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반쪽짜리 시청률 대신 ‘통합시청률’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올해 8주년을 맞았다. 2005년 ‘무모한 도전’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지하철보다 빨리 달리기’, ‘황소와 줄다리기 하기’ 등 멤버들의 황당무계한 도전기가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무한도전’으로 프로그램명을 바꾸고 신선한 소재와 다양한 형식을 과감하게 도입하면서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연간 프로젝트 중 하나인 ‘무한도전 가요제’가 끝나면 프로그램에 나왔던 음악들은 어김없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무한도전 달력의 배경이 된 뉴욕 브루클린 지역 다리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처럼 ‘국민 예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무한도전>이지만 구체적인 시청률 수치를 놓고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11월 마지막 주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13.7%로 같은 날 방송된 <아침마당>과의 격차는 2%포인트도 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방송 콘텐츠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콘텐츠파워지수(CPI)의 경우 <무한도전>은 우리나라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1~3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 중인 <아침마당>은 순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영향력과 비례할 수밖에 없을 텐데, 지금 우리의 시청률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무한도전>과 같이 콘텐츠의 높은 영향력을 기존의 시청률로는 측정하지 못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 통합시청률이 도입될 예정이다.|김문석 기자

기대보다 훨씬 낮은 <무한도전>의 시청률, 그 이유는 바로 그 집계방식에 있다. 지금까지 시청률은 20년 넘게 ‘집 안’에서 ‘TV수상기’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보는 사람들’만을 측정했다. 문제는 이제 ‘집 안 혹은 밖’에서 ‘스마트 기기’를 통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무한도전> 본방송의 경우 약 18%가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시청 중이고, 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한 VOD 이용건수는 매월 수십만건으로 항상 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결국 지금의 시청률은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일부만 반영하는 반쪽짜리 숫자라는 얘기다.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통합시청률(Total Screen Ratings)이다. 통합시청률이란 전통적인 시청률 조사방식에 스마트 기기를 통한 실시간 시청 및 본방송 후 일주일 이내 다시보기(VOD) 시청률까지 합산한 시청률로 국내에는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우리보다 1년 앞서 통합시청률을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PC·스마트폰 등을 통한 시청이 반영되면서 모든 시간대의 전반적인 시청률이 상승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TV 시청률이 낮은 9~17시에도 시청률이 증가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노르웨이의 사례를 보면 이 시간대에 인구의 약 20%인 100만명이 PC·모바일·태블릿 등을 통해 방송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로 인해 시청률 구조가 전반적으로 변했다.

또 영국에서는 본방송 시청률이 낮았던 프로그램이 VOD를 포함하면서 시청률이 역전되는 현상마저 나타나는 등 기존 시청률과는 다른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통합시청률 도입은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일반적으로 방송 콘텐츠의 가치는 광고 단가로 나타나고, 광고 단가는 시청률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통합시청률이 도입됨에 따라 방송사업자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최대한 많은 스크린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즉, TV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콘텐츠를 제대로 평가받는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방송 콘텐츠 사업자들은 광고 수입에 영향을 주는 TV 시청률 하락 등의 이유로 뉴미디어 환경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통합시청률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이제는 시청자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무한도전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통합시청률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양질의 콘텐츠 간 경쟁을 촉발하면서 그간 정체되어온 방송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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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시청률 도입은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