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대중의 생각을 모으는 ‘크라우드소싱’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퀄키(Quirky)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독특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크라우드소싱이란 대중의 참여로 기업의 제품 또는 서비스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뜻하는데, 퀄키는 특유의 아이디어·디자인·품질 등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크라우드소싱은 웹2.0 시절부터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평가받은 바 있다. 하지만 퀄키는 제품 개발·제조와 같이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선 제한적이기도 했던 크라우드소싱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퀄키의 제품 개발과정은 발명자의 아이디어 제출에 이은 이용자들의 투표, 아이디어 평가행사 개최, 제품 기획과정에의 이용자 참여, 그리고 실제 제품의 제조와 출시로 이뤄진다. 매주 수천개에 달하는 아이디어들이 등록되고, 이용자들은 퀄키에 등록된 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검토해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에 투표를 하게 된다.

매주 목요일에는 뉴욕 본사에서 전문가, 관련 커뮤니티 멤버 등이 모인 오프라인 행사가 열린다. 행사 내용은 인터넷 라이브로 중계된다. 참가자들은 맥주를 마시면서 아이디어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논쟁을 하며, 다음에 생산할 제품을 결정하게 된다.

개발자와 이용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퀄키의 아이디어 평가행사장의 모습. | 퀄키 홈페이지

퀄키는 해당 행사를 ‘의식’(ritual)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행사야말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뒤섞여 화학반응을 만들어내는 퀄키의 엔진이다.

개발할 제품이 선정되면 본격적인 제품 기획에 들어간다. 이때도 이용자들은 디자인·기능·색상·스타일·네이밍·가격 등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엔지니어링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용자가 참여한 행위는 ‘영향력’으로 측정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기획을 마친 제품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퀄키는 제조 전문가와 최신 제조기술 및 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3D프린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로 제품이 출시되고 퀄키가 운영하는 쇼핑몰 및 판매처를 통해 판매가 시작된다. 퀄키는 지금까지 회전이 가능한 서지오(Pivot Power), 달걀의 신선도를 체크할 수 있는 장치(Egg Minder), 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표시해주는 대시보드(Nimbus), USB 허브가 결합된 모니터 스탠드(Space Bar), 다목적의 LED 조명장치(Mantis)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2012년 약 1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퀄키의 독특한 부분 중 하나는 제품 판매 시 해당 제품의 아이디어 발명자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제품 개발 이력을 통해 개발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과 활동내역을 상세하게 조회할 수 있다.

제품에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퀄키는 2013년 12월 기준으로 약 63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벤처캐피털로부터 지금까지 약 18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국내에도 퀄키의 모델을 본떠 2012년 11월에 개설된 아이봉의 ‘아이디어오디션’ 사이트가 있는데, 2013년 7월부터 ‘무한상상 국민 창업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이 주관하고 아이봉에 위탁 운영을 맡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생산이 결정된 제품은 12종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사업에 퀄키처럼 이용자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축제와 같은 오프라인 행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퀄키의 가치는 단지 사업의 콘셉트와 기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충성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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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바로 크라우드소싱의 본질이다. 이제 우리도 기능의 모방이 아니라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peopleware.kr)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