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의 봄꽃 축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등 달라진 날씨로 개화 시기 예측이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해 벚꽃이 피고 열흘이 지난 뒤 열렸던 ‘여의도 봄꽃 축제’는 올해는 지난 3월 29일에 개막했는데 추운 날씨와 부족한 일조량 탓에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도 지난 3월 21일부터 사흘간 ‘응봉산 개나리 축제’를 열었지만, 개나리가 만개하지 않아 ‘축제’라는 말을 붙이기엔 머쓱했다. 서울 성북구는 개화 시기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봄 축제’를 아예 꽃이 지고 난 뒤에 시작하기로 했다.
“아휴 딱 일주일만 늦게 올걸.”
서울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 중 하나인 ‘호수벚꽃축제’ 개막일인 지난 3월 27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찾은 시민들은 아쉬워했다. 지난해보다 일주일 앞당겨 축제를 열었지만, 쌀쌀한 날씨 탓에 벚꽃은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따뜻해서, 올해에는 추워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이어졌다. 콘서트와 개막식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고 프리마켓과 체험행사 부스가 놓였지만, 주인공인 꽃이 없다 보니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호수를 걷다 고개를 들어 본 벚나무 가지 사이로 가만히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이 눈에 들어왔다. 상춘객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려는 듯한 벚꽃의 자태에 잠깐이지만 위안을 얻는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