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이명박 대통령의 ‘가방’

이명박 대통령의 가방에는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요. 대통령의 가방이니만큼 많은 것이 들어 있을 겁니다. 집권한 지 1년 4개월, 이 대통령은 자신의 가방에서 적지 않은 것을 꺼내 국민에게 보여줬습니다.

그중 첫번째는 한반도대운하가 아닐까 싶네요. 이 대통령은 그러나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자 한반도대운하를 도로 가방에 넣었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꺼낼 수 있도록 가방에 넣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다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일 듯합니다. 한반도대운하는 이 대통령이 가방에서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은 유일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나온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일 겁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어떤 점에서는 한반도대운하보다 더 큰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한반도대운하의 경우 운하를 통해 화물을 나르고 관광선을 띄우고 해서 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부를 창출하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22조 원이나 들이는데도 말입니다. Weekly 경향이 이번 호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크게 다룬 배경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대운하 외에는 아무리 국민이 반대해도 버리거나 가방에 집어넣지 않았습니다. 5000만 명이 사는 나라에서 으레 있을 법한 반대를 넘어서는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 대통령은 가방에서 꺼내놓은 뒤 국민이 그것을 실천해야만 부유해지고 선진국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친재벌적 조세·기업정책과 방송법 개정안 등 미디어법, 영어교육 강화, 경쟁 중심 학교 교육으로 회귀, 소위 ‘명문고·명문중’ 부활, 엘리트 위주 요직 인사 등이 그것입니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뭉뚱그려 ‘강부자’ ‘고소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방에서 나온 물건 중에는 ‘법과 질서’란 물건도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 경영의 근간입니다. 이것을 지키는 것은 모든 국민의 의무입니다. 여기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계적인 법·질서 준수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헌법에 명문화된 자유로운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또 그것에는 형평성이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보수단체에는 내주고 노동·시민단체에는 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고 위험한 일입니다. 이 대통령의 가방에서 나온 물건이 국민적 반대만 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갈등, 대립, 불통, 분노, 증오 등을 마구마구 생산하고 있습니다. 다들 싫어하는 것들이며 사회와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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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대통령의 가방에서 무엇이 더 나올까요. 저는 바라건대 보자기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보자기는 정형화된 물건만 정형화된 수량만큼 담는 가방과 달리 유연하고 변형 가능해 모든 것을 싸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자와 빈자, 기득권층과 소외층은 물론 그동안 가방에서 나온 물건이 만든 갈등과 대립과 분노, 증오, 그리고 문제의 가방까지 모두 싸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호연 편집장 ch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