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걱정 반 기대 반

권재현 편집장

한국 축구의 ‘대들보’인 손흥민과 이강인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을 하루 앞두고 탁구를 하러 가는 이강인을 주장 손흥민이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며 나무랐고, 이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일이 터졌다는데요.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월클’ 선수들 간의 다툼이어서 팬들의 충격이 더 큰 듯합니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 말이 많지만, 누구보다 지금 가장 힘들고 괴로운 사람은 당사자들이겠지요. 후배의 하극상에 직면한 선배는 선배대로, 선배의 권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모양새가 돼버린 후배는 후배대로, 심사가 많이 복잡할 테니까요.

감정이 개입된 사건의 진상이야 둘만 알 것이고(어쩌면 이들도 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건지 제대로 모를 수도 있습니다), 빙산의 일각만 접한 제3자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축구를 짊어지고 나아갈 미래 주역들과 직접적으로 얽힌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왕 이리된 이상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1차적인 책임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한테 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중재에 나서 싸움을 멈추고 ‘화해’했다고 하지만 감정의 앙금이란 게 그리 쉽게 풀릴 턱이 없지요. 무엇보다 선수들끼리 감정이 폭발할 정도로 쌓이고 쌓여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형성된 데는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단의 경직된 분위기, 물리적 충돌, 다음날의 졸전에 이르기까지 명백한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긴 어렵지만 감독이란 그런 자리입니다.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유효슈팅 0’이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졸전에 졸전을 거듭한 요르단과의 경기 패배를 마치 선수들 탓인 양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싸움을 뜯어말렸다는 사실에 안주하며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도 안 됩니다. 감독이 제대로 했다면 주장이 그렇게 ‘무리해서’ 나설 필요도 없었을 거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후배가 선배한테 대드는 불상사도 막을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이런 감독을 모셔온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론이 비등합니다. 사태가 더 곪아 터지기 전에 결론을 내고, 그에 합당한 설명과 근본 처방을 내놓아야 합니다. 축구협회의 결자해지를 촉구합니다.

이번이 주간경향 편집장으로서 쓰는 마지막 칼럼입니다. 공교롭게도 리더십이 칼럼의 주제가 돼버렸네요. 2년여 동안 편집장이랍시고 다방면에 걸친 각종 현안에 감 놔라 배 놔라 논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정작 ‘나는 어떤 선장이었던가’ 자문해보게 됩니다. ‘내 코가 석 자’ 수준이었다면 함께 고생해온 부원들에게 미안하고, ‘함께 달릴 만은 했다’고 생각해준다면 그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없겠지요.

편집실에서 구독

독자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새 편집장과 함께 만들어갈 주간경향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저는 또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기사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new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