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독일 우승 ‘십년지대계’

공격진에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와 같은 슈퍼스타가 없는 독일이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자국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연속 3위를 차지했던 독일은 꾸준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대회 직전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에 비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지 못했다. 과연 독일이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독일축구협회(DFB)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에 머무르고, 유로 2004에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자 대표팀 운영에 전격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을 대표팀 관리를 총괄하는 감독으로, 무명 선수 출신의 뢰브를 전술 담당 수석코치로 선임하여 자국에서 열리는 2006 독일 월드컵을 준비시켰다. 월드컵 이후 클린스만이 사임하자 DFB 기술위원회는 뢰브를 감독으로 승진시켜 코칭스태프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시켰다.

DFB는 인내심을 가지고 뢰브 감독을 조용히 지원하였다. 지난 8년간 역대 독일 대표팀 감독 최고 승률인 68.75%를 기록하고, 유로 2008 준우승, 2010 남아공 월드컵 3위, 유로 2012 4강에 진출한 뢰브 감독과 브라질 월드컵 이전 2년 연장계약을 맺으면서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었다.

독일 축구 대표팀의 루카스 포돌스키(가운데)가 7월 16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 도착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팀 동료인 페어 메르테자커·토마스 뮐러와 함께 춤을 추며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강력한 정신력과 체력 뒷받침
독일축구협회는 각 워크숍에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함께 참가시켜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 능력을 향상시키고, 팀정신과 단합을 제1 덕목으로 가르쳤다. 동시에 지도자 교육에 힘을 쏟은 결과, 2014년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A와 Pro 자격증 소지자가 6934명에 이르렀다. 반면, 잉글랜드는 이 자격을 갖춘 지도자가 1457명에 불과하다. 지도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유소년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가고, 더불어 분데스리가가 부활하기 시작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고의 성적을 낳았다. 이 모든 것이 10여년간 준비하고 실행한 거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 선수들은 102㎞를 뛴 아르헨티나에 비해 112㎞를 뛰면서 10% 이상의 활동량을 보이며 상대를 압도하였다. 슈바인슈타이거는 무려 15㎞ 이상을 뛰었다. 패스 횟수와 성공률도 915개 대 586개, 80% 대 71%로 독일이 훨씬 높은 점유율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체력과 점유율 면에서 앞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선수단 전체가 하나의 팀정신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장인 필립 람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팀을 우선시하는 정신력이 바탕이 되어 90분간 쉴 새 없이 상대를 압박하고 심지어 연장 후반까지 꾸준한 활동량을 보여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브라질이나 스페인은 선수단 전체의 활동량이 너무 적어 각 상황마다 전술적 허점을 자주 노출한 반면에 독일은 뛰는 양이 많아 쉽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독일은 독일식 티키타카로 점유율을 중시하면서도 경기 상황에 따라 빠른 역습이나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한 게겐프레싱을 자유롭게 펼치면서 새로운 전술적 흐름을 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독일의 전망은 밝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출생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우승이 세계 축구의 대세로 떠오른 독일 축구 전성기의 시작에 불과할지 계속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은 이번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