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민주신당 참여 공식요청 못 받았다”

직격인터뷰ㅣ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범여권의 대선 후보군에 합류했다. 성공한 기업인이자 왕성한 사회운동가인 문 사장이 대권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문 사장은 한나라당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민적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대통령병’에 걸린 초라한 기업인으로 남을까. 문국현 사장을 8월 15일 오후 제주 제주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대선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문 사장은 이날 제주를 방문해 지지모임인 ‘제주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창조한국의 과제와 기회’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특별 강연을 했다.

- 회사 정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되고 있나.

“최근 방한한 킴벌리클라크의 부회장 등 경영진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아시아 지역 최고경영자(CEO)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손을 뗀다고 해도 회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전에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분들이 제가 한국인으로서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살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이 미국에 돌아가서 경영진과 주주들과 의논하고 미국 증시(뉴욕증권거래소)에 공시를 해야 한다. 그때 한국에서도 (사직 문제를) 정식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 8월 23일 정치참여 선언을 한다고 하던데.

“그 날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에 대해 국민들께 제안하는 날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문국현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문국현 솔루션-창조한국 10가지 미래구상’(서재경 저)의 출판기념회도 한다. 국민들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저의 얼굴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왜 문국현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나.

“시민사회·학계에서 말하는 논리는 문제 있는 기업(유한킴벌리)을 성공기업으로 바꿨다든가, 한국 기업인 최초로 세계 최대 기업들과 싸워서 승리하는 변화 역량을 보여줬다든가 그런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21세기 한국 사회에 필요한 지식경제, 창조경제, 고부가치경제(하이로드 경제)를 창조했느냐다. 서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으로 다른 기업인들과 싸워서 이겼고, 이것을 유한학원에만 적용한 것이 아니라 킴벌리클라크를 다른 국가 기업문화에 적용시켰다는 것이다.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과 중견기업에서도 받아들였다. 만약 (제가 한 일을) 행정능력을 가진 정부가 한다면 100배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개념은 제가 몇십 만개 일자리를 만든 것을 국가에 적용하면 수백~수천만 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나라 예산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나.”

- 문 사장은 정치권과 공직 생활이 전무하다. 제2의 정운찬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시민운동을 24년 이상 했고 10개 이상 학회장도 하고 있다. 수백만 시민들이 회원인 수십 개 시민단체 장도 하고 있다. ‘생명의 숲’, ‘내셔널트러스트’, ‘우리강산 푸르게’, ‘뉴페러다임’, ‘희망포럼’ 등이 그것이다. 사회운동, 각종 정책을 24년 동안 해본 사람과 아직 그 쪽을 해보지 않은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 분(정운찬 전 총장)은 학계에서만 일해 왔다. 해외에서도 세계경제포럼 등 유엔과 같이 일했는데, 그런 것들은 일반 기업이나 학자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특별한 자원 없이 창조적으로 해외에서 해낸 것은 오히려 정부보다 훨씬 큰 일을 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사람입국신경쟁력특별위원장 1년 이상, 정책평가위원을 5~6년 했고 고건 전 시장 당시 서울시 특별고문을 맡아 개혁을 3년이나 했다.”

- 문 사장은 같은 CEO 출신으로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어떤 차별성이 있나.

“이명박 전 시장이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지만 그 사람이 활동하던 시기는 25~30년 전이고 그때는 우리가 먹고살기 힘들 때 건설·토건밖에 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 분을 오늘날의 CEO와 비교할 수 없다. 21세기형 CEO는 벤처정신으로 혼이 있는 경영, 투명경영, 신뢰경영을 해야 한다.”

- 민주신당이 창당할 때 왜 합류하지 않았나.

“당시에는 민주신당의 지도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으로) 오라는 사람도 없었다. 또 그 분들도 제가 9월이나 돼야 회사가 마무리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오라고 그럴지는 모르겠다. 아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오라고 한 것은 공식적이 아니다. 당시 저는 계속 해외에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얘기가 나올 때면 누가 초빙했는지, 언론이 했는지 헷갈렸다. 물론 여러 사람이 문서로 요청했더라도 할 것이냐는 별개다.”

- 미래창조연대도 민주신당에 들어갔는데 연락이 없었나.

“모두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관된 이야기 즉 문서로 받거나 한 것은 없다. 오충일 목사(민주신당 대표)도 최근에 한 번도 뵌 적이 없다. 그 분들은 과거를 정리하자는 것이고, 저는 미래를 창조하자는 것이다.”

- 9월 초에 열릴 컷오프(예비 경선)에 나가지 않는 이유는.

“거기 당원이 아니니 참여할 수 없다. 어떻게 들어가겠나? 입당할 필요가 없다. 숫자가 너무 많아서 컷오프하겠다는데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 문 사장의 오픈프라이머리 또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 참여 구상(정치일정)은.

“이론적으로 보면 후보들끼리 TV 방송을 통해 정책을 놓고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제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국민들은 나중에는 1 대 1 구도를 원하는 것 같다. 너무 선택이 많으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들은 가능하면 마지막 순간이 되기 이전에 범야권이든 범여권이든 둘로 나눠야 선택이 쉽다. 하지만 범여권은 극단적으로 스펙트럼이 넓다. 미래세력과 과거세력이 같이 모여 경선하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불가피하게 후보가 셋도 넷도 될 수 있다.”

- 독자 신당·후보단일화 두 가지를 다 상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어느 한 사람의 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미래세력 입장에서 얘기해야 한다. 미래의 새로운 한국을 재창조하고, 지식사회로 바꾸고, 기업을 바꾸고자 원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상대로 하다 보니까 일정이나 방식에 대한 집착이 덜하다. 국민 속에 답이 있다고 보고 유연하게 나가고 여유 있게 나가야 한다. 일부는 왜 이렇게 합류를 안 하느냐고 하지만 국민의 정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국민들은 항상 지도자들보다 현명하다. 지도자들은 욕심이 많아 국민의 뜻을 거스를 때가 많다.”

- ‘창조한국’을 기반으로 독자 정치조직(당)을 만들려고 한다는데.

“나 혼자 답변할 일이 아니다. 미래세력이 8월 하순에 국민과의 대화를 제안할 때 거기서 논의할 문제다. 국민들이 당을 만들라고 하면 만들 것이다. 다만 시간에 쫓길 것이다. 아직은 기존 정당이 워낙 많으니까 그런 곳이 변신하면서 신뢰를 받으면 언제나 연대하고 힘을 합치는 것이 좋지만 최악의 경우 미래세력이 독자적으로 갈 수 있다. 어떤 것도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가능한 서로 연대하고 통합하고 소통해서 국민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독자세력화할 경우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 문 사장의 국민적 지지율은 1%도 안 된다. 단 시일 내에 국민적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특별한 방안이 있나.

“미래세력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미래세력은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기존의 방식으로 누가 정치를 오래했느냐, 누가 국회의원 몇 명을 갖고 있느냐는 것은 관심이 없고 누가 신(新)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느냐, 양극화를 해결해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있다. 누가 국민과 대화하느냐가 해답이다. ”

- 손학규 후보는 최근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이력 때문에 범여권 주자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비판받고 있는데.

“그 분은 한나라당에 계셨어야 한다. 거기서 14년씩이나 있었는데 나오는 바람에 국민들에게 엄청난 혼선을 주었다. 가치관의 혼란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완충기간을 가졌어야 하는데 이쪽에서 섰다가 갑자기 저쪽에 서니까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얼마 전까지 그쪽에서 경선에서 유리한 곳에 가려고 했다. 범여권을 앞장서서 비난하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거꾸로 이쪽에 와서 한나라당을 비난한다. 혼란스럽다. 이 쪽이 진짜 범여인지 잘 모르겠다. 그 분은 아무튼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 대선후보 경쟁에서 탈락하더라도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미래세력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문가 영역에서 25~30년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본인들이 누리던 사회적 지위와 특권을 포기하고 나오는 것은 엄청난 각오를 하고 나온 것이다. 잠시 머무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것이다. 성공하지 못해도 국민들에게 전할 얘기는 많을 것이다. 나쁜 사람들이 (대통령)되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이니까, 국가와 사회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본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