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다가오면 전화가 온다. 어느 당이 몇 석을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정치 담당 기자이니만큼 정확하게 알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대강은 알려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감’이다. 그런데 이것을 맞힌다고 유능한 기자는 아니다.
지난주 표지 이야기에서 ‘총선 시나리오’를 네 가지로 나눠 추후 정국을 전망했다. 그 첫 번째 시나리오가 범야권 180석 이상이었다. 4·10 총선 결과 첫 번째 시나리오가 맞아떨어졌다. 시쳇말로 ‘돗자리를 깐’ 형국이 됐다. 취재하면서 내내 걱정했던 것은 범야권 200석 이상이었다. 원래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했다가, 취재 결과 이런 가능성도 엄연히 존재해 네 가지 시나리오로 확대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로 남겨뒀다. 그런데 전문가들 역시 범야권 200석 이상은 낮게 보았다.
4월 10일 선거가 마치자마자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는 달랐다. 범야권 200석 확보가 유력시된다는 것이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지막 시나리오로 추가하길 잘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 개표 결과는 또 달랐다. 출구조사의 예측 실패였다.
사람들은 여론조사의 숫자에 울고 웃는다. 2002년 대선 취재에 처음 나섰을 때 여론조사 전문가가 기자에게 한 명언은 “여론조사는 카메라의 뚜렷한 사진이 아니라 윤곽만 겨우 나타나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그 여론조사의 숫자에 취하면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수많은 여론조사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더욱더 어리석다.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흐름일 뿐이다. 그래서 누가 맞히고 맞히지 않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바둑에서 보듯 프로기사는 대국 내내 자신의 집과 상대방의 집을 헤아린다. 그 이유는 향후 중반·종반전에서 과감하게 둬야 할지, 집을 지키면서 유연하게 둘지 방향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기 위해 참고로 사용해야 한다. 여론조사가 ‘점쟁이’처럼 승부를 정확히 맞히는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난번에서 어느 기관에서 잘 맞혔으니 이 여론조사를 믿어야 한다는 맹신 또한 맞지 않는다. 매번 같은 기준으로,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여론조사의 흐름을 잘 봐야 한다. 쏟아지는 여론조사 속에서 나름의 혜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