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관용의 윤리는 21세기 경쟁력이다

우리는 제3차 산업혁명이라 하는 네트워크 혁명을 직면했다. 컴퓨팅 파워는 지난 30년 동안 매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해왔다. ‘스마트 파워’로 유명한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종종 인용하는 것처럼 이 속도로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다면 오늘날 자동차 가격은 한 대당 5달러, 환율 1100원 기준으로 약 55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아가 모바일을 중심으로 이러한 컴퓨팅 파워가 저개발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수년 내 인터넷 인구가 5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 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의 발달로 사람뿐 아니라 기계의 소통도 진전된다. 사람과 기계가 모두 더 똑똑해진다. 새로운 지능의 탄생이니 혹은 인간종의 변화가 나타나는 기술적 전환기(technological singularity)가 등장하는 것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제3차 산업혁명은 이제야 시작이다.

지하철에 구글 안경을 끼고 등장한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 노아 저킨 트위터

그러나 위와 같은 급격한 기술적·사회적 변화가 기술을 만들고 활용하는 것은 인간이며, 그 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라는 기본 전제를 바꾸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동기와 사회의 역학을 잘 이해하여 정책을 짜고 실행하는 국가가 산업혁명 시기 우세를 점했다. 예를 들어 영국이 대항해시대에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남유럽 국가에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의 정치·경제 시스템 때문이다.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왕권과 신권의 권력 분산 체제를 갖고 있었다. 이는 대항해시대의 출발에서는 약점이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왕권에 의한 동원 체제보다 느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이 약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이 폐쇄적 정치·경제 시스템 때문에 대항해시대를 통해 확보한 부가 국왕 권력을 살찌우는 데 주로 쓰였다. 새로운 권력이 창출되는 것을 제한했다. 반대로 영국은 권력의 분산 덕분에 대항해 시대를 통해 창출된 부가 흔히 ‘젠트리’라 하는 새로운 상공 세력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이들이 영국 산업혁명의 적극적 지지자가 됐다. 그들의 부는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된 재화를 무역을 통해 다른 지역의 재화와 교환함으로써 축적이 됐기 때문이다.

근대 프랑스와 영국사의 비교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는 일찍이 절대왕정을 달성했다. 루이 14세는 태양왕이었다. 라틴어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어가 유럽 지식인의 언어로 쓰였다. 그러나 18세기 프랑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부강하지만, 실상은 비대하고 무관심한 행정권력이 지배하는 국가였다. 경제적으로 취약해진 계층은 비대해지고 국가의 부채는 증가했다. 이를 극복하려는 당대 지식인층의 몽상적 개혁들이 실패했다. 결국 이런 사회현실을 바탕으로 1789년 혁명이 발발한다. 그러나 이 프랑스 구체제의 몰락은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예고된 것이다. 영국에서 명예혁명이 일어나기 3년 전인 1685년 프랑스는 구교와 신교 간의 관용을 표방했던 낭트칙령을 폐지한다. 앙리4세가 공포한 낭트칙령은 한 세기 동안 프랑스의 산업 발달을 이끌었다. 덕분에 프랑스 산업화의 기수인 신교도 혹은 위그노는 프랑스를 떠나 영국 등지로 이주한다. 그리고 영국의 산업화에 한몫을 차지한다. 미래를 열 수 있는 인재를 잃은 나라에게 열린 미래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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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최근 학자들이 재조명하고 있는 것처럼 나와 다른 개인, 조직을 포용하여 그들을 활용하고 혜택을 누리는 전략적 관용(strategic tolerance)은 21세기에도, 제3차 산업혁명에도 중요하다. 미국의 신경제를 이끌고 있는 것은 실리콘밸리다. 미국에서도 가장 발달한 이민사회다. 인텔 창업의 주역인 앤디 그로브는 헝가리 이민자 출신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부모는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했다. 창조적 인재들은 예나 지금이나 더 자유롭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바로 그 기회를 찾는다. 그리고 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최근 미국, 캐나다는 공격적 이민정책을 펴서 자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의 우수한 엔지니어와 창업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글로벌 인재 포용 정책, 그를 위한 관용 정책이 새 정부의 우선순위다. 관용의 윤리는 스타트업 정신, 21세기 경쟁력의 근원이다.

김재연<‘누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죽이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