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미트스핀을 아십니까

출처=DC인사이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난 직후, DC인사이드의 ‘힛갤’에는 ‘끝없이 돌아가는 나까지마’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결승전에서 한국 수비수의 플레이를 방해한 일본팀 대표 나카지마의 행동을 패러디한 게시물이다. 나카지마 패러디는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을용타’처럼 다양한 응용이 쏟아졌다. 가장 널리 알려진 패러디는 일본 피겨선수 아사다 마오의 무릎을 잡고 있는 나카지마.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의 실수와 나카지마의 더티플레이를 연결시키는 내용이다.

그나저나 DC인사이드 ‘힛갤’에 올라간 ‘끝없이 돌아가는 나까지마’는 뭐가 웃긴 것인지, 맥락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 1년 전쯤에도 비슷한 게시물이 힛갤에 올라온 적이 있다. 이때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은 나카지마 선수가 아닌 강아지였다. 도는 것 이외에 또 공통점이 있다. Dead or Alive라는 1980년대 영국 뉴웨이브 그룹의 노래 ‘유 스핀 미 라운드 You Spin Me Round(like a Record)’라는 노래가 배경에 깔린다. 또 댓글을 단 이들은 ‘병맛’이라며 미트스핀을 거론한다.

1980년대 팝음악에 약간의 조예라도 있다면 저 노래를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영국 차트에서 넘버1을 기록했고, 미국 빌보드 차트에도 상위권을 차지했던 노래다. 꽤 유명한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이들의 공식 홈페이지는 아직까지 없다. (위키피디아에 소개되어 있는 밴드의 공식페이지는 아래에 소개할 ‘미트스핀’ 페이지를 링크해놓은 것이다. 역시 누군가의 장난인 듯하다.)

인터넷 검색 엔진에 ‘미트스핀’을 넣으면 주로 나오는 것은 ‘미트스핀’이 도대체 뭐냐는 질문이다. 미트스핀에 테러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이 ‘미트스핀 테러’는 한국의 고유한 인터넷 문화는 아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영어로 ‘meatspin’을 쳐보면 화면은 보이지 않은 채 인터넷을 들여다보다 화들짝 놀라는 외국 소년의 모습 등이 올라와 있다. 요란한 “유 스핀 미 라운드 베이비 라운드…”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미트스핀’ 때문이다. 저 바닥에서는 국제적인 공식 은어가 된 지 벌써 몇 년 됐다. 비슷한 계열의 사이트들이 연합한 미트스핀 네트워크(meatspin network)도 있다. 한때 도메인을 운영할 돈이 없어 공중분해됐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지금도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IP를 추적해보면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고대디 소프트웨어’라는 회사에서 호스팅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넷

어쨌든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정 궁금한 사람은 www.meatspin.com으로 접속해보라. 단, 심장이 약하거나 기가 허한 분들은 삼가기를. 책임은 못 진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