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2008년 촛불시위 마지막 수배자 김광일씨

[특집| 다시 켜진 촛불]“촛불, 광우병 넘어서 정권 총체적 비리 밝혀야”

5월 2일 서울 청계광장. 4년 만에 다시 열린 광우병 촛불시위에는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모였다. 사회를 맡은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결성된 광우병범국민대책회의(광우병 대책회의)의 조직팀장을 맡았었다. 원래 사회를 맡을 예정이었던 김동규 등록금넷 정책팀장도 광우병 대책회의의 조직팀장이었다. 2008년 당시 광우병 대책회의의 공동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원석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은 이제 국회의원 당선자가 되어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광우병 대책회의 관계자가 있다. 김광일씨. 광우병 대책회의에서 그의 직함은 행진팀장이었다. 그에게 붙은 수식어가 하나 더 있다. ‘2008년 촛불시위의 마지막 수배자.’ 6월 말이면 만 4년이다. 근황이 궁금했다. 다시 시작한 촛불시위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촛불시위가 재개된 다음날인 5월 3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공개된 장소인데 괜찮나.
“오히려 이런 곳이 검문도 없고 사람들 눈치도 안 보게 된다. 지인들과 가끔 이런 곳에서 만난다.”

2008년에서부터 2009년까지 주변 분들 고생이 많았다.
“조계사에서 농성하다가 나온 다음 특히 심했다. 전담 체포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가족들도 만났나.
“만날 수 없었다. 2008년 수배된 이후 지금까진 만난 적 없다. 가족 소식이 궁금하다. 조카가 2008년에 중학교 2학년이었다. 지금 고3이 되었을 텐데 한참 어려울 때다. 많이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조카를 회상하는 김씨의 목소리에서 감정의 흔들림이 느껴진다. 2008년 당시 중학생이던 조카는 그해 10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촛불시위 때 앞에 나와 ‘삼촌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적이 있다고 했다. 본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결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빨리 수배가 풀렸으면 좋겠다.”
답답해 하는 듯했다. 수배가 이렇게 장기화된다면 김씨 쪽이든 경찰 쪽이든 타협책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촛불 때문에 수배된 것이다. 운동을 조직했다고 수배가 되었으니 푸는 방식도 운동을 통해서 풀고 싶다. 촛불시위가 다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그동안 광우병 위험을 지적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나. 그분들의 사면복권이나 원상회복을 제기해야 한다.”

촛불집회와 관련한 사면복권 등은 정권이 바뀌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4년을 싸웠다. 이명박 정권의 남은 7개월이 긴 시간은 아니다. 6월이면 수배된 지 만 4년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날이 2008년 6월 27일이다. 그해 7월 5일부터 조계사에서 농성했다. 10월 말에 조계사를 빠져나왔다. 그 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수배된 지난 4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6·2 지방선거가 있었고, 서울시 보궐선거에서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수많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여야 정당의 간판을 달고 나섰다. 그는 “중요한 것은 원칙과 지향”이라고 말했다.

다시 시작된 촛불시위는 어떻게 보나.
“일단 첫째로는 2008년 촛불이 옳았다는 것이다. 촛불이 없었다면 광우병 쇠고기가 한국에 유통되었을 위험이 크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협상하라고 싸웠던 당시 주장이 정당하고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둘째는 2008년 촛불시위가 물론 졸속 쇠고기 수입협상에서 시작되었지만 청소년들이 주장하는 미친 교육, 의료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방송 장악 등의 이슈가 동시에 존재했다. 2008년 촛불처럼 여러 쟁점이 연결되어 일반화돼야 한다. 당장 검역·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것과 함께 KTX 민영화, 방송노동자 총파업에 대한 지지, 맥쿼리나 파이시티 논란과 같은 정권의 비리·부패 문제들, 특히 최시중·박영준 라인의 경우 민간인 사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쟁점의 총체적 책임자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관련 학자·전문가들에게 전망을 물어봤었다. 공식적으로 내건 구호는 ‘쇠고기 전면 재협상’이었지만 촛불시위 ‘현장’에서 나온 구호는 “이명박 정권 퇴진”이었다. 전문가들은 정권 퇴진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찌 되었든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뽑힌 정권이고, 정권 2~3년차나 정권 말이라면 몰라도 1년차 정권이 물러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렇다면 2012년 다시 시작된 촛불은? 김광일씨는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국면에서 <주간경향>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권 퇴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래서 물었다.

이번 촛불시위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무엇보다도 정권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디도스 사건이나 뒤늦게 드러난 민간인 사찰의 실체 등 정권으로서는 폭탄들이 팍팍 터지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실제 일부 유권자는 친이에서 친박으로의 권력교체를 여야간 정권교체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전 인터뷰에서 ‘박근혜는 이명박보다 못한 우파’라는 식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취한 입장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박근혜가 안정적으로 차기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지는 확언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얻은 표도 워낙 바닥이었기 때문에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18대보다는 30석이 줄었다. 여러 요인을 볼 때 박 위원장 대선 승리가 확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광우병 대책회의에서 같이 일했던 박원석 상황실장은 국회의원이 되었다. 소감은.
“2008년 5월 초부터 광우병 대책회의를 만들고 10월 말까지 같이 일했다. 굉장히 끈끈한 신뢰를 갖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에 당선되는 것을 보며 기뻤다. 국회에 들어가면 ‘촛불’의 명예회복과 원상복구를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