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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봄꽃 없는 봄꽃 축제

각 지자체의 봄꽃 축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등 달라진 날씨로 개화 시기 예측이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해 벚꽃이 피고 열흘이 지난 뒤 열렸던 ‘여의도 봄꽃 축제’는 올해는 지난 3월 29일에 개막했는데 추운 날씨와 부족한 일조량 탓에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도 지난 3월 21일부터 사흘간 ‘응봉산 개나리 축제’를 열었지만, 개나리가 만개하지 않아 ‘축제’라는 말을 붙이기엔 머쓱했다. 서울 성북구는 개화 시기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봄 축제’를 아예 꽃이 지고 난 뒤에 시작하기로 했다.

“아휴 딱 일주일만 늦게 올걸.”

서울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 중 하나인 ‘호수벚꽃축제’ 개막일인 지난 3월 27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찾은 시민들은 아쉬워했다. 지난해보다 일주일 앞당겨 축제를 열었지만, 쌀쌀한 날씨 탓에 벚꽃은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따뜻해서, 올해에는 추워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이어졌다. 콘서트와 개막식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고 프리마켓과 체험행사 부스가 놓였지만, 주인공인 꽃이 없다 보니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호수를 걷다 고개를 들어 본 벚나무 가지 사이로 가만히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이 눈에 들어왔다. 상춘객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려는 듯한 벚꽃의 자태에 잠깐이지만 위안을 얻는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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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