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낙동강아, 네가 고생이 많다

4대강 살리기 물길 르포, “둔치 잘 정비되어 있는데 굳이 손댈 필요 있나”

본포교 주변 낙동강에서 준설선이 하천 바닥을 파내고 있다.

낙동강. 강원 태백 황지에서 발원해 남해로 흘러들어가는 거대한 물줄기에 붙은 이름이다. 낙동강은 안동에서 반변천과 합쳐지며 서쪽으로 휘어져 흐르다 함창에서 내성천, 영강 등의 지류를 받아 안은 다음 남쪽으로 몸을 튼다. 강은 다시 상주에서 위천을 만나고, 선산 감천, 대구 금호강, 창녕 남강을 끌어들여 몸을 불리고는 동쪽으로 흘러간다. 삼랑진 부근에서 밀양강을 끌어안은 채 기진해진 몸을 마침내 남해에 풀어놓기까지 물줄기는 500㎞가 넘는 여정을 쉼없이 이어간다. 산맥을 휘감고 들판을 적시며 이어지는 이 유장한 여정의 굽이굽이에 1300만 영남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3시쯤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운전하는 차량은 김해에서 창원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내달렸다. 경남 창녕군 학포리 본포교를 향하는 길에 그는 “정부가 왜 이런 일을 벌이려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6월 8일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낙동강은 대운하 전초 단계라 확신”
4대강 살리기에 투입될 22조2000억 원의 사업 예산 중 가장 많은 물량이 낙동강에 몰려 있다. 한강은 전체 유역 2만5954㎢에 2조435억원, 금강은 9912㎢에 2조4875억원, 영산강은 3468㎢에 2조6461억원이 투입되는데 반해, 낙동강은 한강과 비슷한 2만3384㎢에 사업비는 그 4배가 넘는 9조7875억 원이 투하된다. 총사업비의 40%가 넘는 규모다. 당초 4개에서 16개로 늘어난 보는 낙동강에만 8개가 설치된다. 정부는 한강과 금강에 보를 3개씩, 영산강에는 2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낙동강에 이처럼 예산이 집중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낙동강의 만성적인 물부족과 수질 악화를 그 이유로 들었다. “낙동강은 다른 강에 비해 길이가 길고, 홍수 가뭄 등에도 취약함에 따라 사업 물량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낙동강에 1.4억t의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4대강 살리기’를 통해 10억㎥의 물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하천 바닥을 파내고 보를 세워 그 안에 물을 가두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박재현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낙동강은 대운하의 전초 단계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물이 부족하다거나 수질이 나쁘다는 것은 대운하라는 최종 목적을 숨기려는 연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시민환경연구소와 운하반대교수모임이 주축이 된 ‘생명의강연구단’이 지난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낙동강 전 구간(낙동강 하구-경북 봉화 내성천 하류 지점) 30개 지점에서 실시한 현장조사에 참여했다. 그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낙동강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상 2016년이 되어야 물 부족이 나타나며 수질도 이미 2급수를 달성한 상태”라면서 “이미 목적은 달성돼 있다. 1급수도 아닌 2급수를 만드는 데 14조 원을 투입한다는 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를 내려와 창원으로 진입한 차가 10여 분을 더 달리자 눈앞은 초록의 바다였다. 짙은 빛깔로 익어가는 들판 안쪽으로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가 자리잡고 있다. 산남·용산·동판 3개 저수지로 이뤄진 주남저수지는 중앙에 갈대섬이 있고 겨울에도 수면이 얼지 않아 먹이가 풍부하다. 해마다 가을에 부리저어새, 고니,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등 20여 종의 철새가 이곳으로 날아와 이듬해 3월 말까지 겨울을 피한다. 오른쪽으로 주남저수지를 끼고 조금만 더 가면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낙동강이 나타난다. 본포교는 창원시 동읍 본포리에서 창녕군 부곡면 학포리 사이 강을 잇는 800여m 길이의 다리다. 본포교 부근 낙동강은 본포리 쪽으로는 모래톱이 넓게 펼쳐지고 학포리 쪽으로는 버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박 교수는 “이렇게 아름다운 하천을 보고 어떻게 죽었다고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자꾸만 낙동강이 죽었다고 말하는데, 그건 사고를 당한 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에게 느닷없이 ‘당신은 죽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면서 “정말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목표 기간 내 준설량도 엄청나
자갈하천인 한강과 달리 낙동강은 전형적인 모래하천이다. 잘 발달한 모래톱과 하중도는 낙동강의 자연스러운 생태적 특성이다. 모래톱이든 하중도든 고정되는 법은 없다. 유장한 강물의 흐름에 따라 쉼없이 위치와 모양이 변화한다. 본포교 부근 낙동강도 수심이 깊은 곳과 얕은 곳이 10년에서 15년 주기로 바뀌었다.

“모래하천은 움직임이 많다. 여기에 배를 띄우려면 물길을 고정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하천의 본래 모습은 사라진다. 낙동강의 본 모습을 죽이는 것은 복원이 아니다. 일부 퇴적토가 발견되기는 하지만 그건 하천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지 죽은 게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런 것만 찍어서 강이 죽었다고 떠드는데, 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박 교수의 말이다.

6월 10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하단동과 을숙도를 잇는 낙동강 하구둑이 안개에 싸여 있다.

본포리 쪽 하류 방향에는 거대한 모랫더미가 쌓여 있었다.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골재 채취 현장이다. 낙동강 중류 지자체들은 지자체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골재 판매에 열중해왔다. 이곳에서는 준설선 한 대와 예인용 보트, 길다란 배송라인으로 이뤄진 준설 장비들이 강변에 인접해 강바닥의 흙과 모래를 퍼내고 있었다. 강 중심부를 향해 주둥이를 내민 배송라인에서 흐린 빛깔의 물이 쏟아져나왔다. 박 교수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찌꺼기를 걸러내는 거름막도 없이 준설하고 있다”면서 혀를 찼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까지 4대강 전역에서 5.7억㎥, 낙동강에서만 4.4억㎥를 준설할 계획이다. 운하반대교수모임 측은 이 정도 준설량은 부산에서 안동까지 약 323㎞ 구간에서 폭 135m, 깊이 10m로 하천 바닥을 파내는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국토해양부의 골재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전체 골재 수요량은 2억1625만㎥다. 정부안대로라면 앞으로 2년 동안 낙동강에서만 우리나라 한 해 골재 수요량의 2배가 넘는 양을 준설하는 셈이다. 넘치는 골재를 보관하는 것도 문제다.

박 교수는 “목표 기간 안에 이 정도 규모로 준설하려면 일반적인 준설장비로는 어려울 것이다. 외국에서 준설선을 들여와야 한다”면서 “모래를 쌓아둘 공간도 부족할 것이고, 준설로 인한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해에서 이곳까지 오는 내내 “안타깝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했던 그는 “최종 목적지는 운하다. 운하가 아니라면 이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선도사업 일환 생태하천 공사중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500여㎞를 내려온 물줄기가 기어이 남해와 만나는 들머리다. ‘새들이 많이 살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을숙도는 본래 고니,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홍머리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100여 종의 철새가 날아와 살던 곳이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그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을숙도는 1987년 11월 2400m 길이의 낙동강 하구둑이 완공되면서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의 명성을 잃었다. 하구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강과 바다를 차단하고 하단동 일대 강어귀에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천 생태가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당시 정부는 하구둑 완공으로 부산시민들에게 연 6억4800만t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지만, 환경에는 ‘재앙의 시작’이었다.

최 사무처장은 “말로는 둑이지만 사실상 댐이나 마찬가지다.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열어놓는 시간보다 닫는 시간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구둑의 존재 이유는 바닷물의 염분이 강물과 섞이면 생활용수와 농공업 용수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강물과 바닷물의 섞임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기수역(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이 사라지면서 기수역에 식생하던 생물종의 다양성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빚었다. 생물종의 다양성이 줄어든 데는 하구둑에 의한 유속의 약화도 한몫 했다. 지난 2월 ‘생명의강연구단’ 현장 조사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하구둑부터 하구 기준으로 상류 47㎞ 지점인 삼랑진까지 하천 유속은 거의 정체 상태를 보였다. 강물의 흐름이 정체하면서 하구둑 부근에서는 하상토 퇴적과 부영양화로 인한 수질 악화 현상이 발견됐다. 운하반대교수모임 측은 이 때문에 보를 설치하면 오염물질들이 하천 바닥에 퇴적되어 하천 수질이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명의강연구단’은 현장 조사 후 낸 보고서에서 “낙동강 하구둑은 한국수자원공사가 해마다 오염된 하상토를 준설하여 수질을 개선시키고자 하지만 하구둑이 존재하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사무처장은 “국토부가 부산시에 준설 관련 예산을 더 요청하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준설보다는 이번 기회에 지자체 숙원사업을 반영하려고 하는데, 국토부는 준설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마스터플랜 상으로는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발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첫삽을 뜬 곳이 있다. 안동과 나주다. 지난해 12월 29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관용 경북지사는 안동시 영호대교 둔치에서 ‘낙동강 안동 2지구 생태하전 조성사업’ 착공식에 참석했다. 총공사비 389억 원을 투입해 2012년까지 영호대교와 낙동대교 사이 약 4㎞ 구간에 가동보 설치, 제방보강, 자전거 길 및 실개천 등을 조성하는 공사다. 총리 일행은 같은 날 오후에는 전남 나주시 삼영동 영산대교 인근 둔치에서 열린 ‘영산강 생태하천 조성공사’ 착공식에도 참석했다. 안동과 나주는 정부가 마스터플랜이 나오기 전 선도적으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선도사업지구 7곳 가운데 가장 먼저 공사에 들어간 곳이다.

안동에서 낙동강은 시가지를 양분하며 흐른다. 착공식이 열린 영호대교는 대구에서 출발한 시외버스가 안동운동장을 지나 안동시청 쪽으로 가려면 건너야 하는 다리다. 지난 6월 10일 오후 6시쯤 영호대교 아래 낙동강 둔치에는 15대의 중대형 트럭이 도열해 있었다. 하루의 작업을 모두 마친 것인지 흙이 묻어 있는 포클레인 몇 대는 트럭 위에 실려 있었다. 트럭이 선 지점에서 강쪽으로는 최대 2m가 넘는 십여 개의 흙더미가 작은 구릉처럼 서 있었다. 모두 4대강 살리기 선도사업의 일환으로 생태하천 조성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흔적들이다.

6월 10일 안동 영호대교 아래 둔치에서 안동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공사는 안동시에서 이뤄지지만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관장하는 것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4대강정비사업팀이다. 안동시 재난방재과 관계자는 “안동2지구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담당하고 우리는 주민 건의 사항 정도만 처리한다”면서 “4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4대강 살리기’와 맞아떨어졌고 계획이 다 나온 상태라 바로 착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도사업지정지구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일부 언론에서는 안동과 나주 시민들이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낸 적이 있지만, 적어도 안동에서 그런 흥분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이곳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60대 권모씨는 “강을 막아서 보트를 띄우는 공사를 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대운하인지 정비사업인지를 한다는 걸 방송에서 본 적은 있다”고만 말했다. 안동시청 부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주인은 “(사업 착공 이후) 부동산 가격에 전혀 변동이 없다. 부동산을 10년째 하고 있는데 농촌이라 그런지 사람이 전혀 다니지 않는다”면서 “하루 종일 혼자 앉아 있다. 놀러오는 사람 한 명 없이 조용하다”고 말했다.

“멀쩡한 곳에 돈 쓴다니 예산낭비다”
낙동강 줄기를 따라 영호대교 아래 이어지는 둔치는 안동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둔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 저녁 어스름이 깔리자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시민들이 늘어났고, 아이들은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신은 발을 앞뒤로 밀어내며 천천히 원을 그렸다.

어둠이 완전히 깔렸을 무렵 직장인 이종현씨(52)는 둔치 한쪽 난간을 두 손으로 붙잡고 길게 몸을 펴고 있었다. 흰색 모자에 붉은색 셔츠, 조깅용 반바지를 차려입은 이씨는 둔치 주위의 흙더미를 가리키며 “이게 다 4대강 살리기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착공식을 했던 장소로 안내하겠다며 평소라면 뛰어갔을 거리를 속보로 움직였다. 맞은편에서 뛰어오던 한 여성이 지나치며 그에게 알은체를 했다. “날마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운동을 하다 보면 자주 보는 사람이 생긴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종현씨는 “(4대강 살리기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라면서 “안동이 낙후한 곳이라 경기가 좋아진다면 반길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는 “4대강 살리기로 낙동강을 따라 산책로나 자전거가 다른 도시로 이어진다면 뛰어서 부산이나 구미까지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호대교 둔치를 다시 정비하는 데는 다소 회의적이다. “둔치를 98년 무렵에 만들었는데, 아주 잘 만들어놓았다. 굳이 다시 손을 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자연은 자연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최윤환 안동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멀쩡하게 잘 기능하고 있는 곳에 돈을 쓴다니 예산낭비다. 게다가 환경영향 평가도 받지 않았다”면서 “강을 살린다면서 전국적으로 토목공사나 벌이는 게 어떻게 녹생성장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오세영 시인은 ‘강물’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무작정/앞만 보고 가지 마라/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조급히 서두르지 마라/폭포 속의 격류도 소에선 쉴 줄을 안다/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텅 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고 노래한 적이 있다. ‘삽질’은 시작됐다. ‘불도저 정부’가 “텅 빈 마음”으로 “충만”에 이르는 길을 가기란 난망한 일인 듯하다.

<김해·안동 | 글·사진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