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4대강 살리기가 아리송해!

급조한 마스터플랜 곳곳에 허점… 오히려‘강 죽이기’ 우려 지적

"아직도 운하라는 의혹을 갖는 사람들이 있네요.”
6월 8일,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 발표 기자회견에서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은 “이렇게 많이 준설하는데, 생태계에 영향이 없다는 거냐”는 한 참석 기자의 질문에 얼굴을 찌푸리며 답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마스터플랜 보고서는 4대강 살리기의 추진 배경으로 ▲물 부족에 따른 충분한 수자원 확보 ▲수해복구 위주의 치수대책에서 사전예방 투자로 전환 ▲유역 내 오염원 유입, 갈수기 수량부족으로 인한 수질·생태계 악화에 대한 방지대책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꼽았다. 사업비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13조9000억 원에서 3조 원이 늘었고, 직접 연계사업비 5조3000억 원 등 총 22조2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시민단체가 주장한 수질 오염 가능성에 대비한 수질 개선 비용으로 3조4000억 원도 포함됐다.

4대강 유역 홍수·가뭄 지역과 관련 없어
그러나 이 ‘마스터플랜’을 뜯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의 지적이다. 일단 물 부족 문제. 마스터플랜의 수치가 과장되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006년도에 국토해양부가 마련한 수자원 확보 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2011년 낙동강 지역의 물 부족량은 1.2억t인데, 10억t을 개발하겠다는 근거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 고산지대 및 도서지역이다. 실제 2008년 2월 환경부가 내놓은 비상급수지역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수도관이 연결되지 않은 면 단위의 비급수지역이지 4대강 인근 지역이 아니다. 매년 봄 갈수기를 겪고 있는 강원 태백 지역 역시 하강 본류와 거리가 멀다.

하천 바닥 준설과 보 설치가 ‘수해 사전예방 투자’의 주요 방법이라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환경단체 반응이다. 박 교수는 “낙동강에서 4억4000m3의 토사를 준설한다는 것인데, 그 정도 모래가 쌓이려면 150년은 걸린다”라며 “앞으로 150년간 쌓일 모래를 지금 다 파내겠다는 것인데, 생태계 파괴는 불보듯 뻔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철재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상황실장은 “그 정도 토사를 경부고속도로 320㎞에 쌓는다면 폭을 200m로 잡고 6m 높이로 쌓을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준설로 인한 생태 파괴도 논란이다. 이상헌 4대강살리기기획단 정책총괄팀 서기관은 “실제 준설계획을 보면 꼭 수중의 모래만 준설하는 것이 아니라 둔치 등의 모래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라며 “수중 굴착의 경우도 최신 진공흡입식 공법을 사용하는 등 흙탕물 발생을 최소화할 계획이고, 그래서 또 취수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별도로 검토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철재 실장은 “하천과 둔치에서 준설할 내용이 어느 정도 비율인지 지금까지 밝히지 않으면서 그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과 단체 쪽에서는 수질 오염을 막으려면 본류보다 지천 정비사업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를 꾸준히 펴왔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된 마스터플랜에 일부 지천과 관련한 정비계획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예산이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스터플랜은 홍수 피해 우려 등을 예로 들면서 본류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국토해양부의 기존 논리와 상반된 주장이다. 실제 심우배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007년 발표한 ‘우리나라 수해특성 및 정책과제’ 논문을 보면 홍수피해액 기준으로는 동해안·남해안 연안 주변, 경기 북부, 영남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발생했다. 심 연구원은 경기 북부지역은 집중호우가 원인이며, 대부분 태풍 경로와 백두대간 산악 효과에 기인한다고 결론내렸다. 침수 피해도 특히 서해안·남해안 연안에 집중된다. 4대강 정비 구역은 종전 홍수지역과 큰 상관이 없다. 이 서기관은 “기후 변화로 홍수나 가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기후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소 군색한 주장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70만 원씩 부담해야”
본류가 아닌 지천 중심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해외 하천 복원 전문가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하천 생태와 관련한 세계적 석학인 미국 버클리대 헤스터 교수는 얼마 전 열린 4대강 관련 국제세미나에서 “한국 정부의 4대강 살리기의 목표는 옳게 설정되었지만 방법은 전혀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이원영 수원대 도시계획학 교수는 “세미나에 참석한 교수들이 그 실상을 보고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사업비 증액과 경제성도 논란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한 달 만에 8조 원이 왔다갔다하는 것이 과연 준비된 국책사업이라고 할 수 있나”고 의문을 제기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과거 한반도대운하의 경우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인지 수치를 발표했지만 지금은 편익분석 등 경제성과 관련한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면서 경제 효과가 있다고 무조건 주장한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예산 투여의 적절성 여부도 의문이 제기된다. 김종욱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공동대표(서울대 지리교육학과 교수)는 “22조 원에다가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30조 원인데, 우리나라 인구를 4500만 명으로 놓고 계산해보면 어린아이이든 실업자든 노인이든 상관없이 누구든 1인당 70만 원씩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도 특히 취업계수가 낮은 토목건설업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이철재 국장은 “3조 원만 있으면 대학생 반값 등록금을 당장 실행할 수 있고, 2조 원만 있어도 200만 장애인에 전동휠체어를 무상 공급할 수 있으며, 1000억 원만 있어도 학생 600만 명에게 공부방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환경영향평가 부실 위험도 크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1, 2차로 나뉘어 6월에 예비타당성 검사를 하고, 10월에 착공한다. 말하자면 사전환경영향평가는 앞으로 3개월 내에 준비해 완료해야 하는 것이다. 이 서기관은 “현재의 규정엔 환경영향평가에 딱히 기한에 대한 명시가 없다”라며 “관련 법·규정 절차따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생명의강연구단’ 등의 조사에 따르면 여러 종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4대강을 따라 서식하고 있다. 문화재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주 기초적인 의문. 지난 8일 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 발표 기자회견에는 ‘1000일의 약속 4대강아 깨어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내걸렸다. 도대체 1000일이라는 공사 기간은 누가 누구와 약속했다는 걸까. 국토해양부 4대강기획단의 홍보담당자는 “그 구호가 정해지고 난 다음 이쪽으로 와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상헌 서기관은 ‘단기간에 집중해서 투자하는 이유’와 관련해 “이전에 발간한 수해방지백서 등을 보면 단기적으로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진행해야 잘못된 투자로 복구 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을 깰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에 완수해야 하는 걸까. 이원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운하 전용 논란을 떠나 강 살리기라는 주제는 좋다. 하지만 임기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조급증에 ‘강 살리기’가 아니라 ‘강 죽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우려다. 인공적으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면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대운하를 이야기하다가 지난해 12월 ‘4대강 살리기’로 콘셉트를 바꾼 뒤 몇 달 뒤에 공사비까지 계산해서 나왔다.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