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대안미래 일구는 사람들]여성 - 전업 주부에서 사회적 기업 책임자로

친환경 세차·공공기관 청소 대행하는 (주)두레마을의 유성이, 허정숙, 김월순씨

한국 사회에서 취업 경험이 없거나 결혼 및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결혼 후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임시직 취업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주)두레마을에서 회사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핵심임원 3인방은 모두 여성이다. 유성이 사무국장, 허정숙 기술개발사업부장, 김월순 청소용역사업부장이 그들이다. 이들 또한 결혼 전 특별한 취업 경험이나 직장 경력은 없었다. 결혼 후 경제적인 문제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던 이들의 첫 직장은 자활근로였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사회적 기업의 책임자로 성장했다.

왼쪽부터 유성이 사무국장, 허정숙 기술개발사업부장, 김월순 청소용역사업부장. | 박송이 기자

(주)두레마을의 유성이 사무국장(41)은 항상 제일 늦게 퇴근을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 문을 잠그고 나가야 마음이 편하다. 자활근로를 했던 3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책임감이었다. 사무국장이라는 묵직한 직책이 주어지면서 자발적으로 ‘칼퇴근’을 반납했다. 유 국장은 “퇴근 시간은 저녁 6시인데 6시에 퇴근한 적은 거의 없다”며 “중학생 딸아이가 지역공부방에서 돌아오는 밤 9시 30분 전에만 퇴근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레마을은 세종시 조치원읍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이다. 친환경 세차와 지역의 공공기관 청소가 두레마을의 주요 사업이다. 두레마을의 출발은 연기군 자활센터다. 유성이 사무국장도 연기군 자활센터의 자활근로자였다.

2003년 남편의 사업실패로 기초수급생활자가 되면서 자활근로로 세차를 시작했다.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했고, 결혼 이후에는 육아와 살림을 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라도 해볼까 했지만 남편이 만류했다. 그러다 남편의 사업이 갑작스럽게 실패했고 유 국장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특별한 사회경력이 없는 유 국장은 32세 때 자활근로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경제적 상황에 떠밀려 시작했지만 일을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사회생활도 적성에 맞았다.

2009년 1월 유 국장과 같이 자활근로를 하던 18명의 자활근로자가 모여 자활공동체를 만들었다. 이들을 이끌었던 것은 김영도 현 두레마을 대표이사다. 자활센터에서 자활근로자를 돕는 팀장이었던 김 대표이사는 자활근로자 18명과 함께 자활공동체 두레마을을 만들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두레마을을 법인으로 등록했다. 11월에 두레마을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19명이 모여 시작했던 두레마을이 직원이 77명으로 늘어난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유 국장 또한 자활근로자에서 두레마을을 총괄하는 사무국장으로 성장했다. 그는 “자활근로를 할 때는 서류에 직장을 쓸 때 쓰기가 모호했는데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면서 당당하게 내 직업을 밝힐 수 있게 됐다. 여기가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며 다닌다”고 말했다. 유 국장이 하는 일은 물류, 인력 관리뿐만이 아니다. 청소나 세차와 관련된 기술개발도 유 국장의 일이다. 이미 유 국장을 비롯해 임직원 4명이 함께 ‘에어건’이라는 초음파 기기를 활용해 세차를 하는 기술을 특허 출원한 상태다. 일명 ‘회오리 세차법’이다. 물을 쓰지 않고 세차를 하는 친환경 세차법이다. 유 국장은 업무가 끝난 6시 이후나 토요일에 세차 약품을 살펴보고 선진기술을 가진 업체를 방문하는 등 끊임없이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 국장은 “직급이 높아지면서 부담감도 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진취적으로 내가 내 일을 한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허정숙 기술개발사업부장(33)도 유 국장과 함께 ‘회오리 세차법’ 기술 개발을 했다. 허 부장은 고객관리와 직원관리를 담당한다. 허 부장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책임이 많아져 부담스럽다”면서 “의욕이 앞서서 마음은 저만치 가 있는데 제자리 걸음인 것 같아 조급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가급적 사내 교육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필요한 교육이 있으면 직원들끼리 상의해서 프로그램을 짜기도 한다. 기술개발도 계속 연구 중이다. 세차뿐만이 아니라 차의 덴트나 라이트를 복원하는 기술도 틈틈이 연구한다. 손상된 부품을 무조건 새 것으로 교환하기보다는 한 번 더 보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다.

김월순 청소용역사업부장(61)은 학교 및 공공기관의 청소 대행사업의 총책임자다. 김월순 부장이 관리하는 청소팀만 해도 인원이 30명이다. 김부장은 30명의 청소인력과 함께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이끌고 있다. 깨끗한 학교 만들기는 교육청에서 하는 사업이다. 학교 청소나 환경미화 등의 일을 교육청에서 외부 업체에 하청을 준다. 일자리 취약계층인 노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김부장이 이끄는 청소팀에는 70세가 넘은 사람도 있다. 김부장은 두레마을의 장점을 정년에 상관없이 안정감 있게 일하는 것으로 꼽았다. 그래서 청소팀도 해마다 100% 고용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두레마을에서는 지난 해 홍익대에서 있었던 것처럼 갑작스럽게 청소용역을 해고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이 일을 계속했을 때 자녀들은 반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부장은 가급적 오래 이 일을 하고 싶다. 그는 “내 나이 대에는 거의 다 집에 들어앉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하면서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물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두레마을이 물없이 하는 세차를 개발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물이 귀한 자원이 되는 만큼 해외로도 수출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라는 것이다.

김 부장뿐만이 아니라 허 부장, 유 국장도 모두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전국 2만개의 물세차장을 초음파 에어세차장 회오리로 바꾸는 것이다. 아직은 가맹점이 30개밖에 안 되지만 고객 만족도가 높고 친환경 기술인 만큼 널리 보급될 것이라고 믿는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