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기회, 음식혁명

북미육류협회에 따르면 미국 육류산업의 규모는 2016년 기준 1조 달러로 미국 전체 GDP의 6%에 해당된다. 같은 해 세계은행 자료에 근거했을 때 군사대국인 미국 국방비가 GDP의 3.3%인 것을 감안한다면, 미국 육류산업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 육류산업이 엄청나게 큰 것은 미국 사람들의 육류 소비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와닿는 이야기일 것이다. 쉬운 예로 미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스테이크라는 거 자체가 그릇 일부에 장식처럼 앉아 있는 샐러드를 제외한다면 거의 고기만 먹는 음식이다. 게다가 미국 사람들 음식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많이 먹는 것이다. 고기를 즐겨 먹을 뿐 아니라 많이 먹다보니 미국이라는 나라가 육류산업에는 천국일 수밖에 없다.

임파서블 푸드 홈페이지.

그러나 이런 육류산업의 거대 산업화에 대해서 지난 수십 년간 비판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런 비판은 크게 건강과 환경, 두 가지 관점에서 대두된다. 첫째로, 미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과체중인 인구가 가장 많은 비만국가란 오명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인의 육류 중심, 가공 그리고 패스트 푸드 중심, 과다 섭취 경향의 음식문화를 그 원인으로 지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둘째로,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육류 소비 수요를 감당하려면 그만큼 땅, 물을 비롯한 희소한 자연환경자원을 소비하고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생태계 보호의 차원에서 이에 대해 성토하는 사람 역시 느는 추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채식 중심 식단을 강조하는 흐름이 미국의 양안지역(캘리포니아, 뉴욕 등)에서는 이미 정착되어 가는 추세다. 이런 곳에서는 여느 식당을 들어가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명분뿐 아니라 1조 달러나 되는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밸리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 중 하나를 꼽자면 2011년에 창업한 임파서블 푸드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은 100% 고기가 없으나 고기맛, 향, 시각적인 효과까지 나는 임파서블 버거다. 창업자는 스탠퍼드 교수 출신인 패트릭 브라운으로 분자 수준으로 햄버거를 분석해서 대체상품을 만들어 냈다. 역시 2011년에 창업한 또 다른 비슷한 스타트업인 햄프톤 크릭은 비욘드 에그라 불리는 계란 대체상품을 만든다. 이 기업은 2014년 아시아 최대 부호인 리카싱에게 2300만 달러(한화 260억원)를 투자를 받았다. 현재 이런 육류 식품 대체 스타트업은 자사 상품을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스타트업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 UC 버클리에서는 육류 대체 연구소(alt-meat lab)를 만들어서 관련 연구 도모는 물론 연구 결과의 공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의식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나아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식량 생산은 여전히 과거 대규모 공장제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 기업가 정신, 기술이 이러한 산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김재연 (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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