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서울시 부자 구는 ‘아직 검토 중’

재정자립도 1·5·6위인 강남·영등포·송파구 “결정된 것은 없다”

수도권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생활임금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부자 자치구들은 생활임금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협 새정치연합 의원실의 지난 4월 생활임금제 실태조사를 보면 서울시 25개 기초단체(자치구) 중 이미 생활임금제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인 곳은 10개구다. 생활임금제 도입이 본격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참여연대 조사과정에서 생활임금제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곳은 6개 구(종로, 용산, 동대문, 마포, 강서 관악)로 나타났다. 나머지 9개 구는 생활임금제도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생활임금제 도입에 소극적인 9개 구 중 비교적 ‘부자 자치구’로 불릴 만한 곳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서울시 클린재정’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내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32%였다. 이 가운데 1위 강남구(자립도 60%), 3위 서초구(57.3%), 5위 영등포구(44.2%)가 생활임금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자립도 6위인 송파구까지 합치면 소위 ‘강남 3구’ 모두 생활임금제를 외면한 것이다. 2위인 중구는 지난해 12월에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으며, 4위인 종로구는 지난해 참여연대 조사에서 생활임금제에 찬성해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임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강남 3구의 생활임금제 담당자들에게 도입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봤다. 강남구청 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생활임금제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느냐고 묻자 “확정되거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7월 8일 국회 토론회에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생활임금제 현황표에 꽃을 달고 있다. 왼쪽부터 은수미, 문재인, 신기남, 우원식 의원. / 연합뉴스

서초구는 7월 들어 도입 추진
강남구는 비교적 생활임금제 논의를 빨리 시작한 편이다. 2013년 말 이관수 구의원(새정치연합) 등 4명이 생활임금 조례안을 발의했다. 그 해 11월 28일 구의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며 이관수 구의원은 “강남구가 앞장서서 사회 양극화 등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구의원들은 당시만 해도 노원구, 성북구 외에는 생활임금제 도입이 없었다는 점, 지방재정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했다. 이후 2년이 가깝도록 강남구의회에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없었다. 구청 차원에서 조례안을 발의한 것도 아니다.

새정치연합 소속의 한 강남구의원은 “강남구의 경우 생활임금제로 혜택을 볼 사람 중 구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세금을 내는 사람과 혜택 보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 오랫동안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파구에서도 구의회 차원의 생활임금제 도입 논의는 있었다. 유정인 송파구의원(새정치연합)은 올해 들어 구의회 자유발언 등을 통해 생활임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유 구의원은 “올해 들어 생활임금제에 대한 전반적 흐름이 생기다 보니 의회 내애서 부정적 기류가 적어졌다. 소관 부서와 협의해서 8~9월에는 발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송파구청 일자리경제과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송파구청 담당자는 “얘기만 오간 상태이고 내용이 나온 것이 없다. 송파구 소속이 몇 명인지, 예산이 얼마나 들어올 것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주간경향>이 올해 4월 이후 상황을 확인해본 결과 생활임금제를 도입하지 않았던 9개 구청 중 4개 구에서는 생활임금제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는 서초구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7월 2일 조은희 서초구청장(새누리당)이 생활임금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서초구 일자리경제과 담당자는 “올 상반기에 여러 자치구에서 조례를 제정했다. 특히 서초구는 생활비가 높아 최저임금만으로는 인간적인 삶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생활임금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서초구 측은 “생활임금 수준은 최저임금의 최소 120%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