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인천·경기 승부처 5곳 초미의 관심

64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되는 인천·경기 지역은 총선의 승패를 결정짓는 곳이다. 이곳에서 승리하기 위해 여야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64곳의 선거구 중 5개 지역을 주목했다. 승리를 놓쳐서는 안 되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인천 12개 지역에서 유일하게 통합진보당 후보로 야권단일화가 이뤄진 인천 남갑은 야권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과 참여정부 총리실 비서관이 대결을 벌이는 인천 부평을은 ‘정권심판론’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시민사회의 대부로 불리는 이학영 민주통합당 후보는 친박계 핵심인사로 꼽히는 유영하 후보와 경기 군포에서 일전을 벌이고 있다. 전·현직 여야 의원이 세 번째 맞대결을 펼치는 경기 구리와 촛불 변호사 송호창 후보가 출마한 경기 의왕·과천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천 남갑
판사 출신 초선 vs 인천 진보진영의 상징
인천 남갑은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다. 17대 탄핵 열풍을 업고 열린우리당 유필우 후보가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13대 총선부터 18대까지 새누리당(과거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다. 인천의 12개 선거구에서 유일하게 통합진보당 후보로 야권단일화가 이뤄진 후 야권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판사 출신의 홍일표 후보는 단독 후보로 나와 공천을 받았다. 지역 관리를 잘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상대 후보가 통합진보당이라는 점은 부담스럽다. 홍 후보는 “솔직히 부담된다.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라고 마음 놓지 않고,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며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있지만, 나는 그동안 당내에서 쇄신파 역할을 해왔다. 경제민주화를 계속 주장해왔다는 점을 유권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대규모 선거유세단을 꾸리는 대신, 유권자들과 일대 일로 만나는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경험을 내세워 지역 현안을 잘 안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뉴타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모색 중이다. 판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석바위 법조타운 조성’ 공약을 발표했다.

김성진 후보 선거사무실은 활기가 넘친다. 인천 선거구 중 유일한 통합진보당 후보라는 점이 진보진영에 큰 사건이기 때문에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선거사무소를 자주 찾아온다. 김 후보는 인천민주청년회 초대 회장,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낸 인천지역 진보진영 활동 대표자로 평가된다. 2010년 인천시장 후보로 나섰지만, 송영길 후보로 단일화를 하면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충실히 해내 민주통합당 당원들이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 3월 29일 열린 김성진 후보 출정식에 민주통합당 출신의 김기신 전 인천시의회 의장이 지원유세를 하기도 했다. 김 후보 캠프는 야권단일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면서 선거운동을 할 예정이다. 이곳의 부동층이 30~40%나 되기 때문에, 투표율을 높이는 활동도 함께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인천 부평을
이명박 정부 비서관 vs 참여정부 비서관
인천 부평을은 ‘정권심판론’이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예측해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1비서관을 지냈던 김연광 후보와 참여정부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을 역임한 초선의 홍영표 후보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출신이 대부분 공천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김연광 후보의 공천 소식은 주목을 받았다. 김 후보는 2009년 4월 부평을 재·보선 때 부평을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당시 이재훈 전 산자부 차관이 이 지역 공천을 받으면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갔다. 이후 특임장관실 특임실장 등을 역임한 후 19대 총선에서 다시 도전을 하게 됐다. 김 후보 측은 “판세를 냉정하게 보면 우리가 밀리지만, 후보가 이 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국정운영에 참여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하철 7호선 청천동~산곡동 연장’ ‘부평 미군기지 활용방안 마련’ 등의 굵직굵직한 공약을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중앙정치 경험을 발휘하겠다는 포석이다.

현역 의원인 홍영표 후보는 스스로 ‘0.75선’ 의원이라고 말한다. 18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2009년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됐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김 후보에 비해 여유가 있다. 부평을의 대표적인 기업인 한국GM(옛 대우자동차)이 홍 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김우중 회장 시절 대규모 파업이 있었는데, 김우중 회장과 담판을 지었던 노조 대표가 홍 후보였다. 여전히 한국GM 노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GM 직원이 2800명이고,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홍 후보의 고정 지지세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홍 후보는 ‘정권심판론’으로 상대 후보를 밀어붙이고 있다. 홍 후보는 “토론을 해보니 김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잘했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지난번 재·보선 때보다 정부에 대한 민심이 더 나빠졌다. 부평을을 제대로 된 정권심판론의 상징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평화 위축, 4대강 사업, 부자 감세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파고들어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계획이다.

경기 의왕·과천
조세 전문 변호사 vs 촛불 변호사
경기 의왕·과천은 안상수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대표가 내리 4선(15~18대)을 한 곳이다. 안 전 대표가 공천 탈락 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지역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조세 전문 변호사 박요찬 후보를 내세웠고, 야권은 촛불 변호사 송호창 후보로 야권 바람을 일으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에 있는 박요찬 후보 선거사무소는 3층이고, 5층에 안상수 전 대표의 사무실이 있다. 안 전 대표가 16년 동안 계속 사용했던 사무실이다. 박 후보 선거참모들의 명함에도 ‘국회의원 안상수’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안 전 대표의 보좌진들이 박 후보 선거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의 후보로 공천됐지만, 무명에 가까운 정치신인이다.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라고 해도 안 전 대표의 도움 없이 당선은 거의 불가능하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보좌진과 지역 조직을 동원해 박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매일 사무실에 나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박 후보 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검사로 활동할 당시 박 후보가 안 전 대표의 검사시보로 일했던 인연이 있다. 지역적 연고가 없다는 단점을 메우기 위해 조세분야 전문 변호사라는 점을 내세운다. 박 후보 측은 “조세 전문 변호사이기 때문에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로 법률을 조언한 경력이 있다. 이 경험을 살려 지역의 기업 유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촛불 변호사 송호창 후보의 인지도는 박요찬 후보를 월등히 앞선다. 송 후보의 선거사무소에는 그를 보기 위해 찾아온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 등의 이력을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역 인지도는 아직 부족하다. 3월 22일 중부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송 후보가 박 후보를 2%포인트 앞서고 있다. 무명의 박 후보가 송 변호사와 접전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이 지역의 보수색이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송 후보는 대중적 인지도와 인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3월 24일 송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를 포함해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 배우 박중훈·김유석·권해효, 아나운서 이금희 등이 참석했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배우 김유석씨는 “배우가 정치인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것이 민감하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송 변호사가 이 지역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 후보는 서민을 위한 변호사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보편적 복지혜택 확대’ ‘경제민주화 실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기 군포
친박 핵심 인사 vs 한국YMCA 대부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이번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도전하면서 어떤 바람이 불지 주목받는 곳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원외 핵심 인사로 알려진 검사 출신의 유영하 후보가 새누리당 주자로 나왔고, 야권단일화 후보는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학영이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권 준비를 위해 ‘네거티브 대응 법률팀’을 구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권영세 새누리당 의원을 포함해 율사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데, 이 팀에 유영하 후보도 들어가 있다.

유 후보는 박 위원장의 법률 참모로 줄곧 활동해올 정도로 원외에서 활동하는 핵심 인사로 꼽힌다. 유 후보는 “핵심 인사라는 표현은 과찬이다. 박 위원장을 도와주는 인사 중 한 명일 뿐”이라며 “다만 박 위원장을 통해 정치를 배웠고, 함께 정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3월 22일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한 뒤 박 위원장이 첫 일정으로 찾은 곳이 군포일 정도로, 유 후보에 대한 박 위원장의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군포에 출마한 유 후보는 지역 현안에 밝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공립(야간) 보육시설 확충’ ‘자율형 공립고 선정 추진’ 등의 교육문제를 집중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 후보는 “17, 18대 총선에서는 얌전하게 선거운동을 했는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모든 선거운동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전략공천을 받은 이학영 후보는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맏형이다.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군포가 시민사회 진영의 움직임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은 지역기반이 거의 없는 이 후보에게 도움이 된다. 이 후보 측은 “10여년 전에 이곳에서 쓰레기 소각장 반대운동이 벌어졌는데, 이때 시민사회가 지역주민과 함께 활동하면서 역량을 축적했다”면서 “지자체장이나 자치단체 의원들이 개혁성향을 가진 곳이라는 점이 이 후보 성향과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선거사무소에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찾아와 격려를 하고 있다. 기자가 선거사무소를 찾았을 때 고 제정구 의원의 아내 신명자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 이사장이 찾아 격려를 했다.

지역 내 인지도가 약하다는 단점은 야권단일화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채워나가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고, 정책연대를 통해 당선 이후까지 준비하고 있다. 선거유세에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경청유세단’을 발족한 것이 눈에 띈다.

경기 구리
현직 의원 vs 전직 의원의 세번째 맞대결
구리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이 연임을 하기 어려운 도시로 꼽힌다. 제1회 지방선거부터 2010년 6월 치러졌던 5회 지방선거까지 구리시장은 여야 후보가 번갈아가면서 당선됐다. 민주통합당 소속의 박영순 후보가 4·5회 지방선거에서 연속 당선된 것이 화제가 됐다. 국회의원 선거도 연임이 어렵다. 구리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13대 총선부터 18대 총선까지 연임을 한 의원은 전용원 전 신한국당 의원이 유일하다. 전 전 의원도 13대 때 당선했지만, 14대 총선에서 낙선을 한 후 15·16대 총선에서 연속 당선을 했다. 17·18대 총선에서 맞붙은 주광덕 후보(18대 당선)와 윤호중 후보(17대 당선)가 번갈아가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19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맞붙어 두 후보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주광덕 후보 측은 “여기가 서울의 바로 옆이니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판세를 딱히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접전”이라며 “두 후보가 세 번째 맞대결을 하기 때문에 자존심까지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18대 총선에서 구리도 뉴타운 바람이 거셌지만, 19대 총선에서는 지하철 8호선 연장, 뉴타운 출구 해법 등의 이슈가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주 후보는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뉴타운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의 프리미엄을 살린 공약도 발표했다. ‘서울대 구리병원(어린이병원) 유치’다. 주 후보는 18대 국회 상임위로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서울대병원이 교과위 소관이어서 지난해부터 이 계획을 추진해왔다.

민주통합당 윤호중 후보는 정권심판론 불씨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역 의원이 지역에 기여한 것이 없다는 점도 공격하고 있다. 윤 후보는 “주 의원이 여당 국회의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통합진보당과 함께 야권단일화 후보가 됐으니 구도는 유리하다. 통합진보당 측과 함께 정책연대를 맺었고, 함께 선거운동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의 정치환경도 윤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구리시 지자체 역사 20년 만에 야권이 다수를 점했기 때문이다. 박영순 구리시장의 역점 사업이 ‘월드디자인센터 유치’이고, 같은 당 소속의 후보가 당선돼야만 센터 설립이 용이해진다는 점도 내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