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최저임금 장기 싸움, 교두보 확보”

최저임금위원회 활동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8.1% 오른 시급 60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서 결정한다. 최임위는 노동자·사용자위원 각 9명과 노동부 장관이 제청하는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자 위원을 위촉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재심의를 요청했다.

올해 최임위는 이전과 두 가지가 달랐다. 노동계에서 최저임금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위원을 3명(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진숙 홈플러스노조 서울본부장) 선임했다. 이들은 SNS 등에서 최임위의 내부 논의과정을 외부에 알렸다. 한 사용자위원이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에 “당구 치고 놀러간다”고 발언한 것과 노동자위원의 항의에 “나이도 어린 놈이”라는 식으로 말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지난 7월 15일 서울 은평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최임위에서 청년노동자를 대변해온 김민수 위원(24)에게 최임위 활동 소감을 들어봤다.

7월 15일 서울 은평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을 만났다.

‘어린 놈’ 발언의 대상자로 지목되고 있다.
“지금도 주변에서 많이 물어본다. 사실 그 말을 들은 분은 40대이고, 발언한 사람은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발언자가 보기에는 20대나 40대나 다 ‘어린 놈’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최임위 과정에서 저임금 노동을 용돈벌이로 치부하고 노동자위원들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밖에서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며 웃어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이나 동료 시민들의 노동을 부차적이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낙인 찍는 말들이었다. 당사자 위원으로서는 상처가 많이 되는 말들이었다.”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최임위원에 추천된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최임위원 선정 권한은 양대 노총에 있기 때문에 그 내부과정까지는 알지 못한다. 청년유니온은 양대 노총이 포괄하지 못하는 주변 노동을 조직해 왔다. 5년 전부터 저임금, 장시간, 불안정에 시달리는 청년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올해 초부터 최임위원을 위촉하는 과정이 시작됐는데, 양대 노총에서 최저임금 싸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결단을 내려줬다. 나는 민주노총의 추천을 받았고, 한국노총에서는 이남신 소장을 추천했다.”

내부 논의과정을 자세히 공개한 이유는.
“최저임금이 그 중요성에 비해 결정과정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노동시장에서 한 번 탈락한 사람은 저임금 노동자가 되기 쉽다. 이들에게 있어 최저임금은 평생임금이나 마찬가지다. 최임위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권한을 갖고 있는 데 비해 민주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배석자를 추가하려고 해도 온갖 우여곡절이 따른다. 안에서 진행되는 논의가 공개되지 않으니 합리적인 토론이 진행되지 않고, 자정작용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익위원들의 활동은 어떻게 평가하나.
“경영학과 교수들이 많은데, 어떤 학문을 전공했는지와 최저임금에 대한 전문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공익위원 9명도 다른 위원들처럼 한 팀으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각자의 개성과 성향이 있다. 사회학·여성 문제를 전공하신 분도 있었고, 경영학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최저임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분도 있었다. 공익위원들이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에 매여 있는 존재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공익위원으로 선정된 이유나 과정이 불투명한 문제점도 있다. 하지만 몇몇 순간에서는 공익위원들의 활동이 빛을 발했고, 그 결과 결정된 최저임금과는 별개로 여러 가지 성과도 있었다. 이번 최임위에서는 최저임금과 함께 최저월급을 명시하게 됐다. 또한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소득분배율 지표에 포함시켰다. 장기적인 최저임금 싸움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에는 소상공인들이 가장 반대했을 것 같은데.
“사용자위원 중에 소상공인 대표자 두 분이 있었다. 그분들이 마지막 표결에서 퇴장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많이 쓰였다. 사실 그 두 분이 저랑 가장 많이 논쟁한 분들이다. 7월 7일 최임위 발언 때도 말씀드렸지만 제 부모님도 소상공인 출신이다. 소상공인이나 저임금 노동자나 한국 사회의 폭력적인 경제구조에서는 공동의 피해자다. 최저임금 결정 이후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카드 수수료 문제 등 소상공인에게 절실한 경제민주화 이슈를 푸는 데 저를 비롯한 노동계가 책임을 지고,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과의 공감을 넓혀 나가야 한다.”

애초 목표했던 최저임금 1만원은 좌절됐다.
“최임위는 일반적인 노사교섭과 다르다. 노사교섭에서는 현장의 노동자를 많이 조직하고, 파업을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노조가 없는 사람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협상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그래서 최임위 결정과정을 바깥에 알리고 사회적인 기대를 모았는데 우리 역량이 부족했다.”

<글·사진 /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