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수도권을 얻는 당, 국회를 얻으리라

“수성이냐 탈환이냐.” 새누리당군과 야권연대군이 수도권성을 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마치 역사 드라마에서 고구려군과 후연군이 요동성을 놓고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는 장면과 유사하다. 야권연대군은 수도권성을 탈환하기 위해 끊임없이 파상공세를 하며 공성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선 새누리당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성이 무너지면 코앞에 있는 궁궐인 청와대 수성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왼쪽)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 중구, 종로구 합동유세에 참석한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오른쪽) 야권연대 첫 공동유세가 시작된 3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손을 흔들어 서울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여야가 지난 3월 29일부터 전국 246개 지역구에서 13일 동안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번 19대 총선은 단순히 의회권력을 새로 선출하는 1차원적 의미를 넘어 18대 대선구도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풍향계다.

4·11 총선에서는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원내 제1당 싸움과 진보(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 등)와 보수진영(새누리당·자유선진당·국민생각 등) 간의 과반수 의석 확보 싸움이 치열하다. 전문가들이 1당과 2당 간의 의석 격차를 5석 내외로 예상할 정도로 초반 선거 판세가 안갯속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제1당 싸움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경우 양당 후보들의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2000표) 이하인 초박빙 지역이 많아, 이 지역에서의 승부가 원내 제1당 달성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도권 의석은 서울 48곳, 인천 12곳, 경기 52곳 등 무려 112곳이다. 전체 지역구(246개)의 46%에 달한다. 현재 수도권의 판세를 분석해보면 야권이 여당인 새누리당보다 앞서고 있다.

수도권 의석 112곳, 전체의 46%
각 당은 수도권에서 목표 의석을 다르게 잡고 있다.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이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40%(44석) 이상을 가져와야 한다. 반면에 민주통합당은 1당이 되기 위해서 70%(78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인 영남(67석)에서의 의석수가 민주통합당의 텃밭인 호남(30석)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민주통합당과 4대 6의 싸움만 펼쳐도 된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수도권에서 새누리당과 7대 3 이상 격차를 벌려야 한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현재 추세를 보면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연대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야당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것을 목표로 선거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판세는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각 당은 우세, 백중우세(지지율 3~7%포인트 격차로 우세), 백중세(상대 후보와 지지율 3%포인트 이내), 백중열세, 열세 등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어 정확한 예측이 쉽지 않다. 각 당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총 112석 중 40여곳에서, 민주통합당은 50여곳에서 우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백중우세 또는 백중열세 지역으로, 판세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각 당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새누리당은 서울에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 등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20여곳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서울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싹쓸이했으며,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바람으로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이 무려 40석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최대 관심사는 새누리당이 서울에서 15석을 가져갈 수 있을지 여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새누리당은 강남지역 이외에 친박(박근혜) 프리미엄이 있는 후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새누리당이 서울에서 15석 이상을 확보하면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서울 15석 이상이면 대성공”
경기도에서는 서울 주변의 안양 등 위성도시에서 민주통합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농촌지역과 접경지역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컨설팅 P&C정책개발원의 황인상 대표는 “경기도는 전통적으로 남쪽은 야당 성향이 강하고, 북쪽은 여당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며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서울보다는 경기도가 해볼 만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에서는 민주당이 지역구 절반 이상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맹추격을 하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인천 12개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4석 정도는 확보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야권연대로 인해 인천지역에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후보가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권연대의 또하나의 축인 통합진보당은 수도권에서 서울 관악을(이상규), 노원병(노회찬), 은평을(천호선)과 경기 고양 덕양갑(심상정), 인천 남구갑(김성진) 등에서 금배지를 기대하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