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아고라 ‘인터넷 집회’ 새로운 도전

누리꾼 동시접속 주어진 주제에‘댓글’로 자신 의견 피력

왼쪽 _ 6·10대회를 하루 앞두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온라인 1인시위를 벌인 시민. <아고라> 오른쪽 _ 오프라인 손팻말에 착상한 온라인 손팻말. 사람들은 그림판이나 포토샵을 사용해 자신의 구호를 적어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아고라>

"우리는 인터넷으로 대통령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독재를 끝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집회’를 알리는 문구다. 인터넷집회는 지난 5월 29일부터 다음 아고라 포토즐에서 매일 오후 11시에 열리고 있다. 6월 18일 현재 21차까지 열렸다.

집회 제안자는 다음 닉네임 ‘그 겨울의 끝’을 쓰는 누리꾼이다. 이 누리꾼은 지난해 말, 명동에서 진행된 ‘널 기다릴께! 무한도전X2’ 퍼포먼스를 기획한 바 있다.

사실 ‘인터넷 집회’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진행되는 방식은 오프라인 집회의 온라인판이다. 오후 11시, 인터넷 집회를 알리는 게시물에 참가자들이 동시 접속하면서 시작한다. 추모와 묵상의 시간을 잠시 가진 뒤, 그날 주어진 연설 주제에 대해 ‘댓글’로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식이다. 참가는 F5를 누르면 된다. 실시간으로 등록된 댓글은 채팅방처럼 업데이트되며, 참가자의 의견은 본문의 ‘집회장’에 기록된다.

오프라인 집회처럼 구호도 외친다. 본문에 구호가 등록되면 댓글로 붙이는 방식이다. 집회가 끝나면 행진도 한다. 집회 주최자가 그날 방문해야 할 곳 링크를 제시하면, 들어가서 격려글을 남기거나 비판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식이다. 6월 18일 ‘행진’ 장소는 전교조 홈페이지 열린마당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장관에게 바란다’, 그리고 PD수첩 게시판이다. 각각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한 응원과 엄단하겠다는 과학기술부에 대한 항의, 그리고 재판 결과가 나온 PD수첩 응원을 목적으로 한다.

누리꾼시국선언·릴레이1인시위도
각계 시국선언에 이어 누리꾼 시국선언도 조직됐다. 닉네임 ‘빠다코코넛’은 오프라인 손팻말에 대응하는 ‘온라인 손팻말’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림판이나 포토샵을 이용해 참가자들은 댓글로 자신의 구호를 다는 식이다. ‘인터넷 집회’는 영수증 사인란에 MBOUT이라고 적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6·10대회를 앞두고는 아고라 누리꾼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오프라인에서 진행한 릴레이 1인시위도 조직되었다.

누리꾼은 자신의 1인시위 ‘인증사진’을 아고라에 올렸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지난해에도 지방이나 해외에서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형식의 온라인 집회가 열린 적이 있지만 훨씬 창의적인 형태로 시민들의 시위문화가 진화하고 있다”라며 “당국은 서울광장을 막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광장이라는 상징성을 얼마든지 창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