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점화하는 졸작’의 압박

사진 출처 = 네이버 붐

굳이 WBC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은 도처에서 실감한다. 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은 “동경 지하철 노선도에 한글 설명이 붙어 있어 전혀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다. 한 5년 전에는 없었다. 하긴 우리나라도 기차나 명동거리에서 일본어 안내를 하니, 마찬가지의 편리함을 일본 사람도 경험할 것이다.

인터넷에는 주기적으로 ‘엉터리 한국어 설명’ 이미지가 올라오는데, 그게 누리꾼에게 큰 웃음을 준다. 주로 일본이나 중국·동남아시아 사진이 많다. ‘엉터리 한국어’가 어떻게 나왔나 추론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먼저 중국의 한 주유소 간판. ‘순태 주유소 오신 짓을 환영합니다’ ‘것’을 ‘짓’으로 잘못 표기했는데, 누군가 손으로 적어준 한글을 간판제작업자가 실수한 듯하다. 중국 어딘가에 있는 ‘好年’이라는 이름의 상점 역시 한국 손님을 대상으로 한 친절의식이 넘친 것이 사고였다. ‘좋은년담배술상점’. 좋은 말도 욕설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중국의 한 내과가 내건 ‘곱창전골 병원’이라는 플래카드도 주기적으로 거론된다.

누리꾼은 잘못된 한국어 사용의 원흉으로 ‘인터넷 번역기’를 지목한다. 문법 등은 고려하지 않고 단어 대 단어를 일대일로 매칭해 내놓은 결과물의 폐해다. 한글 이름으로는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맑았던 육체떡’이나 Thank you를 말그대로 직역한 ‘너를 감사하십시오’ 등이 이 경우다. 문법이 엉망인 경우도 있다. 아마 중국의 KFC에 적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찰께서 제시함: 당신의 집사람과 재산을 잘 보호”가 그렇다. (물론 뜻은 대충 알아볼 수 있다)

일본 쪽에서 쓰는 번역기는 경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한 가게의 문에 ‘아리가토우 고자이마시타’라고 일본말 인사가 적혀 있다. 그런데 그 밑엔 한글로 “고맙다”라고 번역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효과는 반감될 것 같다. 일본의 한 지하철에는 버스와 택시 연계를 설명하고 있는데, 역시 토를 단 것이 문제다. 즉 일본어와 영어로는 그냥 ‘버스’ ‘택시’로 되어 있는데, 한국어는 ‘버스 타’ ‘택시 타’라고 명령조(!)의 동사가 붙어 있다.

이런 종류의 이미지 유머의 원조는 ‘압박’인 것 같다. 전설은 2002년, 서울로 월드컵을 취재하러 온 한 외신기자가 입은 티셔츠 등에 적힌 문구에서 시작한다. 그 문구는 ‘Costar Rica의 압박’. 영어 표현을 보면 ‘Press of Costar Rica’니 원래 ‘코스타리카 언론’ 등이 정확한 번역이겠지만 단어 선택을 잘못한 것이다. 그 뒤 수년 간 누리꾼은 사진 중 특이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의 압박”과 같은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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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위 사진 속 ‘점화하는 졸작’의 바른 번역은 무엇일까. 힌트는 다음과 같다: 일본 삿포로의 한 쓰레기통에 적힌 한글 설명.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