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개인정보 유출 엄벌하라

애플, 구글 등과 같은 플랫폼 업체를 비롯해 SK텔레콤, KT 등의 통신사들은 자사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게임, 음악, 영화, TV프로그램, 전자책 등의 콘텐츠를 단일 계정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최근에는 전자지갑까지 통합하고 있다. 신용카드, 상품권, 전자화폐, 교통카드, 쿠폰, 신분증, 멤버십카드 등을 모두 한 곳에 담아 보관하는 전자지갑은 사용자들에게 상당한 편의성을 제공한다.

한편으로 전자지갑을 통해 기업은 사용자의 각종 정보와 평소 소비 습관을 모두 수집하게 되며, 이를 분석해 개인화된 맞춤광고를 내보내거나 각종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민감한 개인정보들을 다량으로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내부자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외부의 해킹 또한 큰 위험요소다.

과거에 비해 기업들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훨씬 더 많이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실수 또는 고의로 정보를 유출할 경우 개인 사용자들이 입게 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군다나 지금은 SNS의 시대다. 만일 어떤 개인의 SNS 데이터에다 해킹 또는 유출된 개인정보를 조합해 악용한다면 어떨까? 더욱이 전자지갑까지 해킹된다면 엄청난 디지털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글의 전자지갑 서비스 | 출처: 구글

일부 기업들은 개인정보 수집 및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관련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당장의 수익을 올리는 데 급급한 나머지, 고객 데이터의 보안 및 사생활 보호에는 그리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고객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매각하기도 하며, 보안시스템의 허술함으로 인해 직원이 고객 데이터를 손쉽게 외부에 유출하거나 중학생에 의해 해킹을 당하기도 한다.

기업이란 원래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인데다, 최근에는 최고경영자가 언제든지 경질될 수 있을 정도로 실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분기 실적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고객데이터 판매에 유혹을 느끼거나 보안시스템에 투자를 미루는 최고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한 기업 환경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전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건 사후 처벌이다. 정부는 기업에서 개인정보의 악용이나 유출이 발생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상황을 보면 기업의 책임이 너무 미약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거의 처벌을 받지 않을 정도다.

예를 들어, 옥션의 경우 2008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킨 바 있다. 사건 초기에는 일부 회원의 개인정보만 유출됐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18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법원은 기업이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으므로 아무런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한 2011년 7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싸이월드 등의 회원정보가 해킹돼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기업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기업의 책임을 간과해서는 기업이 보안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호할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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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정부는 업체의 실수나 고의성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직원의 행위나 해커의 침입 등 모든 개인정보 유출에 있어서 그 궁극적인 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기업이 보안시스템에 적극 투자를 할 것이고, 사용자들이 기업을 신뢰할 수 있다. 그런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만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http://peopleware.kr)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