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양승훈 지음·부키·1만9800원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대 생산기지, 울산.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라는 ‘3대 산업’을 축으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과 총소득 모두에서 전국 1위를 달려왔다. 그런데 이 도시에 쇠락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울산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주도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기술 혁신을 담당할 연구소는 천안 이북의 수도권으로 떠났다. 고임금의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저임금의 하청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분절은 골이 깊다. ‘가방끈’의 길이와 무관하게 성실하고 근면하다면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던 ‘노동 계급 중산층’ 신화도 무너지고 있다. 그 신화는 산업 가부장인 아버지들의 일자리는 지켰지만, 역설적으로 청년과 여성이 들어갈 일자리를 위축시켰다. 울산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한국의 산업도시, 한국 제조업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거제조선소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2019년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내놓았던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가 5년 만에 내놓은 책은 거제에서 울산으로, 울산에서 대한민국으로 논의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편의점 30년째
니시나 요시노 지음·김미형 옮김·엘리·1만6800원
일본 국도변에서 30년 넘게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한 편의점주의 직업 일기. 처음 편의점을 계약할 때 반드시 부부가 함께 일하겠다고 계약서에 사인해야 했다. 혼자 일해 가족을 부양할 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저자는 남편과 밤낮으로 교대하며 1087일간 하루도 쉬지 못했다. 그렇게 일해도 본사 로열티, 직원 인건비, 전기료와 수도료를 빼고 나면 수입은 제자리걸음이다. 벼랑 끝에 서서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버틴 지난 30년의 업무 일지를 담담히 풀어냈다.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오건호 지음·서해문집·1만8000원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이면 고갈된다는 전망은 노후에 대한 불안을 불렀다.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연금개혁이 불가피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 연금이 못 미더운 30대 기자와 곧 연금생활자가 될 60대 연금학자가 이 난제를 두고 주고받은 이야기를 엮었다.
하이라이프
김사과 지음·창비·1만5000원
소설가 김사과가 <더 나쁜 쪽으로>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소설집. 아홉 편의 단편은 도시와 고급 아파트, 소비에 중독된 중산층의 욕망을 다룬다.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이 녹아들어 있다.
그림 없는 그림책
남지은 지음·문학동네·1만2000원
남지은 시인이 12년 만에 펴낸 첫 시집. ‘그림 없는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이 없는 안데르센의 동화집 제목이다. 그림이 없기에 독자는 그림이 보여주는 것 이상을 상상할 수 있다. 이 시집도 절제된 언어로 독자가 더 많은 것을 그릴 수 있게 한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