는 정책과 정무 부문을 맡고 있다.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면 선대위원장을 맡을 중량급 인사를 수혈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때까지는 신 교수가 캠프의 전반적인 전략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문 사장의 지론이기도 한 ‘중소기업 지식화 방안’을 통해 생산성 향상-기업 경쟁력 강화-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의 뉴 패러다임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정치권에서는 기업가 출신인 원혜영 의원, 이계안 의원 등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그간 문 사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측근 그룹이다. 학계에서는 윤원배 교수(숙명여대 경제학·전 금감위 부위원장), 윤여진 교수(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홍종학 교수(경원대 경제학), 조우현 교수(숭실대 경제학과) 등이 향후 문 사장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전재경 생명회의 대표가 문 사장의 지근거리에서 조직, 기획 일을 돕고 있다. 전재경 생명회의 대표는 시민운동 인사들을 대상으로 ‘연대형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는 조직 방면의 핵심 브레인이다. 그는 그간 생명회의 대표를 맡아 환경, 지방자치, 인권 등의 문제에 ‘근원적인 개혁’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원혜영 의원, 이계안 의원, 홍종학 교수(왼쪽부터)

새로운 정당의 모태는 ‘창조한국’

문 사장이 추구하는 새로운 정당의 모태는 ‘창조한국’이다. 창조한국은 일단 정당이 아닌 비정부기구를 지향한다. 캠프에서는 ‘창조한국’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비정부기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전재경 생명회의 대표는 “창조한국은 다른 정파와 연대, 정당을 만들어낸 후 정책 의제를 발굴하고 제도화된 정당을 후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 사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직후부터 정당의 조직화를 진행할 것이란 얘기다.

향후 문 사장의 정당 조직은 창조정치모임(가칭)을 토대로 구성할 것이다. 창조정치모임이 독자 정당화를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기성 정당과의 연대를 모색할 것인지는 아직 가변적이다. 정치적 지형의 변동에 따라 결정하되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이 우선할 수는 없다는 것이 문 사장의 복심이다. 정강정책이 아닌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잡탕 정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창조한국은 9월 2일 창립 발기인 대회를 거쳐 지역별 조직화를 진행하고 적절한 시기에 전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당조직인 창조정치모임은 8월부터 문 사장을 중심으로 정파를 형성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독자적 정파를 형성한 이후에 문 사장은 범여권과 대화를 통해 대통합 또는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문 사장의 대권가도를 동행할 사람들은 아직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 있다. 일단의 전문직 인사들과 시민운동 단체의 활동가들 그리고 기업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진보적 성향의 정치인들도 지지 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사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정당을 결성하기 전까지는 정당법이나 공적선거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관련자들의 공개를 꺼리고 있다.

문 사장의 정책 비전은 오랫동안 그와 함께 ‘창조경제포럼’을 이끌어온 경제학자들과 경영학자들이 수립하고 있다. 창조경제포럼은 ‘사람이 경쟁력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사람입국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있다. 동해경협벨트와 사회복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을 구상하는 전문가 그룹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 도움 줄 인사 적지 않을 것”

문 사장의 정책비전에 공감하는 수도권과 지방의 조직위원들은 지역과 직능 면에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지역(서울·경기·인천)에서는 새만금 미래세대 소송 주임변호사 등으로 활동한 박오순 변호사, 생명회의 황은주 유사, 부천시민운동연합의 백선기 공동대표, 벤처기업가 이수원 사장, 생명회의 이정미 유사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의 신효중 교수(강원대), 충남의 황대식 사무총장(한국해양구조단), 충북의 강대식 박사(충북발전범도민연대 사무총장), 대전의 김찬희 사장(중소기업 CEO), 전북의 최규섭 한의사, 경북의 정의선 회장(경북벤처농업인회), 부산의 김대실 국장(환경단체 ‘맑고 향기롭게’), 경남의 이암 공동대표(열린사회희망연대), 광주의 전승수 교수(전남대), 전남의 박상일 회장(해남혁신협의회)과 조현교 월간 ‘지리산 사람들’ 구례본부장, 그리고 제주의 황석규 교수(제주대) 등이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 사장이 대선 과정에서 필요한 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느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캠프 내 한 인사는 “문 사장은 그간 다양한 곳에 돈을 기부해 남아 있는 재산이 그리 많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수십 년간 사회활동을 통해 맺은 인맥 중에는 재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캠프 내 고원씨는 “앞서 출발한 사람들보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지만 자발적 열정을 자극하고 살리는 방법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등 은닉 재산 의혹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와 비교해 오히려 극적인 차별성을 갖게 되리란 얘기다.

<한기홍 편집위원 glutton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