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원의 사이언스 or 픽션]우주개발, 과학탐구에서 비즈니스로

이제 우주로 나가려면 동기가 분명해야 하며, 비용은 될 수 있는 한 기술혁신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동원해 절감해야 한다. 그래야 일회성 전시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서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우주가 무대인 SF영화에서 한 번 우주선을 구입하면 마르고 닳도록 쓰는 경우가 흔히 있다. <스타워즈> 연작에서 약방의 감초로 나오는 밀레니엄 펠컨 호를 보자. 최근 ‘깨어난 포스’ 편에서도 이 우주날틀은 한참 전 폐기처분했어야 할 고물의 자태로 광활한 우주를 잘만 누빈다. 그러나 그동안 현실은 딴판이었다. 전체 높이 111m, 1단 로켓 추진력만 3400톤에 이르는 새턴5형급 공룡들은 우주비행사와 화물을 우주에 올려놓고는 번번이 바다에 퐁당하며 녹슨 고철 신세가 되었다. ‘스타트랙’처럼 물질분해전송장치를 거쳐 지상에서 우주선 안으로 한방에 뛰어들 수 없는 한, 우리는 그 사이를 실어 나를 운반수단이 필요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할 때마다 우주선을 띄우지 못한다면 우주개발 분야는 과학적 탐구심이나 정치선전의 장(場)으로는 소임을 다할지 모르나 경제와 사회를 살찌우는 안정되고 지속발전 가능한 산업이 될 수 없다. 1969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우주조난(Marooned)>은 지구 궤도의 우주선이 고장나는 통에 세 우주비행사를 구할 방도를 찾느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휴스턴 관제센터가 골머리를 앓는 상황을 그린다. 시시각각 공기와 식량이 떨어져가자 임박한 죽음의 공포에 짓눌린 승무원들 간 트러블까지 인다. 예정에 없던 공룡로켓을 부랴부랴 만들기도 버겁지만 하필 휴스턴 부근에 태풍이 들이닥쳐서 공기(工期)를 맞춘들 발사 자체가 어려워진다. 다행히 아무리 냉전시대라지만 근처의 소련 우주선이 인도적 견지에서 구조에 나서 영화는 해피엔딩이 된다. 만일 우주 진입비용이 싸게 먹히고 독점적 사업이 아니었다면 영화에서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굳이 소련과 정치적 거래를 할 필요는 없었을 터이다.

스페이스X의 펠컨9은 바다의 바지선 위로 돌아와 착륙하여 재활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제의 펠컨9호 1단로켓은 착륙과정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폭발하고 말았다. 비록 실패했지만 앞으로 이것이 가능해지면 앞으로 로켓 발사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사진은 바지선 착륙이 성공했을 경우를 가정해 만든 상상도.

1단 로켓 회수 재활용 시도
1958년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새턴5형 로켓을 ‘폰 브라운식 돈 먹는 하마’라고 꼬집었다(베르너 폰 브라운은 새턴5형 로켓 개발팀의 리더로,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V2 로켓을 개발했다). 실제로 아폴로 계획은 인간이 달에 발을 딛자마자 급속히 관심을 잃으며 용두사미가 되었다. 정치선전은 한 번으로 충분하지 돈더미를 짊어지고 고작 월석 몇 개와 번번이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허나 로켓을 SF영화에서처럼 재활용할 수 있다면 규모의 경제가 생기니 얘기가 달라진다. 그리되면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우주비행사들의 긴급구조나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상시지원은 물론이고 우주에서의 각종 활동에 상당한 융통성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지상에서 지구 궤도를 오가는 일이 수월해질 때 비로소 우주산업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에는 돈벌이가 되는 우주산업의 모양새에 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작년 말 우리나라 언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우주산업의 시장경쟁력 차원에서 무척 인상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스페이스 X’사의 로켓 ‘펠컨 9’이 그것의 1단 로켓을 발사 장소에서 약 1.6㎞ 떨어진 곳에 도로 착륙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세 번째 시도만의 성공이다. 이 회사는 테슬라모터스(전기자동차 제조사)의 설립자 앨런 머스크가 세운 민간우주기업으로, 로켓 발사비용을 종래의 10분의 1로 줄여 우주 운송업에 뛰어들려 한다. 비결은 가장 돈이 많이 드는 1단 로켓을 재차 재활용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연료가 소진되면 바다에 수장시키는 대신 로켓을 지상에 다시 착륙시켜 재활용할 경우 발사비용이 회당 약 7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줄어든다. 올 초 귀환한 펠컨 9의 1단 로켓은 좀 더 욕심을 부렸다. 땅 위가 아니라 바다에 떠 있는 좁은 면적의 바지선 위에 착륙시키려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착륙 직후 측면 지지대 하나가 부러지면서 쓰러지는 바람에 폭발해버렸다. 한편 경쟁사업자 ‘블루오리진’은 2015년 11월과 2016년 1월 두 차례 모두 자사 로켓을 지상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만 후자는 로켓 전체가 1단이라 대기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에 아직 섣부른 맞비교는 곤란하다. ‘블루오리진’은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창업한 민간우주기업이다.

위의 사실은 사업 주체로 민간이 나서 효율 높은 로켓을 개발함으로써 우주선이 비단 탐사와 군사용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비즈니스에 쓰일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시사한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 크다. 지금은 달에 먼저 가서 깃발 꽂는다고 환호하는 시대가 아니다. 냉전(冷戰)은 흘러간 레퍼토리인 까닭에 국민은 나라 예산을 천문학적으로 들이부을 우주개발에 눈을 흘기기 십상이다. NASA가 화성 표면에서 스톤헨지 닮은 바위들이 발견되었다는 식으로 걸핏하면 그리 신통치도 않은 일들을 시시콜콜 들먹이며 신문과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뭘까? 국민의 지지를 얻어 의회 예산을 순조롭게 타기 위해서다. 아폴로 계획이 한창일 때 NASA 예산은 미연방 예산의 4%가 넘었으며, 직원은 4만6000여명에 달했다. 지금은 어떤가. 1980년대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인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다. 폼으로 우주에 가던 시대는 종친 것이다.

지구 궤도의 우주선이 고장 나는 통에 세 우주비행사를 구할 방도를 찾느라 NASA와 휴스턴 관제센터가 골머리를 앓는 상황을 그린 영화 <우주조난(Marooned)>(1969)의 포스터.

한국 정부 달 무인탐사선 독자계획
이제 우주로 나가려면 동기가 분명해야 하며, 비용은 될 수 있는 한 기술혁신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동원해 절감해야 한다. 그래야 일회성 전시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서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0년대 초까지 무인탐사선을 달에 보내 독자적 탐사를 하겠다고 한다. 1968년 닐 암스트롱이 뛰어다닌 땅에 인간도 아니고 무인 기계를 몇 조원씩 들여 다시 착륙시켜야 하는 이유가 뭘까? 과연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 없이 과학기술계가 툭하면 정파 이익에 매몰되어 파행을 거듭하는 국회에서 어찌 꼬박꼬박 예산을 타낼 것이며, 증액이 필요할 경우 그 이유를 어찌 설득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시대에는 아무리 뜻이 좋아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모으지 못하면 실행하기가 어렵다.

달은 잠재적인 자원의 보고(寶庫)다. 특히 헬륨3 같이 지구에는 희귀한 고부가가치 자원이 달 표면에 잔뜩 쌓여 있다. 헬륨3는 중수소와 결합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므로 최근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헬륨3 1g이면 석탄 40톤을 태워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우주왕복선으로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양이 25톤인데, 이 정도면 미국의 1년간 전기사용량과 같다. 달 표면의 헬륨3는 지구에 매장된 화석연료의 10배로 추정된다. 최소 100만톤에서 최대 5억톤이 쌓여 있다는 뜻인데, 이 정도의 헬륨3면 인류가 1만년 동안 쓸 수 있다고 한다. 헬륨3의 진원지는 원래 태양이다. 지구상에는 보기 드문 헬륨3가 유독 달에 지천으로 널린 것은 그곳에는 지구와 달리 자기장(밴앨런대)이 없어 태양풍을 고스란히 쐬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헬륨3를 합성할 수는 있지만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다.

만일 우리 정부가 (외견상의 과학탐사만이 아니라) 헬륨3 같은 유용한 자원의 탐색을 함께 고려한다면 달 탐사선에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처럼 목적지의 토양을 파 그 내용물을 지구로 가져오게 할 수도 있으리라. 이러한 노하우가 축적되면 지구를 가까이 지나는 단주기 혜성-단주기 혜성은 일반적으로 200년 이내의 주기를 갖는 혜성을 지칭한다. 같은 단주기 혜성이라도 실제 주기는 천차만별이어서 주기가 수년에서 수십년에 불과한 것들도 있다-이나 소행성의 자원채굴에 응용 가능하다. 이 작은 천체들에 인공지능 로봇이 운영하는 광산을 지어놓고 그것들이 한 바퀴 돌아 다시 지구에 가까워지면 마중 가서 채굴한 자원들을 실어오면 된다.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수요공급에 따라 시장가가 널뛴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생각하면 최근의 저유가 흐름은 격세지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헬륨3처럼 고효율의 에너지 자원을 비교적 저렴한 운송비로 우주에서 들여올 수 있다면 기업과 가계가 더 이상 해외시장의 부침에 휘둘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는 꿈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국이 왜 2030년대까지 인간을 화성에 보내려는 계획을 추진할까. 작년 그 1단계로 NASA는 우주에서 인간이 장기간 보낼 수 있는 인공거주구-재래식 우주선으로도 며칠이면 다녀오는 달과 달리 화성까지는 편도여행으로만 6개월 이상 걸린다-를 개발하고 시험하기 위한 예산 5500만 달러를 배정받았다.

우주개발시장에 뛰어든 나라들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그리고 인도 등으로 늘어났다(인도는 2014년 무인탐사선 망갈리안 호를 화성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나같이 겉으로는 과학탐사를 명분삼지만 자원 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라 언제 치열한 자원개발 경쟁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1967년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고 우리나라 역시 서명한 우주조약이 앞으로도 유효할까? 이 조약은 외계 천체들이 얼마든지 탐사대상이 될 수 있지만 특정국가의 소유물은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남극조약을 닮았다. 하지만 꼭 쇄빙선이 아니더라도 절기만 잘 고르면 배나 항공기로 찾아갈 수 있는 남극기지와 달리 우주, 그것도 달이나 화성까지 진출해서 연구동을 꾸릴 수 있는 나라들은 현재 몇 손가락을 헤아리기도 버겁다. 우주조약은 누구나 우주에 갈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을 뿐 차편까지 공짜는 아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나라들에게 우주개발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달은 잠재적인 자원의 보고다. 특히 헬륨3 같이 지구에는 희귀한 고부가가치 자원이 달 표면에 잔뜩 쌓여 있다. 사진은 2007년 일본의 달 탐사선 카구야가 HDTV로 찍은 월면 사진.

주식투자와 닮은 우주개발 미래
우주개발 투자여력이 있는 나라들이라 해도 사업 지속을 위해서는 정부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국민과 국회에 납득시키는 한편으로 기업을 유치해서 재정부담을 덜어야 한다. 미국이 좋은 예다. NASA는 프로젝트 수행에 올인 하고 발사체 및 우주선의 개발 및 운용 일체를 민간기업에 이전하는 추세다. 아직 심우주 탐사용 슈퍼로켓들(새턴5형의 형제들)은 NASA가 자체제작하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민간에 이관되는 영역이 늘어날 것이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2010년부터 5년간 60억 달러를 민간우주기업에 지원함으로써 엘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 그리고 리처드 브랜슨(영국 버진그룹 회장) 같은 억만장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우주개발의 미래는 주식투자와 닮았다. 비용이 싸게 먹히고 수익이 커질수록 매력적인 사업이 될 수 있다. 과학탐구나 국력 과시도 무시 못할 부분이지만 더 이상 그것만을 위해 움직이는 정부나 민간기업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예산은 3조~4조원에 이르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하고 전문 연구인력도 1000명이 채 안 된다. 따라서 선진국들의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되짚어가는 ‘따라쟁이’가 되어서는 근미래의 우주산업시장에서 변변한 명함을 내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답은 출발점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자면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고장원의 사이언스 or 픽션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일본의 관련분야 중소기업들이 있다. 한 인공위성 개발업체는 인공위성을 기존보다 동급 대비 100분의 1 가격으로 만든다. 비결은 첨단소재 대신 저가 소재를 쓰고 소수정예로 꾸려나가는 것이다. 사업모델도 검증되어 미쓰비시와 NEC가 이 회사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다. 수익모델은 7년간 50대의 위성을 띄워 그것들이 수집하는 각종 유용한 정보(미국 곡창지대의 밀 수확시기, 항만의 컨테이너 집하량 등)를 유료판매하는 것으로, 이미 위성 2대를 쏘아올린 상태다. 또 한 기업은 길이 50㎝, 무게 4kg의 탐사로봇을 다량 제작해 달의 지하자원을 탐사하는 데 투입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로봇을 파는 대신 채굴권을 팔아 수익 극대화를 노린다. 우리나라도 위성제조 부문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 만큼 비용절감과 창의적인 사업모델 발굴에 나섰으면 한다. ‘스페이스X’의 주도 아래 21세기 말까지 화성에 8억 명을 이주시키려는 앨런 머스크의 야심찬 구상이 어디까지 실현될지 미지수지만 더 이상 우주가 꿈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곳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현실적인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고장원 SF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