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원보다 ‘인성교육 캠프’ 보내라

공부만 잘해선 2% 부족… 최근 청소년 리더십스쿨 참가학생 급증

리더십스쿨에 참가해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여보! 우리 아이를 학원을 보내지 말고 인성교육부터 먼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어느날 남편이 이런 말을 한다면 아내는 펄쩍 뛸 것이다. 아마도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남편쯤으로 ‘매도’ 당할지도 모른다. 이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 아내는 아마도 “지금이 어느때인데 시시콜콜하게 인성교육을 운운한답니까” 라고 톡 쏘아붙일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게 성적이고 아이의 성적을 올릴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불사하겠다는 전의에 불타는데 뚱딴지 같은 소리를 늘어놓는 남편이 미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아이를 이곳저곳 학원으로 실어나르며 전쟁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게 요즘 엄마들의 일과다.

부부간 자녀교육 궁합 좋아야

그러나 이런 식으로 자녀교육을 놓고 부부끼리 엇나가기 시작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당장 집안의 공기부터 싸늘해진다. 남편은 남편대로 할 말이 있다. “그래, 얼마나 잘 하는지 두고 보자. 자식교육은 멀리 봐야지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아내의 자녀교육 노선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 이런 가정의 경우 조기 해외유학이나 조기 해외어학연수를 놓고는 서로 의견이 충돌할 게 뻔하다. 급기야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남편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해외로 떠나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부부간의 궁합이 아무리 좋아도 금실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자식교육을 둘러싸고 심지어 가정이 파탄나고 파경에 이르기도 하는 게 요즘 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새 자녀교육 열풍이 거세지면서 자식교육에 대한 의견충돌로 가정불화를 겪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요즘에는 부부 궁합만 좋아서는 가정의 화합을 이룰 수 없다. 궁합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자녀교육에 대한 궁합도 좋아야 한다. 교육에 대해 부부간에 먼저 의견일치를 보아야 자식농사도 성공할 수 있다. 마치 본말이 전도된 것처럼 가정의 화합은 자식교육에 대한 부부간의 궁합이 좋아야 금실도 더 좋아지는 웃지 못할 상황인 것이다.

최근 인성계발 트레이닝 교육이 뜨고 있다. 학원 등 지식위주 교육의 ‘극성스러움’에서 한발 물러나 리더십이나 진로, 인생목표, 시간관리 등을 교육하는 리더십 교육 센터를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듣는 리더십 스쿨의 대상자도 초등학생으로 확대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벌써부터 시간관리나 리더십 등의 용어를 입에 담고 심지어 ‘자기경영’이라는 말까지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리더십교육은 대개 직장인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과정의 일환으로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인성계발 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는 곳으로는 윌리엄연구소, 카네기연구소 등을 비롯해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주로 방학 중에 하는 국토순례나 예절교육 등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경영 마인드’를 바탕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과 계획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도록 이끌어준다.

카네기연구소의 경우 청소년들에게 비전과 열정과 성공적인 삶의 기초를 심어주는 청소년 인성개발 트레이닝으로 청소년코스의 리더십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에서는 ▲비전을 세우고 집중하는 열정 ▲자신의 의견을 많은 사람 앞에서 편안하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능력 ▲다른 사람들과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 ▲스트레스와 걱정을 긍정적인 태도로 해결하는 능력 ▲복잡하고 경쟁적인 환경에 대처하는 자신감과 자기 존경심 ▲기억력 증진 ▲리더십 자질연마 등을 교육하고 있다. 대부분의 덕목들이 직장인들이 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윌리엄연구소에서는 청소년리더십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중고생 대상 인간경영 훈련을 내세우며 발표와 스피치 능력, 대인관계와 리더십을 길러주는 과정이다.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주니어 성공 도와주기’와 코칭클리닉 등 교육을 실시하면서 학부모와 참가한 청소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병호경영연구소는 2004년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병호의 자기경영 과정’을 시작한 데 이어 고교생에서 다시 초등학생으로 확대했다. 현재 고교생은 33기, 중학생은 30기 초중학생은 3기까지 수료했다. 주로 일요일에 교육이 진행되는데, 부산 등 지방 학생들도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방학이나 주말에 운영하는데, 짧게는 하루 8시간 등 집중교육이나 3일간 등 다양하다.

스피치 능력·대인관계 등 연마

리더십 등 인성계발 트레이닝에 참가한 학생들은 참가 전후 확연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교육에 참가했는데, 막상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계획과 목표 없이 살아왔는지, 자기계발에 소홀했는지를 반성하게 됐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윌리엄연구소에서 ‘윌리엄 석세스 트레이닝’ 교육을 받은 고은찬(청평중3)은 “끈기와 열정, 리더십, 비전, 대인관계 등을 배웠다. 정말 뜻 깊은 3일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경민(동명중 1)은 “처음에는 누구나 오기 싫고 하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단 하루일 뿐이다. 3일 동안 정말 재미있고 신나기 때문에 그 시간이 안 아깝다.”

지식교육이 극성을 부릴수록 인성교육은 더욱 중요해진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기업에 들어가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직장내 부적응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지식이 많아도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인간관계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라고 하겠지만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공공의 적’(2002)은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가 원칙 없이 이루어질 경우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에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지를 교훈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서 조규환(이성재 분)은 펀드매니저로,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엘리트지만 부모가 복지시설에 재산을 기부하려 하자 부모를 살해한다. 아들의 손에 죽임을 당한 부모는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키웠지만 삶의 지침이 되는 원칙과 철학 없이 ‘엘리트 만들기’에만 급급했는지 모른다.

교육

자녀교육의 궁합은 부부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간의 궁합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만 부모는 자녀교육의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또 자녀는 부모의 노고에 감사하며 더욱 용맹정진하게 된다. 자녀는 지식이 높기 이전에 먼저 인간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똑똑한 자녀가 오히려 평생 부모의 짐이 될 수도 있다.

<최효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