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 “40대 이하 세대에게 정치 기회 더 많이 줘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젊은 정치인 국회 진출 확대 지적

“(BTS 소속사 대표인) 방시혁도 1972년생 아닙니까.” 40대가 낀 세대, 잊힌 세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에 대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49)은 웃으며 답했다. 현재는 40대이지만 곧 50대에 진입한다. 기자는 천 의원과 청년세대 문제와 관련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기억이 있다. 국회의원이 되기 한참 전 이야기다. 13년 전,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그가 이끌던 단체와 공동기획을 했다. ‘한국 정치가 청년세대를 대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획이었다. 인터뷰는 10월 2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그때 저희 매체와 공동기획한 것 기억나십니까.

“그럼요. 내용이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20·30세대를 포커스 그룹인터뷰를 통해 10개 주제를 선정했고, 그 주제를 키워드로 나온 문제의식을 갖고 대선 후보자들에게 직접 전달했죠. 그뿐 아니라 정책대안도 만들어 각 후보 진영에 제시했고요. 당시 청년세대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대선후보나 정당에 제안하는, 아마 언론사 기획으로서도 전무후무한 기획이었던 것 같은데요.”

-후보자들의 면접인터뷰도 했죠.

“20·30세대가 우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겠다며 거꾸로 면접인터뷰도 제안했죠. 각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이명박 후보도 왔었던가요?

“아뇨. 우리가 제안한 것을 검토한다고 하다가, 그 토론회는 성사 안 되고 자기가 그 콘셉트를 가지고 독자적인 이벤트를 열었죠. 도둑질당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기억나네요.

“문국현, 이인제, 정동영…. 정동영은 안 하다가 막판에 우리 제안을 받으려고 했는데 그때는 우리가 거절했어요. 너무 선거 막판이라.”

-지금도 그때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까. 20대 국회의원, 국회의원 회수가 아니라 실제 젊은 20대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그때 연 토론회에서 주장하셨는데.

“그럼요. 당시에도 정치는 시대와 세대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봤는데, 당시 20대는 연령대로 보면 1980년대 생이었는데 그 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없었어요. 20대의 목소리를 가진 정치인이 없었으니 당사자들이 직접 정치에 나설 수 있도록 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죠. 국회의원들을 찾아가서 20대를 상위 순번에 공천에 달라는 요구도 했고.”

-21대 국회의원 평균 나이는 54.9세입니다. 다수가 86세대입니다. 1971년생인 천 의원은 89학번이면서 문민정부 첫해인 1993년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했습니다. 또 다른 의미로 86세대도 아니고, 90년대 학번도 아닌 낀세대인 셈인데, 젊은 시절 1980년대를 경험한 선배세대 의원들과 소통이 안 되거나 생각이 다른,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까.

“그런 문제는 별로 없어요. 기본적으로 의회에 들어온 다른 의원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꼰대 프레임’이 있으니 함부로 ‘나 때는 말이야’ 식으로 하면, 본전도 못 찾을 가능성이 높아요. 물론 자신이 청년 대표성을 갖든, 계층이나 지역대표성을 갖든, 제대로 의제화해서 표출하는 능력에서 경험의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시간이 필요합니다. 21대에 처음 들어온 초선의원의 경우는 국회가 어떤 메커니즘과 구조로 돌아가는지 아직 익히는 상황이니까요.”

-술자리 같은 곳에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누구는 뭐를 했고, 또 자신은 뭐했고 하는 ‘운동권 족보 맞추기’ 같은 걸 경험한 적 없습니까.

“그런 경험은 없어요. 오히려 국회에 와서 깜짝 놀랐는데, 선배의원들과 술자리가 많지 않아요. 코로나19 때문에 접촉 못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쩌다 있는 자리에서도 옛날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더라고요.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국회 분위기가 많이 바뀐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역사에서 40대 기수론이 나온 것이 1971년 대통령선거에 YS가 나오면서 내놓은 논리였습니다. 의원님이 태어날 때입니다. 그때 이후 40대 정치지도자가 없었어요. 반세기가 흘렀습니다. 지난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박주민 의원이 당선되었으면 모르는데, 여전히 40대 지도자가 배출되진 않고 있습니다. DJ·참여정부 시절에는 ‘젊은피 수혈론’이라는 것이 있어 당시 20·30대였던 학생운동 출신을 영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인적 풀’마저 사라진 느낌입니다. 한국 정치의 발전이나 더 크게는 국가의 활력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지역 어르신들이 이런 말씀을 해요. ‘우리는 괜찮으니 젊은 사람들 많이 챙겨줘라.’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에요. 지역정치인이 하루에 만나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60대 이상이거든요. 그런 분들도 경험적으로 아는 것 같아요. 우리 지역이, 대한민국이 더 활성화되려면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와야 하고, 또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요.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정치인들이 의회에 들어올 통로를 더 많이 만들고 국정을 운영할 기회를 줘야 해요. 제가 40대 초·중반에 서울시 비서실장을 했습니다. 그게 엄청나게 큰 자산이 되었죠. 아마 역대 가장 젊은 비서실장 중 한명이었을 텐데, 그때 서울시장이 보는 보고서를 같이 받아보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같이 논의했던 경험이 다양한 분야, 행정이나 정책에 대한 안목·통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젊은 40대가 많이 하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정책도 판단도 젊어지고 새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다음 정부에서는 그런 시도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30세대와 40대 또는 86세대가 진보적이라고 ‘같은 진보가 맞냐’고 할 정도로 세대 간의 시각차가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조국 내전부터 최근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까지 입장차가 단적입니다. 86세대의 민주화 경험을 아랫세대가 인정하고 따르던 과거와 분위기가 달라진 거죠.

“권력에 대한 비판시각을 가진 입장에서는 과거 비판하던 진영이 권력이 된 거죠. 권력 집단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랄까 경계의식이 작동하는 것일지 모르는데, 우리 사회의 구조와 책임 문제를 이쪽이 권력 집단이니 여기에 묻는 것이거든요. 기성세대는 흘러내려온 역사적 측면이 있으니 자기 책임은 생각 안 하는 면이 있고, 젊은 세대는 이 고통은 당신들이 만든 것이다고 묻고 있는 것이에요. 전부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궁색합니다. 아니라고 변명만 하지 말고 답을 줘야 합니다. 죽도록 노력해서 답을 보여줘야 해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바꾸겠다. 그것을 안 하고 있거든요. 게을리하고 있는 거죠.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젊은 20·30대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 어떻게 기득권 구조를 바꿀지 비전을 제시하고 내놔야 합니다. 못 하면 당연히 비판받고 평가를 받아야 하죠. 그 과정에서 저항하는 세력, 방해하는 세력이 있으면 드러나게끔 해야 하고요. 우리 스스로 안 하겠다고 하면 안 되겠죠.”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