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무능력표준(NCS). 스펙은 가라며 댄스를 추는 TV 광고 덕분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또 헛된 부담을…”이라고 혼잣말을 하고 말았다. NCS란 국가가 현장 직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표준화하겠다는 것. 개인의 능력이 시장에 의해 평가되기 힘든 사회에서는 이처럼 국가가 나서는 버릇을 끊기 힘들다. 사실 더 나쁜 버릇은 개개인을 훈련시키면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철 지난 낙관이다. 청춘들을 절망케 하는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자꾸 청춘을 계몽하려 든다.
국가직무능력평가로 채용하자는 의도인데, 취업난의 원인은 직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좋아 보이는 일자리’는 사람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좋아 보이는 일자리’는 이제 끝물이라고, 삼촌뻘의 시대의 요행일 뿐이었다고 누구도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없이 좁아져 가는 작은 문만이 가야 할 길이라고 세뇌된 채 스펙을 수집하던 젊은이들에게 그저 또 하나의 부담을 더해봐야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해당 직무가 나에게도 돌아올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그 직무를 상상하면서 배워야 하는 부담은 무의미한 것이다.
산업인력공단 NCS홍보영상 캡처
사실 일하는 능력은 일을 통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즉 한 인재의 생산성은 실전 OJT(직업을 통한 훈련)를 통해 상승되는데, 그 역할을 한국의 경우 대기업 대규모 공채가, 독일이나 덴마크는 작고 강한 기업들이 주도한 WBL(Work-based Learning)이 맡게 된 역사적 경위가 있다. 큰 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면 제대로 된 성장이 힘들다는 편견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WBL만 ‘일학습병행제’니 ‘능력표준’이니 하며 벤치마킹해봐야, ‘실업계’ 교육을 창피한 것인 양 생각해 온 풍토에서는 또 하나의 현장실습으로 끝나게 된다. 보조금이 탐나서 해보는 기업에서는 잘해 봐야 열정페이다. 한 술 더 떠 직장에서 OJT로 배워야 할 직무를 이제 시험공부를 통해 선행으로 배우고 있다. NCS를 검색해 보면 학원과 실전문제집이 쏟아진다. 희망 고문이 따로 없다.
정책 입안자는 정의를 구현한 듯한 느낌을 느끼기 위해 자꾸 이리저리 제도를 바꿔본다. 하지만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다. 성장을 멈춘 시대, ‘좋아 보이는 직장’들의 미션은 현상유지다. 신입을 뽑지 않는 것은 노사 양측의 공통 전략이다. 아저씨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은퇴까지 별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아, 역시 요즘 신입들은 안 돼’라면서 이력서를 쓰레기통에 넣고 있다.
한국 고용시장이라는 슬롯머신은 취업이라는 잭팟이 터지기 어렵게 개조되어 버렸다. 따라서 취업이 안 되는 것은 나의 탓이 아니다. 그러나 이 도박판에 끝까지 앉아 청춘을 낭비하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사회가 OJT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짜 일을 찾는 각오가 필요할 때다. 시장에서, 심지어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길도 찾으면 있다. 똑같이 돈은 못 벌어도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고 오픈소스 활동을 하는 편이 취업스터디보다 나을지 모른다. 고시 학원 대신 온라인 매장을 열고 유튜브에 홍보하는 하루가 나을지도 모른다.
일을 배울 수 있는 프로젝트도 이 시장경제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프로의 일터, 능력이란 그 일터를 찾아 기웃거린 날들이 만들어주는 부산물이다. 그리고 결국 그 능력만이 이 총체적 부조리를 질타할 힘이 되는 법이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
![[오늘을 생각한다]](http://img.khan.co.kr/spko/ranking/weekly/140098/20240424110300_14009801.jpg)
그럼, 국민이 바뀌란 소리냐?
대통령 말씀에 또 답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