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하늘 아래 챔피언은 하나

레알 마드리드 VS 유벤투스-AC밀란 VS 인터밀란... 라이벌전의 열기가 뜨겁다

2월 마지막 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경기는 데포르티보 대 레일 마드리드의 경기다.

한때 선두 바르셀로나에 승점에서 10점 이상 벌어지며 리그 5위권에 머물기도 했던 '지구 방위대' 레알 마드리드의 상승세가 무섭다. 레알 마드리드는 룩셈부르고 감독 부임 이후 7연승을 달리며 바르셀로나를 승점 4점차(2월 17일 현재)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조만간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리그 1위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홈경기 뿐만 아니라 원정경기에서도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지단, 피구, 베컴 등의 안정된 볼배급은 물론 호나우두의 화려한 개인기와 골 결정력, 그리고 최근 고비마다 귀중한 골을 터뜨리는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의 활약이 레알 마드리드의 거침없는 질주를 이끌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상대는 프리메라리가 전통의 강호인 데포르티보. 하지만 데포르티보는 리그 10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몰락한 강호'라는 수치스러운 별명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데포르티보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에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후보의 격돌

그러나 이 경기에도 변수가 잠재해 있다. 변수는 엉뚱하게도 레알 마드리드에 잠복해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2월 23일 유벤투스와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치른다는 것. 파벨 네드베드와 다비드 트레제게, 델 피에로 등이 활약하고 있는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1위팀이다. 리그 챔피언도 중요하지만 유럽리그에서 각 클럽이 세우고 있는 목표 중 하나가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등극하는 것이다.

두팀간의 경기는 챔피언스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맞붙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전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두팀간 자존심을 건 대결이기에 앞서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16강전부터는 "지면 끝장"이라는 인식 때문에 두 팀은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호화 멤버를 총 가동해 팀 전력을 모두 쏟아부을 것이 분명하다. 유벤투스도 마찬가지여서 접전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주전들의 체력소모가 적지 않을 듯하다. 이는 데포르티보와의 경기에서는 주전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게다가 데포르티보가 최근 리그 3위인 발렌시아를 꺾은 것을 비롯, 3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패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시각으로 2월 28일 새벽 4시 30분에는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의 경기에 필적할 만한 빅경기가 벌어진다. 세리에A의 '밀라노 더비'인 인터밀란과 AC밀란의 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두팀의 명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다. 우리 축구 팬들에게는 이탈리아 프로축구가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두팀만은 예외다. 두팀은 세리에A를 대표할 만한 팀이기 때문이다.

무승부 예상이 압도적으로 많아

두팀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의 이름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축구팬들을 흥분시킬 듯하다. 인터밀란에 에드가 다비즈,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알바로 레코바, 크리스티안 비에리 등이 있다면 AC밀란에는 카카, 필리포 인자기, 에르난 크레스포, 안드레이 셰브첸코 등이 포진해 있다. 세계 올스타간의 경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밀라노 더비는 예전에는 정치적인 색채를 많이 띠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했다. 대체로 인터밀란의 팬에는 보수적인 부르주아 계층이 많은 반면 AC밀란의 팬에는 자유주의적인 노동자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같은 점이 많이 무뎌졌다. 그렇지만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만큼 라이벌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리그 성적은 AC밀란(2위)이 인터밀란(4위)에 앞서 있지만, 전력면에서 워낙 팽팽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그래서 어느 팀이 쉽게 이길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무승부를 점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AS로마 대 팔레르모의 경기도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더티 매너'로 유명한 프란체스코 토티가 이끄는 AS로마가 팔레르모보다는 강팀의 이미지가 더 우세하지만, 그렇다고 팔레르모가 만만히 볼 상대는 결코 아니다. 실제로 골득실에서 AS로마가 앞설 뿐 승점이 같은 두팀은 나란히 리그 6, 7위를 달리고 있다. 더욱이 팔레르모는 2월 5일 홈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벤투스를 1-0으로 꺾었을 만큼 홈에서 만큼은 절대강자로 통하고 있다. 이번 경기가 팔레르모의 홈경기라는 점도 승패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칫 AS로마가 강팀으로 생각돼 섣불리 베팅했다가는 실패할 수도 있다.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밖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튼햄과 풀햄의 대결도 관심을 끈다.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성적이 추락하다가 2월 5일 포츠머스를 3-1로 꺾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토튼햄이 하위권으로 처져 있는 풀햄을 제물로 삼아 상승세에 박차를 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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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라리가에서는 발렌시아와 레알 베티스의 대결이 흥미롭다. 두팀 모두 상위권에 포진해 있을 만큼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비록 발렌시아가 리그 3위로 레알 베티스(6위)보다 순위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최근 발렌시아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발렌시아는 최근 4경기에서 2무2패로 부진하다. 더욱이 홈경기에서도 2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레알 베티스는 최근 4경기에서 3승1무로 쾌속 순항하고 있다. 순위상으로는 발렌시아에 더 높은 점수가 가지만 아무래도 최근 경기성적이 더 큰 참고자료가 될 듯하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