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이탈리아의 레지스타, 안드레아 피를로

1979년 5월 19일 이탈리아의 롬바르디 출생, 브레시아에서 프로 리그 데뷔, 네 번의 세리에A 우승, 2006년 월드컵 우승 주역, 2016년까지 유벤투스와 계약.

“그에게 패스한다는 것은 공을 금고에 넣어두는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는 이 선수는 바로 이탈리아 대표팀의 패스 마스터 안드레아 피를로다. 천재 선수의 길을 걸어온 피를로의 1차 전성기는 2001년 AC밀란으로 이적하면서 시작되었다. AC밀란에서 스쿠데토 1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코파 이탈리아 우승 1회를 이끌었다. 초기 공격형 미드필더(판타지스타)에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 위치를 바꾸어 더욱 성공하며 그라운드의 연출가(레지스타)로 손꼽히는 선수가 되었다.

그의 화려한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2006년 월드컵이다. 조별리그 가나와의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었고, 빈첸초 이아퀸타의 추가 득점에 어시스트를 하면서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연장 후반 14분 파비오 그로소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하여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이탈리아는 델 피에로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2-0으로 이겼고, 피를로는 또 한 번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었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끌려가던 흐름을 돌린 것도 피를로였다. 지네딘 지단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준 이탈리아는 피를로가 코너킥을 정확히 마르코 마테라치에게 연결하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차기에 들어가 피를로는 첫 키커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이탈리아를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세 번째로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다.

2010 월드컵에서는 부상이 피를로의 발목을 잡았다. 이탈리아는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피를로의 공백은 예상보다 컸다. 이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피를로를 대표팀에 소집하지 않다가 경기를 조율할 선수가 없자 다시 그를 불러들였다. 33세의 나이로 유로 2012에 참가한 피를로는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탈리아를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클래스가 영원함을 입증하였다.

유로 2012 준우승 이끌어
2011년 이적한 유벤투스에서 피를로는 2차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노장이 되었지만 숏패스, 롱패스, 침투패스, 로빙패스 등에서 여전히 최고 수준의 기량을 선보이며 언제나 경기의 중심이 되었다. 탁월한 프리킥 능력으로 중요한 순간에 득점하거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유벤투스를 세리에A 최초 무패 우승으로 이끌었다. 피를로는 살아 있었다.

다시 맞는 2014 브라질 월드컵. 35살이 된 피를로에겐 마지막 월드컵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피를로는 그 이름만으로 상대팀에겐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다.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이탈리아와 함께 D조에 속한 잉글랜드의 로이 호지슨 감독도 그렇다.

호지슨 감독은 “우리는 이탈리아 팀의 모든 선수를 존경해야 한다. 굳이 한 선수를 언급하자면 바로 피를로다. 피를로를 제압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다”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2시즌 동안 인터밀란을 지휘한 적이 있는 호지슨 감독은 피를로와 3개월 정도 같은 팀에서 인연을 맺은 적이 있어 누구보다 피를로를 잘 알고 있다. 잉글랜드는 유로2012에서도 이탈리아에 패했는데, 그때도 피를로가 있었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피를로는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차원이 다른 ‘차이’를 만들어냈다. 축구인생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브라질에서 피를로가 또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나이를 먹어도 그의 클래스는 영원할 테니까.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