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우리 반 반장 임영박

http://.blog.naver.com/gogosinging

“우리 반 반장 임영박 이야기할게요/울 학교 신문부 땜에 반장이 되었죠/반장되기 전부터 근신·정학·퇴학 14번이나 있었답니다….”

한 ‘못된’ 초등학생 반장의 이야기를 다룬 노래 동영상이 화제다. 반장의 이름은 ‘임영박’. 그의 행적은 이렇다. 1학년 때는 떡볶이를 돌리다 걸려 반장 선거에 못 나왔다. 그래도 허세는 상당했나보다. ‘BBK 치킨’이 자기 것이라 자랑하다, 치킨 집이 망하니까 다른 애 거라고 주장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보다 나쁘다.

누구나 다 떠올리듯 임영박은 ‘그분’에 대한 비유다. 이 동영상의 주인공들은 박근혜 기자회견 영상을 배경에 깔고 “너(임영박) 때문에 전학가고 싶다”, 미네르바 구속 장면을 배경으로 “거짓말 했다고 학생부에 끌려간 친구”, 용산 철거 참사 화면을 두고 “책상 뺏지 말아달라다 맞아죽은 친구”라고 노래하고 있다.

노래를 만든 이는 5인조 프로젝트 팀 ‘노래하는 미네르바 jobless(잡리스)’다. 이들의 블로그에는 ‘내 나이 서른하고 네 살’이라는 청년 실업자의 비애를 다룬 노래도 올라 있다. 두 노래의 공통점은 익히 알려진 선율을 바탕으로 개사한 것이라는 것. ‘우리 반 반장 임영박’은 인기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삽입된 엔리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다. ‘내 나이 서른하고…’는 광고음악으로도 유명한 웨스트 라이프의 ‘유 레이스 미 업’이다.

그나저나 이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내 나이 서른하고…’ 가사엔 취직 안 돼 대학원 진학하고… 등의 ‘자전적 고백’이 담겨 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가수 김우섭씨의 실제 나이는 서른네 살이다. 그런데 노래 실력은 상당하다. 동영상에 직접 출연한 김씨와 엄태호씨는 성악을 전공한 95학번이다. 이들은 블로그에서 “(우리 노래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겸손을 떨었다. 그 이유가 걸작이다. “노래의 제작자가 ‘가카’이기 때문”이란다. 김씨는 “특정인 비방 목적이 아니라 현실, 세상에 있는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그대로 전달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누리꾼은 “혹시 국정원이 핑계를 대고 잡으러 올지도 모르니 해외로 튀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김씨는 “실은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여러 후배에게 제안했지만 나서기를 꺼리는 눈치였다”면서 “공안정국으로 치닫는 시국에 대한 부담 아니었겠냐”고 말했다.

언더그라운드 넷

제작 경위는 다음과 같다. 지난 2월, 군대 거부 운동을 하고 있는 강의석씨에게 김씨가 메일로 프로젝트 팀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영상에 관심이 있던 강씨가 촬영해 동영상을 만든 것. 현재 준비하고 있는 후속곡은 ‘오 솔레미오’를 개사한 노래로 역시 청년 실업의 애환을 담은 노래다. 가제는 ‘나의 취업기’지만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잡리스’ 멤버들은 지난해 촛불시위 때도 열심히 참가했다. 김씨는 “올해도 누군가 불러준다면 열심히 나가 노래를 부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